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0~2세 소규모(가정)어린이집은 돌봄기관인가? 교육기관인가?
정부는 영·유아 중심의 질 높은, 새로운 교육·돌봄 체계 마련을 위한 유보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영·유아 교육, 돌봄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유보통합의 정책 대상 연령은 0~5세이다. 저출산, 인구감소로 인한 소규모(가정) 어린이집의 폐원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정부에서 준비하는 유보통합 추진 방향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보통합의 핵심 내용 중의 하나는 유치원, 어린이집 교직원의 격차 해소이다. 베이비뉴스는 이러한 격차 해소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소규모(가정) 어린이집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사)서울시가정어린이집연합회(회장 김민정)와 함께 기획연재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사)서울시가정어린이집연합회는 정부의 2025년 국민안심 책임교육·돌봄을 실현하기 위한 만 0~5세 유보통합 추진방향을 바라보며, 이를 바탕으로 영·유아 보육·교육(ECEC)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고 지금까지 영아보육전문 운영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보육현장의 바람을 안고 기관별 영유아 이용 현황에 대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서 다섯 번째 기획연재를 준비했다.
먼저 보육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보육(保育)이란 가정 등에서 유아 및 아동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 양육하고 영유아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보육시설 및 가정양육 지원에 관한 사회복지 서비스로 배려와 교육이 일체화된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보육이란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된 계기는 1991년 1월에 제정된 영유아보육법으로 영·유아의 보호와 교육을 동시에 중시하며 기존의 '탁아'라는 용어를 '보육'으로 대체했다. 영유아보육법(2005.1.29) 제3조에서 보육은 영·유아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제공돼야 하며,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영유아는 자신 또는 보호자의 성,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및 출생지역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보육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데커(Decker,1984)는 보육이란 영아에서 초등학생까지의 연령에 해당하는 자녀를 부모가 일하는 동안 보호 및 교육해주는 것이라고 했으며, 김영모(1995)는 영·유아 보육은 아동의 보호와 양육 및 교육적 서비스가 통합된 개념으로, 강영삼(2006)은 보육의 법적 의미로 영유아보호법에 의거, 설치된 보육시설(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양육서비스로 기본생활습관을 형성해주고 나아가 전인적인 발달을 도모해주고자 하는 사회복지 차원의 활동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현대적 보육의 개념에 영유아의 발달 특성에 적합한 교육이란 개념을 추가하여 정의하고 있다(윤애희 외, 2006).
그러나 언젠가부터 어린이집의 교육은 돌봄, 유치원의 교육은 교육으로 기관의 성격을 규정짓는 우를 범하고 있다. 돌봄이란 용어는 1992년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간호학 논문에서 처음 사용되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돌봄이란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돌봄의 사전적 의미는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로서 보육의 개념보다는 관심을 두고 보살펴 챙기는 정도다. 따라서 보육은 보호와 교육의 이분법적 논리가 아닌 보호와 교육의 통합된 개념으로서 현재 영유아가 다니는 모든 시설에서 보호(돌봄)와 교육이 모두 이뤄지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21년 영유아 주요 통계에 실린 [표1] '설립유형별 유치원‧어린이집 영유아 비중'에서 유치원은 사립/민간 유치원이 70%, 국공립유치원이 30%를 보육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민간 어린이집이 45.2%, 국공립 어린이집이 22.7%, 가정 어린이집이 17.6%, 사회복지법인이 6.1%, 직장이 5.5%, 법인단체 등이 2.6%, 부모협동이 0.3%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표2] '유치원‧어린이집 이용 연령별 영유아 수'(2021)를 살펴보면 인구 110만 8509명 중 만3세~5세 유아가 유치원 58만 2274명(52.53%), 어린이집 50만 5776명(45.6%)이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만0~5세 영유아 194만 3208명 중 유치원 이용은 58만 2274명(29.96%), 어린이집 이용은 117만 9853명(60.7%)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 제9조에 따라, 3년마다 실시되는 법정조사인 보육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해에는 어린이집 이용 가구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2년 어린이집 이용자 만족도 조사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 자녀를 둔 1,000가구를 대상으로 영아 34.3%, 유아 65.7%의 비율로 방문면접 조사한 결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동발달을 위한 교육을 위해서' 41.0%, '생업·취업으로 직접 돌보기 어려워서' 39.4%,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14.6%로 응답했다. 특히 아동발달을 위한 교육을 위해 어린이집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2020년 21.4%에서 2022년 41.0%로 약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표3] '2022년 어린이집 이용 만족도' 조사는 5점 척도 기준 평균 4.08점으로,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가 평균 4.35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법인·단체 등 어린이집 4.28점, 가정 어린이집 4.17점,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4.14점, 국공립 어린이집 4.11점, 민간어린이집 3.98점 순으로 조사됐다.
