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젊은 세입자들, 날벼락"…동탄 전세사기 오피스텔 가보니

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2023. 4. 1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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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세입자 20~30대 직장인들
역전세에도 직장 근처 오피스텔 선택
월급 모아 대출 보태 겨우 입주한 집
보증금 확보 어렵고 인수 권고 통보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막막하다"
경찰 수사 중…직장에서 실태 조사도
최근 전세사기 의심 신고 사태가 벌어진 경기 화성 동탄의 한 오피스텔 모습. 박창주 기자


19일 오전 10시쯤 경기 화성시 동탄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 입점해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소 안에는 모자를 눌러 쓴 젊은 남성이 공인중개사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 최근 전세사기 의혹으로 신고된 오피스텔과 계약을 맡았던 중개업소다.

상담을 마친 30대 직장인 A씨는 기자를 마주치자마자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3년 전 비싼 집값에 매물도 없어, 직장과 가까운 곳을 찾다가 역전세(전세가가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높은 상태)임을 알고도 1억 1천만 원에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이후에도 역전세는 지속됐고, 결국 이날이 돼서야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다'는 취지의 날벼락같은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A씨는 "집주인이 갑자기 파산 조치에 들어갈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며 "어제 뉴스에 나온 임대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 안심했는데 아침에 그렇게 얘기를 들으니 황당할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임대인이) 전셋값이 너무 떨어져서 세금 낼 여력이 없어 집은 이미 법원에 넘어갔으니 세입자가 인수를 하라는 권고였다"며 "방금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하니 벌써 지난달에 압류까지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혼을 준비 중인 그는 신입사원 때부터 힘겹게 모은 월급에 대출까지 더해 마련한 전세자금이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오피스텔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한 세입자가 집주인 법률대리인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박창주 기자


답답한 마음에 중개사사무소를 찾은 건 A씨만이 아니다. 또 다른 오피스텔 세입자 B(20대)씨는 취재 요청을 하자 전날 받았다는 자신의 스마트폰 문자메시지 화면부터 내밀었다.

문자는 '임대인 사정으로 6월 10일까지 소유권이전등기를 접수해야 국세 체납으로 인해 보증금 순위가 보존되지 않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발신인은 임대인 의뢰를 받은 법무사다.

B씨 역시 직장과 가까운 집을 얻기 위해 역전세 부담을 떠안고도 2년 전 1억 2천만 원에 인근 오피스텔에 전세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다 전날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전세사기가 '남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집주인이 어제 뉴스에 나왔던 인물과 동일인인 걸 오늘 알게 됐다"며 "답답한 마음에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어 중개해준 사무소부터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기자들이) 나중에라도 혹시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며 출근을 위해 다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들이 다녀간 이후에도 오피스텔 세입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서성이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는 "회사 직원들이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태 파악을 위해 현장에 나왔다"는 인근 대기업 관계자도 있었다.

C씨 측이 동탄 일대 오피스텔 전세 계약 등을 위탁한 것으로 알려진 공인중개사사무소. 박창주 기자


앞서 이 오피스텔을 비롯해 동탄지역에서는 전세사기로 의심된다는 다수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다.

신고인들은 동탄 일대 오피스텔 전세 임차인들로 전세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거나 그렇게 될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이다. 임대인이 최근 세금을 체납하면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는 취지다.

전세사기 의혹에 휩싸인 임대인은 동탄·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C씨 부부로 알려졌다. C씨 측은 이날 기자가 방문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전세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이 사무소는 폐업했지만, 지난달 새로운 공인중개사가 인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온 피해 호소글에도 특정 공인중개사를 통해 오피스텔이 위탁 운영돼 왔는데, 이 중개사사무소가 폐업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처럼 인수 절차를 거쳐 대표가 바뀐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사업체 인수를 받을 때는 이번과 같은 논란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어 우리도 피해를 보게 된 상황"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들과도 대응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지역에서는 (C씨가) 유명 인물이다. 공인중개사들에게 공동중개 명목으로 자신들 물건이 많으니 빼달라(임차인 소개해달라)는 홍보문자를 뿌리기도 했다"며 "일대 오피스텔들은 2년 전부터 역전세가 심해져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1천~1천 5백만 원 정도 더 비쌌기 때문에 다급히 전세를 잡은 세입자 입장에서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공인중개사사무소 앞에 붙여진 보증보험 관련 홍보물. 박창주 기자


이런 가운데 경찰은 전날 사기 혐의 등으로 사건을 정식 입건 후 C씨 부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해서 들어온 신고에 대해 정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사 사안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안의 피해자 중 삼성전자 직원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삼성전자 측은 관련 직원 실태를 조사하는 등 후속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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