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이관희, 다음 시즌에는 결과로 보여줄까?

김종수 2023. 4. 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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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중인 4강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드 포지션이다. 고양 캐롯은 팀사정이 좋지않은 가운데 정규시즌 내내 토종 1옵션으로 팀을 이끌어왔던 전성현(32‧188.6cm)마저 몸상태, 컨디션 등의 문제로 정상 가동이 되지않고 있다. 어쩌면 플레이오프 진출팀중 최약체라 할 수 있는데 명장 김승기 감독의 지휘 아래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프로 2년차 듀얼가드 이정현(23‧187cm)의 활약은 대단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팀내 다른 옵션이 없어 대놓고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어지간한 외국인득점원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캐롯을 멱살 잡고 끌고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팀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의미있는 플레이오프를 보내고있는 모습이다.


디펜딩 챔피언 SK는 올시즌 우승에 도전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시즌 팀을 우승을 이끈 토종 빅3중에 무려 2명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안영준은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를 이행하고있으며 최준용같은 경우 크고작은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거의 뛰지못했다. 현재 몸상태와 컨디션을 등을 감안했을 때 챔피언결정전에서의 복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가운데 노장 김선형(34‧187cm)은 나이를 잊은 대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운동능력을 뽐내는 가운데 손끝 감각이나 경기를 읽는 눈은 더욱 노련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전에는 공격형 가드로서만 명성이 높았지만 올시즌에는 게임을 조립하고 조율하는 능력까지 돋보이는 모습이다.


이정현과 김선형이 대들보같은 활약으로 팀을 이끌고있다면 반대의 의미로 주목받고있는 선수가 있다. 다름아닌 창원 LG 이관희(35‧189.1cm)다. 최근 이관희는 매시즌 화제선상에 오르고 있다. 기량과 활약으로 시선을 받는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아쉽게도 늘 다른 부분에서 도마 위에 오르고있는 모습이다.


이관희는 이대성, 두경민과 함께 '에고 삼총사'로 불린다. 양동근, 김선형 등 빼어난 실력에 더해 겸손한 유형의 선수들과 달리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내가 000이다'는 식의 넘치는 프라이드를 외부에까지 표현하는 성격인지라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물론 자신감 자체는 나쁠 것 없다. 운동에서 기세나 자신감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크다.


재능이 있어도 소심해서 꽃을 다피우지 못하는 케이스도 적지않은 상황에서 차라리 이관희같이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높은 유형이 성장하는데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한 부분이 있기에 당초 기대치에 비해 더 많이 발전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그러한 성향을 지나치게 외부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인데 그것이 이관희의 성장 방향이라면 개성의 일부로 봐줘도 나쁠 것 없다는 의견도 많다. 그동안 국내에 그러한 캐릭터들이 매우 드물었기에 낯선 것 뿐이다.


에고 3총사에 대해서 자주 나오는 말중에 하나는 사용법이 어렵다는 부분이다. 이는 이관희 역시도 마찬가지다. 수비에 재능이 있는지라 궂은일 위주로 성장하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는 초창기 평가에 비해 현재는 공격을 즐기는 유형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거기에 BQ가 높지않으면서도 볼을 오래 소유했을 때 컨디션이 살아나는 스타일인지라 경기마다 기복이 심하다. ‘몸에 맞지않는 옷을 억지로 고집하고 있다’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반대로 사용법만 잘가져가면 이관희는 코트에서 온몸을 불사를 수 있는 선수다. 농구에 대한 열정이 워낙 높은 선수인지라 적당히 기분을 맞춰주면서 팀과의 시너지를 최대한 낼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이해를 시킬 경우 에너자이저 역할도 가능해진다. 올시즌 조상현 감독 또한 이관희에 대한 간섭의 폭을 넓혀가면서 어르고 달래며 사용법을 잘가져갔다는 평가다.

 


이관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도발 혹은 이슈 만들기다. 사실 그가 늦게라도 이름을 알리게된 데에는 기량보다는 그러한 부분이 먼저였다. 특히 연세대 선배 이정현을 향해 적지않은 시간동안 이빨을 들이대며 으르렁거린바있는데 그로인해 포탈 사이트에 연관 검색어가 만들어지는 등 톡톡히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정현에 대한 이관희의 적개심이 절정에 달한 것은 전주 KCC시절이었다. 이관희는 이정현에 대한 직접적인 저격보다 KCC를 조롱하고 저격하는 듯한 멘트 등으로 간접적인 공격을 많이 가했는데 그로인해 나중에는 다른 선수들과의 충돌도 종종 일어났다. 아이러니한 것은 막 도발이 시작되었던 안양 KGC 시절은 그렇다치더라도 이정현이 서울 삼성을 옮겨가자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는 부분이다.


'왜 하필 KCC시절에만 그랬느냐. 이정현이 아닌 KCC라는 팀이 싫었던 것을 다른 방식으로 이용한것 아니냐'는 얘기가 팬들 사이에서 적지않게 나왔던 이유다. 이관희로 인해 이정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당사자만 알일이지만 이관희의 무지성 공격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한 KCC팬들도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해일 가능성도 높다. 한두해도 아니고 여러시즌에 걸쳐서 그러다보니 이정현에 대한 이관희의 열정(?)이 식었을 수도 있고, 왜 그러는지에 대한 이유를 전혀 밝히지않아 언론과 팬들의 관심또한 사그러진 부분이 크다. 무수한 추측이 오갔지만 당사자들이 입을 닫고있어 도발 자체가 식상해져 버렸다.


SK와의 이번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이른바 ‘마네킹 발언’으로 화두에 올랐다. 이관희는 시리즈를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SK에는 좋은 수비수들이 있지만 나에게는 한 명의 마네킹일 뿐이다"고 말했다. 특유의 자신감과 함께 도발의 성격이 묻어나는 발언이었다.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틀에 박힌 말만 나오는 상황에서 저런 흥미로운 멘트도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이관희가 저런 말을 할 커리어와 실력의 선수인가?'라며 진지하게 반응하는 팬들도 적지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는 SK의 기세를 올려주는 역할만 하고 말았다. SK 선수단은 흥분하며 맞대응하기보다는 서로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자극으로 이를 받아들였고 경기력을 통해 되갚아주었다.


마네킹으로 지목되었던 선수들이 공격을 성공시킬 때마다 이관희의 세레머니를 따라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대해 이관희는 후회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석에서까지 감정 싸움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큰 경기를 앞두고 그정도 승부욕은 보여줄만하다는 것. 실제로 마네킹 발언은 시리즈내내 화제였고 LG와 SK의 4강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흥미요소로 작용했다.


이관희 입장에서는 단지 결과가 아쉬웠을 뿐이다. NBA에서는 큰 경기를 앞두고 주축 선수들끼리 상당히 수위 높은 도발성 멘트가 오가기도 한다. 감정 대립적인 부분도 있을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기싸움의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그러한 도발을 갚아주느냐 혹은 갚지못하고 당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스토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올시즌 이관희는 도발을 한후 당한 쪽이었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부분이다. 만약 도발후 진짜로 SK 수비가 감당하지못하고 무너졌다면 4강전의 히어로는 이관희가 되었을 공산이 크다. 드라마틱한 반등은 아니더라도 노력파 이관희는 매시즌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다음 시즌에는 도발과 함께 실력으로도 리그 정상의 위치에 설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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