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EU도 반도체법 합의… “2030년 세계점유율 2배 이상 확대”

공공·민간 62조원 규모 투자
공급망 재조정… 아시아 의존 줄여
정부 “한국 직접적 영향 적을것”

유럽연합(EU)이 18일(현지시간) 역내 반도체 산업 역량 제고를 위해 총 430억 유로(약 62조 원) 규모의 반도체법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으로, 미국에 이어 EU까지 ‘반도체 대전’에 뛰어든 것이다.

로이터통신,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반도체법 3자(EU 집행위원회·27개국 대표 이사회·유럽의회) 협의가 최종 타결됐다”고 밝혔다. 반도체법은 지난해 집행위가 제안한 법안으로, 현재 9% 정도인 EU의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배 이상인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공공 및 민간 투자에 430억 유로 이상을 동원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기존 대비 반도체 생산량을 최소 4배 이상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브르통 위원은 “법안을 통해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확보할 수 있어, 아시아에 대한 집단적 의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이번 합의를 통해 경쟁력 있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역외 기업에 대한 명시적인 차별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이 EU에 위치하고 있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적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법안을 통해 EU의 반도체 제조 역량이 강화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수출 기회 확대로 이어져 기회 요인도 병존한다”고 전망했다.

김현아·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