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배려없는 화면 앞 20분간 쩔쩔… 키오스크는 차별의 벽”

권도경 기자 2023. 4.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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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강윤택(44) 씨는 얼마 전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가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옆에서 20분 동안 하염없이 서 있었다.

비장애인 기준으로 설치된 키오스크에선 들리는 것도 만져지는 것도 없어 주문할 수 없었다.

LG전자 등 주요 업체 수십여 곳이 장애인용 키오스크를 개발 중이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연내 장애인용 키오스크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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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장애인의 날… 불편 여전
음성안내 없고 터치도 힘들어
행인·직원에 도움요청도 부담
정부, 제도개선으로 불편 최소화
기업도 ‘점자기기’ 등 개발 한창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장에서 한 장애인이 자율형 모빌리티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일곱 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강윤택(44) 씨는 얼마 전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가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옆에서 20분 동안 하염없이 서 있었다. 비장애인 기준으로 설치된 키오스크에선 들리는 것도 만져지는 것도 없어 주문할 수 없었다. 키오스크 주문만 가능한 시간대라 직원 도움조차 받을 수 없었다. 강 씨는 “아이들마저 햄버거를 쉽게 사 가는 모습을 느꼈는데, 구걸하는 것도 아닌데 똑같은 돈으로도 주문하지 못해 서글프고 위축됐다”고 말했다. 행인이나 직원 도움을 받더라도 미안한 마음에 추가 메뉴나 할인카드 적용 등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 주문을 부탁하지 못할 때가 다반사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있지만, 강 씨는 “장애인들에게 키오스크는 ‘유리벽’일 뿐”이라며 “키오스크 앞에선 불편하단 말도 사치”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공기관부터 식당·카페·영화관·편의점 등 민간시설까지 빠르게 보급된 키오스크가 장애인과 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또 다른 차별로 작용하고 있다. 편의성은 높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비장애인 기준으로 만들어져 장애인과 노약자가 쉽게 사용할 수 없어서다.

19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은 내년부터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 말부터 공공기관 키오스크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해 전면에 점자 블록이 설치되거나, 음성 안내를 제공해야 한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 발판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 등을 확보해야 한다. 키오스크 사용 중 오류가 생기거나 문의 사항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수어·문자·음성 등으로 운영자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중계 수단도 있어야 한다. 공공에 이어 민간부문도 규모에 따라 순차 시행된다.

정부는 장애인 등 당사자들의 요구에 맞춰 제도 개선을 먼저 추진한 후 시장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목표다. 정부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쓸 수 있다면 노약자들도 쉽게 쓸 수 있어 결국 일반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 등 주요 업체 수십여 곳이 장애인용 키오스크를 개발 중이다. LG전자는 2020년 9월부터 장애인용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올해 선보일 키오스크는 촉각 키패드의 탑재 유무에 따라 2가지다.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저자세 모드와 저시력자 모드 등은 2가지 모델에 모두 지원된다. 시각디자인을 단순화해 장애인과 고령층이 조작하기 편하게 만들었고, 키가 작거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해서는 메뉴를 하단으로 내린 방식이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연내 장애인용 키오스크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맥도날드는 올 상반기 10개 매장에 음성지원 기능과 점자 키패드가 장착된 키오스크를 1대씩 설치한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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