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 했는데”…이제서야 나온 인천시 전세사기 피해 대책
인천시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대출 보증금 이자를 지원하고, 긴급주거지원 주택에 입주하는 피해자에게는 이사비도 지원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최근 청년 3명이 잇따라 숨지자 내놓은 ‘뒷북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9일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인천시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 대출이자를 2년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전세사기 피해 확인서를 발급받고 관련 소득 기준을 충족한 피해자들에게 그들이 과거 받은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이자 1.2~2.1%를 전액 지원하게 된다.
인천시는 다음 달 추경에 60억원이 반영되면 즉시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긴급주거지원 주택에 입주하는 피해가구는 가구당 150만원의 이사비를 지원하고, 18~39세 이하 청년이 월세를 원하는 경우 월 40만원씩 1년간 지원한다.
이 밖에 상수도 단수 예고는 유예 조치했고, 단전 유예는 한전에 협조를 요청했다. 다음달부터는 전세 법률지원을 확대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자살예방 심리지원 프로그램도 추가 운영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9개 군·구에서 인천 건축왕과 빌라왕·청년빌라왕 등이 소유한 주택은 3008가구이며, 미추홀구가 2523가구로 가장 많다고 밝혔다. 이어 계양구 177가구, 남동구 153가구, 부평구 112가구, 서구 32가구 등이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미추홀구가 2479가구이며, 1523가구는 이미 경매가 진행돼 87가구는 매각됐다.
하지만 이날 인천시의 대책은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인천시청에서 인천시에 지원 대책을 촉구하면서 집회와 1인 시위를 벌였다. 인천시는 그동안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가 최근 전세사기 피해로 청년 3명이 잇따라 숨지자 이번 지원책을 내놓았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는 ‘뒷북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인천시장과 미추홀구청장에게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그 때는 만나주지도 않았다”며 “고인이나 고인의 유가족이 지금의 대책을 듣는다면 오히려 화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장은 “유 시장은 수차례 면담 요청에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만나주지 않았고, 법원 경매 중지도 요청했지만 정부에서 할 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시장은 “전세사기 피해로 생활고를 겪다 숨진 청년 등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인천시는 그동안 전세사기 피해 지원센터와 긴급주거지원 주택 등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어려움을 위해 노력했으며 앞으로도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대책과 함께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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