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직지’ 공개와 문화재 공유

박동미 기자 2023. 4. 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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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이 50여 년 만에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공개됐다는 소식에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따라서 전시 때마다 한국 측의 압류나 몰수를 염려하는데, 실제로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직지 전시를 추진했을 때,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한시적 압류 면제법'(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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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미 문화부 차장

“돈 주고라도 사 와야 한다” “한국에 있었다면 오히려 소실됐다” “우리 것을 다른 나라에서 봐야 하다니 착잡하다” “해외에 두고 홍보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이 50여 년 만에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공개됐다는 소식에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직지는 고려 때 승려 경한이 편찬한 책으로, 구텐베르크의 성경보다 78년 앞선 인쇄본이다.

반세기 만에 수장고를 나온 직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건, 이번 전시로 인해 세계 인쇄사에 있어서 직지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드러나서일 터. 무엇보다, 2011년 같은 도서관 소장 외규장각 의궤가 국내 반환된 사례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병인양요 때 반출된 외규장각 의궤와 달리, 직지는 조선 말기 주한 대리공사를 지낸 콜랭 드 플랑시가 구매해 가져갔다는 게 정설이다. 즉, 약탈 문화재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국제법상 환수가 불가능하다. 또, 문화 자산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대에, 환수만이 능사도 아니다. 최근 각국의 문화재 정책도 ‘소유’보다는 ‘공동의 유산’으로서 활용하는 것을 지향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귀한 ‘우리’ 유물이 단 한 번도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50년 만의 공개가 화제지만, 그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게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였다고 하니, 고향을 떠난 지 벌써 120년도 더 되지 않았나.

그동안 국내 문화재 관련 기관들이 직지의 국내 전시를 추진해 왔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굴곡진 역사 탓에, ‘해외 소재 문화재’라고 하면, ‘빼앗긴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그러한 국내 정서는 해외 소장처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전시 때마다 한국 측의 압류나 몰수를 염려하는데, 실제로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직지 전시를 추진했을 때,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한시적 압류 면제법’(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 제정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자칫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까지 불가능해질 수 있어서다.

국제법과 국가 간 실익, 국민의 염원 등 문화재를 둘러싼 현실은 날로 복잡해지고 있다.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이 있고, 있는 자리에서 더 많은 이에게 문화유산 향유의 기쁨을 제공해야 할 것도 있다. 한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니, 문화재 관련 기관들과 학계, 전문가들의 묘안이 점점 더 절실해진다.

이번 전시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뚫고, 인류의 자산인 직지의 공유 방식을 새로 모색하게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화재청은 도서관과 업무협약을 체결, 공동 연구의 가능성을 열었고,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번역과 홍보, 강연 등을 돕고 있다. “신뢰 관계를 쌓는다면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한 김정희 재단 이사장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 직지가 먼지 쌓인 수장고를 벗어났다는 것, 프랑스와 한국에서 동시에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 차곡차곡 쌓인 신뢰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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