화려한 네온사인, 타락천사 헤매던 홍콩의 밤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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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간판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최근 10여년 동안 홍콩 정부의 간판 관련 안전 규제가 강화되어온 탓이다.
홍콩 정부가 2010년부터 무허가 간판에 대한 안전 규제를 강화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홍콩 건설부가 시행한 간판 유효성 검사 932건 중에서 허가를 받은 간판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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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2만개 이르던 네온사인 500개까지 줄어
‘홍콩’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간판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최근 10여년 동안 홍콩 정부의 간판 관련 안전 규제가 강화되어온 탓이다. 식당, 빵집, 전당포 등 오래된 홍콩 상점마다 내걸려 한때 12만개에 달했던 네온 간판은 이제 500개까지 줄었고 머지않아 박물관에서나 보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16일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한때 홍콩의 번영을 상징했던 네온 간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가 2010년부터 무허가 간판에 대한 안전 규제를 강화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안전한 유기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등장도 네온 간판의 멸종을 부추기고 있다.
홍콩 건설부는 규정보다 크거나 철제 프레임이 녹슨 간판 등에 대해 철거명령을 내리고 있는데, 2015년에는 철거명령 건수가 700건이 채 안 됐으나 지난해 1119건으로 크게 늘었다. 5년마다 홍콩 건설부의 ‘간판 유효성 검사’를 통과할 경우 오래된 네온 간판을 지킬 수 있지만, 절차는 번거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홍콩 건설부가 시행한 간판 유효성 검사 932건 중에서 허가를 받은 간판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간판 철거명령을 받은 상점은 60일 이내에 간판을 철거해야 한다.
현재 홍콩에 남아있는 네온 간판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없다. 홍콩 건설부가 2011년에 내놓은 통계가 마지막인데 당시에는 무려 12만개에 달했다. 홍콩의 상징적인 네온 간판을 수거해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테트라 네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네온 간판은 약 500개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마저도 빠르게 사라지는 분위기다. 이 단체는 올해 들어서만 10개의 네온사인을 수거했다. 이들은 수거한 네온사인을 홍콩 위안랑에 위치한 시골 공터에 보관하며 전시회를 열 수 있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네온 간판이 줄어드는 만큼 홍콩의 네온 간판 제작자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네온사인은 질소·수은·아르곤 같은 기체를 가늘고 긴 유리관에 주입하는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기술을 숙달하고 자유자재로 제품을 만들기까지 10년 넘는 시간이 걸리는 탓에 네온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홍콩에 네온사인을 제작하는 장인은 10명 정도 남았다고 한다.
홍콩의 네온 간판은 홍콩 사람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네온사인은 빽빽한 마천루와 함께 ‘밤의 도시’ 홍콩의 정체성으로 자리해왔다. 홍콩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왕가위는 영화 <중경삼림>, <타락천사> 등에서 네온 간판을 앞세워 홍콩의 밤을 그리기도 했다.
네온 간판의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알아본 홍콩 사람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네온 간판을 박물관으로 옮기고 있다. 홍콩의 현대미술관 엠플러스(M+) 뮤지엄은 철거된 네온사인 간판을 수거해 미술관에 전시하고 있으며, 인터랙티브 온라인 전시도 운영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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