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혼자서' 여행 가볼래요"…기차 체험한 장애인들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재밌어요! 기차 멋있어요! 다음 번엔 혼자서 목포까지 가볼래요!"
제43회 장애인의날(4·20)을 하루 앞둔 19일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역사 안은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가득찼다.
이날은 중증 지체 장애인으로 구성된 풍경복지센터 보호작업장 이용자(직원) 16명이 극락강역까지 통근기차 이용을 체험하기로 한 날.
중증장애인생산품을 만드는 풍경복지센터 이용자들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갖고있는 20~40대 남녀로 구성돼 있다.
승차권 구매 부스 앞에 한줄로 길게 선 장애인들은 한국철도공사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처음으로 티켓을 스스로 구매해봤다.
한 손에는 복지카드가 들려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고자 하는 목적지 역의 이름을 PC화면에서 찾아 꾹꾹 누른다. 복지할인도, 마일리지 적립도 꼼꼼하게 챙겼다.
처음으로 승차권 구매를 스스로 해낸 조아라씨(31·여)가 뿌듯함과 즐거움에 제자리에서 방방뛴다. "이거 뭐야? 이거 있으면 탈 수 있어요?" 몇번 되묻는다. 조아라씨는 자신을 칭찬하는 인솔교사에게 "다음 번엔 목포까지 혼자서 가보겠다"고 약속했다.
조씨는 "지난해 10월 센터에서 '뚜버기(뚜벅뚜벅 버스타고 기차타고) 여행' 때 목포를 가봤다. 그때 탔던 케이블카가 너무 멋지고 재밌었다"며 "살면서 혼자서 기차를 타본 적은 없는데 이제 승차권 사는 법을 배웠으니 혼자서 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혼자 가겠다"고 다짐했다.
잠시 뒤 이용자들은 탑승구 앞으로 내려와 기차를 기다렸다. 한국철도공사 직원들은 기차가 역 안으로 들어올 때 '타는 선' 안쪽으로 들어와 대기해야 안전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해서 교육했다.
이용자들은 탑승을 3분 앞두고도 떨림에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광주송정역'이 적힌 표지판을 배경으로 셀카 삼매경에 빠졌다. 정성빈씨(37)는 "기차는 빠르고 잘생겼다"며 "승차권 사는 것은 어렵지만 타는 것은 좋다. 얼른 타고 싶다"고 기대했다.
잠시 후 오전 10시21분 광주송정역에서 극락강역으로 향하는 통근열차가 역 안으로 들어왔다. 장애인들은 열차 안에 탑승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역인 극락강역으로 향했다.
열차는 극락강역에 오전 10시28분 도착하는 것으로 운행시간은 겨우 '7분'에 불과하지만 장애인들은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누구보다 즐거워 했다.
이들은 차창너머로 자신들이 다니는 센터 앞 건널목을 찾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아는 간판을 가리키고 글자를 따라 읽거나 예전에 기차를 타봤던 경험을 서로 공유했다.
잠시 뒤 극락강역에 열차가 도착하자 장애인들은 신이 나 역 안으로 뛰어갔다. 노랗게 꾸며진 역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건널목을 건널 때는 철도공사 직원의 안내에 맞춰 손을 들고 건넜다.
철도공사 직원들은 '건널목'이 왜 위험한지, 지난해 건널목 사고가 몇 번이나 있었는지 등을 교육하며 "신호등에 불이 들어올 땐 건너지 말아야 하고, 그 외에 건널 때는 조심해서 손을 들고 건너라"고 설명했다.
최용선씨(26)는 친구들과 함께 역사 안에 비치된 역장 제복 입기 체험을 했다. 멋진 제복을 입은 최용선씨가 안경을 고쳐쓰고, 옷 매무새도 다시 만진다. 친구들과 서로의 모습을 보며 놀리기도, 멋지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최씨는 "옷 입어보니까 좋다"며 "이렇게 멋진 옷을 입은 역장님들이 역을 예쁘게 가꿔주시니까 더 좋은 것 같다. 오늘 열차 체험은 짧았지만 앞으로 오늘 배운대로 혼자서 열차 표도 사고 이용도 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동행한 직업훈련교사 서영신씨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해주신 한국철도공사에 감사하다"며 "성인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돼야 한다. 평소에도 여러 기관에서 장애인들의 주간보호와 자립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철도공사 광주전남본부 제16기 주니어보드(사내 젊은 실무자들로 구성된 단체)가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기획했다.
주니어보드 부의장을 맡고 있는 직원 윤동현씨(29) 역시 청각장애를 갖고있어 장애인 채용 전형을 통해 한국철도공사에 입사했다.
윤동현씨는 "입사 이후에도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도 장애인의 날을 맞아 뜻깊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매년 꾸준히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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