우리는 만 0~2세 영아기 발달 단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영아기는 출생에서 만 2세까지로 신생아로 태어나 먹고 자고 배변하기에서 차츰 몸을 조절하기 시작하며, 2개월 이후가 되면 사회화의 기초가 되는 타인과의 눈 맞춤이 가능해진다. 3개월 무렵의 영아는 오감을 통해 주변세계 인지, 4~5개월부터는 뒤집고, 앉기도 하며 심리적 유대감이 형성되고, 8개월 무렵에는 기어다니고 첫돌 전후로 걸음마 시작하는 등 출생 후 첫 1년간은 신체와 뇌의 성장이 급속도로 발달해 '성장 급등기'라고도 한다. 물론 영아별 개인차가 있다.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신체, 인지, 사회정서, 언어적 측면에서 급속한 성장이 이루어지므로 영아와 양육자 간의 안정적인 애착 관계 형성은 향후 대인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 0~2세 영아기의 부모와 보육기관의 어린이집 교사는 영아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영아의 요구에 민감하고 긍정적으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23년 1월부터 보건복지부에서는 출산이나 양육으로 인한 소득감소를 보존해 가정에서 양육자와 아이가 행복한 시간을 보장하고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만 0세 70만 원, 만 1세는 35만 원의 부모급여가 지급되면서 특히 만 0세의 경우 가정보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가정보육의 장점으로는 자녀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자녀가 관심 있어 하는 것과 부모의 가치관 등을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어 부모의 육아관만 확실하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양육지식 부족과 양육 도움 부재로 인한 육아 스트레스로 하루종일, 매일같이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장하기에는 지속성이 매우 떨어질 우려가 있다. 물론 부모로서 영아기 발달 특성 및 중요성을 알고 양질의 양육을 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개인적‧사회적으로도 문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소중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되돌아볼 필요성이 있고,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유보통합 추진에서도 분명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개발된 복지시설 유니버셜디자인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용자 친화적 복지시설을 만들기 위한 기본원칙을 다양한 복지현장에 적용해 왔다. 유니버셜디자인은 '보편적인 디자인'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다양한 시민의 요구와 감성에 맞는 디자인 적용으로 배려하는 '디자인 복지'를 향한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보다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계획이 더해져서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이들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품격 높은 어린이집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목적을 두고 있다.
어린이집 유니버셜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영유아에게 어린이집은 학교와 같은 시설이 아닌 편안하고 친숙한 집과 같은 생활공간이 될 수 있도록 심리적으로 안락함을 주고 친숙한 보육환경을 만들어서 집에서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학습하며, 건강하고 바람직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긍정적 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소규모(가정) 어린이집은 서울시의 어린이집 유니버셜디자인이 담고 있는 목표와 방향에 가장 적합한 기관으로 볼 수 있다. 영아들이 생활하는 가정환경처럼 친숙하고 매우 근접하고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내 집과 같은 구조의 환경에서 더욱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환경 제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부합한다.
이와 같은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영아 전문가'의 세심한 보살핌과 만 0~2세 영아의 연령별 특성 및 개별적 발달 특성을 고려해 돌봄과 교육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 소규모(가정) 어린이집이야말로 영아의 전인적인 발달 및 성장을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므로 영아들의 양육을 어려워하는 MZ세대 엄마, 아빠에게 소규모(가정) 어린이집은 육아의 동력자로, 선배로서 소통하는 영아전문 보육기관으로 안정적인 보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아낌없는 지원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또한, 정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보통합에서 소규모(가정) 어린이집을 '영아를 위한 독립적인 기관'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강영삼(2006) '한국보육정책의 문제와 과제', 국민대학교 교육연구소 교육논총 제26집 제2호 2007.02 pp.53-65
경인일보, 2023.4.13 '돌봄과 교육의 분리는 철저한 성인의 관점'
김영모(1995) '한국영유아보육정책의 과제와 방향',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한국영유아보육학 Vol.0 No.2 pp.1-14
김운삼, 김일태 (2020), '영·유아 무상보육 확대정책에 따른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산업진흥연구 Vol.5 No.2 ,pp.59-69
보건복지부, 2022 어린이집 이용자 만족도 조사
서울시, 복지시설 유니버셜디자인 가이드라인 ver.2
윤애희 외(2006), '보육개론과 영·유아 보육 프로그램' 서울 : 창지사
육아정책연구소, 2021 영·유아 주요통계
Decker(1984) 'Planning and administering early childhood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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