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서 버젓이 개 도살" 아산 도살장 장기간 도유지 무단 점유

동물보호법·하천법 위반 등 위법 다수 발견…처벌여부 미지수
아산시 "합동현장 조사해 위법 확인할 것"

4월13일 경찰에 적발된 아산시 탕정면 개 도살장은 도유지를 무단 점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23. 4.17. ⓒ 뉴스1 이시우 기자

(아산=뉴스1) 이시우 기자 = 충남 아산에서 적발된 개 도살장은 도유지를 장기간 무단점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충남도와 아산시에 따르면 지난 13일 경찰에 적발된 아산시 탕정면 개 도살장은 충남도 소유 토지를 무단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가 2014년 12월, 곡교천 하천 정비사업을 위해 매입한 토지다.

국가하천인 곡교천에 위치해 하천법 적용을 받아 토지 이용시 점유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질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각종 행위가 제한된다. 또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축사육제한 구역으로도 지정돼 있다. 도축은 물론 가축사육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A씨는 개와 닭을 도살하고 보관하기 위한 시설물을 설치해 놓고 장기간 영업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아산시와 동물권보호단체 '케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개 1마리를 도살하는 과정을 포착하고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현장에는 개 16마리를 가둬둘 수 있는 '뜬장'에 11마리의 개가 있었다. 사체가 보관된 냉장고와 전기충격기, 털 제거기 등 도살장비와 시설물이 다수 발견됐다.

벽을 두르고 지붕을 덮어 건축물의 형태를 띄었지만 해당 토지에 신고된 건축물은 없다.

운영이 중단된 아산시 탕정면 도살장 주변에는 살생이 멈춘지 3일이 지났지만 도살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오폐수가 고여 있다. 2023.4.17. ⓒ 뉴스1 이시우 기자

또 오폐수를 처리하는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도살이 멈춘 지 3일 뒤인 지난 17일에도 도살장 주변에는 도살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오폐수가 고여 있었다. 도살장과 곡교천까지 거리는 100m도 떨어지지 않아 하천에 유입됐을 가능성도 커 보였다. 실제 A씨는 도살 과정에서 제거한 털을 천변 등에 투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동물보호법을 비롯해 하천법, 가축분뇨법, 건축법 등 다수의 법률 위반 행위가 있던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개는 현행법상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아 축산법이나 가축분뇨법을 적용하기 어렵고 도살장 시설도 기준에 따라 건축물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영업행위 등을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은 적이 없어 범행기간도 특정되지 않았다. 지난 2015년에도 해당 시설물이 촬영된 사진기록이 있고 A씨가 천안아산에 장기간 개 고기를 공급했다는 제보로 최소 수년동안 운영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만 입건해 기초조사를 마치고 당일 석방했다"며 "하천법 등 위반 사항이 있는 지 지자체의 확인을 요청한 상태여서, 수사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산시도 이번 주 중 관련 부서의 합동 현장 조사로 위법 행위를 확인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민원 제기나 신고가 없으면 일일이 위법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현장조사를 통해 법 위반 사항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는 "전국의 많은 개 농장이나 도살장이 당국의 무관심 속에 무법,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관련 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물론 개식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 잔혹한 행위를 근절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충남 아산 탕정면에서 불법으로 개를 도살하던 5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동물권단체 케어 유튜브 화면 캡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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