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에 62조원 쏟아붓는 EU…"힘겨운 싸움 될 것"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생태계 자립을 위한 'EU 반도체법'(EU Chips Act) 최종안을 확정했다.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강화해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지금의 두 배 수준인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목표다. 반도체 업계는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지만, EU가 미국·아시아와의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U 반도체법에는 반도체 산업에 430억유로(약 62조원) 규모의 투자를 동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EU 회원국들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7년 이내에 반도체 생산 규모를 4배로 늘려야 한다.
이 법안에 따라 EU는 반도체 기술 역량 강화 및 혁신 촉진을 위해 33억유로를 투입한다. EU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모니터링 및 위기 대응 체계도 도입할 예정이다. 더불어 EU 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생산시설(통합 생산설비 및 개방형 파운드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근거를 마련한다. 해당 시설은 EU 내에서 최초로 도입되는 설비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고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약속해야 한다.
EU는 당초 첨단 반도체 생산 공장에만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었으나, 최종안에서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오래된 반도체 칩 연구개발(R&D), 설계 시설 등을 포함한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 전체를 지원 대상에 넣어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합의는 EU가 경쟁력 있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며 "유럽 청정기술(클린테크) 산업에 힘을 실어주고 디지털 주권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도 "반도체법을 통해 EU는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주권 확립을 위해 나선 건 EU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자국 내 반도체 연구 및 디자인, 제조에 보조금 등 520억달러(약 69조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미국 경쟁법안'을 발효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11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일본, 대만, 중국 등도 자국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선 상태다.
일부 전문가들은 EU가 뒤늦게 반도체 경쟁에 뛰어든 만큼 고군분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리서치업체인 라디오 프리 모바일의 리처드 윈저 창업자는 EU 반도체법 최종안이 도출되기 전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EU의 보조금은 아시아 국가들이 제공하는 보조금보다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이는 EU의 야심에 제동을 걸 것"이라며 "유럽과 미국은 아시아와 경쟁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의 분석가 폴 트리올로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과 마찬가지로 EU가 놓쳐선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은 산업을 지탱하는 반도체 공급망을 얼마나 많이 EU로 이전할 수 있는지다"고 말했다. 유럽정책분석센터의 크리스토퍼 사이테라 연구원은 폭스비즈니스에 "미국은 연방의회에서 보조금을 승인받을 수 있지만 EU에서는 27개 모든 회원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EU의 관료주의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투자를 계획 중인 반도체 업체들은 EU 반도체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독일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미국 인텔은 이 법안에 따라 EU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게 될 예정이다. 인텔 측은 "EU가 미래 번영을 확보하기 위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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