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회장이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라고?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최근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고'인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와 관련하여, 등기부상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의 책임주체인 경영책임자로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대표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책임주체인 안전보건책임자로 보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위 사건에서 검찰은 그룹 회장이 ①채석 산업에 종사해 온 전문가로서 사고 현장의 채석 작업 방식을 최종 결정하였다는 점, ②생산목표 달성을 위해 법인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에게 안전보건 업무 등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내리는 등 실질적·최종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점, ③안전보건 업무를 포함한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필요성이 컸고, 실제로 각종 정기보고와 지시를 통해 주요사항을 결정한 점 등을 근거로, 경영책임자로 판단하여 기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는 안전보건확보의무의 주체이자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은 경영책임자의 의미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의 모호성 때문에 기업 조직 내에서 누가 경영책임자로 판단되어야 하는지는 계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이와 관련된 논쟁의 핵심은 법인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소위 CSO)을 둔 경우, 법인의 대표이사와 CSO를 모두 경영책임자로서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킬지, CSO만을 경영책임자로 보고 대표이사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인지 여부였다. 많은 기업들이 CSO 중심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했음에도 현재까지 검찰이 기소한 14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은 모두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기소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경영을 총괄하면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갖는 회사의 대표자는 대표이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사안에서 검찰은 이러한 해석론을 넘어서, 회사의 대표이사나 CSO가 아닌 해당 회사가 소속되어 있는 기업집단의 총수, 소위 '회장'이라고 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책임주체인 경영책임자로 해석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반면에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라고 하더라도 안전보건 업무에 관하여 실질적·최종적인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없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이번 기소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만약 이번 기소사례와 같은 논리대로라면 지주회사나 모회사를 중심으로 톱다운(top down)식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 오히려 총수가 처벌을 받을 위험성이 높아지는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지주회사나 모회사를 중심으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집단들이 많은데, 그 목적은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한 기업집단일수록 안전관리에 관심이 높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의 안전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점검결과에 따라 가점이나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계열사 안전관리체계를 관리한다. 그런데 이러한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소사례의 논리에 의하면 이러한 관리체계를 가진 기업집단일수록 중대재해가 나는 경우 총수가 중대재해처벌법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기소의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기소사례가 향후 재판과정에서 그대로 인정될지도 미지수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기본법리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파생되어 온 것이고,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기준법의 일부로 되어 있다가 독립한 법률로서 기본적인 법률관계는 근로기준법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의 책임주체나 전달체계는 근로기준법의 사용자 개념 등으로부터 한계가 설정된다. 법인의 벽을 넘는 산업안전보건법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 그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책임 법리에 의해 하청 근로자의 산업재해에 대해 도급사업주가 책임을 부담할 수는 있으나, 그 때도 어디까지나 도급사업주의 내부조직을 구성하는 안전보건책임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기 도급사업주의 외부에 있는 기업집단의 총수 등이 책임을 지는 경우란 상정하기 어렵다. 법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책임은 매우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기소사례의 재판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기소사례를 놓고 기업집단의 경우 항상 총수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이번 기소에도 불구하고 법리적으로 대표이사 또는 회장의 직위에 있는 사람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사업체의 경영방식, 안전보건업무에 관한 보고·승인·실행 체계 등 실체 관계를 살펴 경영책임자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번 기소는 해당 사례의 기업집단의 특수성이 반영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다만 이번 기소사례에 나타난 검찰의 입장에 의하면 앞으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 뿐만 아니라 해당 회사가 소속되어 있는 기업집단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한편,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에 관한 실질적·최종적인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정리할 필요성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주회사나 모회사를 중심으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에는 현재 체계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괜히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아닌지를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구체적으로, 안전보건 업무에 대해 자회사 등에 가이드라인 등을 주는 것은 가능한지, 가이드라인을 준다면 강제성을 부여할 것인지 권고사항으로 할 것인지, 자회사로부터 안전보건업무에 대해 보고를 받을 수 있는지, 보고를 받는 경우 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보고내용을 평가한 것을 자회사에게 피드백할 것인지, 피드백의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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