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임차인 앞세워 ‘전세대출 사기’ 일삼은 일당,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법원 전경. 연합뉴스

전세대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허위 임차인을 앞세워 총 5억84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전세대출 사기’ 일당이 징역 1년 4월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제2-3형사부(이순형 판사)는 지난 11일 사기죄로 기소된 A(54), B(55)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4월을 선고했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 1년 4월과 1년 2월을 선고했다.

A 씨는 주택 임차인이 일정한 서류를 갖춰 신청하기만 하면 임차인의 실거주 여부만 확인하고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전세자금의 약 80%까지 대출이 된다는 사실을 악용했다. A 씨는 허위 임차인을 통해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그 자금을 주택 매수 비용으로 썼다. 그 후 임차인을 다른 곳으로 무단 전출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임대차권의 대항력을 박탈한 다음, 그 주택을 담보로 또 다른 대출을 받는 전형적인 ‘전세대출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A 씨는 지난 2018년 지인들을 각각 허위 임대인, 임차인으로 내세운 뒤 시중은행으로부터 2억6400만 원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주택 매매대금을 2억6400만 원에서 3억6000만 원으로 부풀려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작성했으며, 전세보증금을 임의로 3억3000만 원으로 정해 전세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후 같은 해 A 씨는 B 씨로부터 ‘전세대출 사기’ 범행수법으로 대출을 받게 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같은 수법을 저질러 시중은행으로부터 3억2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원심은 이들에게 1년 4월을 각각 선고했고, A 씨와 B 씨는 모두 항소했다. 특히 A 씨는 전셋집을 구하고 있던 임차인과 임대인을 연결해준 것일 뿐이며, 전세대출 사기에 가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이 사건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했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다수의 동종 범죄 전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누범 기간 중임에도 또 다시 동종의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정상을 엿보기 어려운 점 등을 판결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B 씨에 대해선 수사단계부터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고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피해 변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