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수감 중인 조폭 출신 마약사범, 국내로 필로폰 유통하다 적발

김태희 기자 2023. 4. 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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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압수하고 있는 경찰.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마약류 범죄로 필리핀에 수감된 조직폭력배가 암호화 메신저 앱을 통해 국내에서 마약을 유통하다가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도권 지역 조폭 출신 A씨(40대)를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마약류 유통·판매책 25명과 매수·투약자 33명 등 총 58명을 검거하고 혐의가 중한 유통책 20명과 매수자 3명 등 23명을 구속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이민국 수용소에 수감 중인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에 멕시코산 필로폰 3.5㎏, 시가 116억원 상당을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12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앞서 A씨는 국내에서 마약류 범죄를 저지른 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2018년 10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A씨는 필리핀 도주 2년여 만인 2020년 9월 현지에서 폭력죄 등을 저지르다가 검거됐다.

A씨는 수감 이후에도 수용소 내에 휴대전화 반입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했다. A씨는 수용소에서 알게 된 국적 불상의 외국인을 통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B씨(40대)를 소개받아 그에게 국제 특별수송 화물로 필로폰을 전달했다.

A씨는 동시에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등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며 국내에서 판매책 역할을 할 공범을 모집했다. 그는 판매책들이 잠적이나 도주, 자수할 것에 대비해 신분증과 함께 300만~1000만원의 보증금을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공범들이 필로폰을 판매할 때마다 건당 수만원의 비용을 지급했다.

B씨는 A씨로부터 받은 필로폰을 ‘던지기’(특정 장소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찾아가는 방식) 수법으로 판매책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책은 또다시 하위 판매책들을 통해 매수·투약자들에게 팔았다.

경찰은 필로폰 단순 매수자 1명을 검거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윗선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이들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경찰은 이들 조직으로부터 필로폰 2.6㎏, 합성 대마 46팟, 액상 대마 13팟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한 피의자 중 20대 초반 C씨 등 4명에 대해서는 범죄단체조직죄도 적용했다. C씨 등이 마약류 포장·운반·판매 등 역할을 분담하고, 범행 및 체포 시 행동 강령을 마련하는 등 범행을 공모한 점에 미뤄 필로폰 유통 조직을 별도로 구성했다고 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총책 A씨를 조속히 국내로 송환하고 필로폰을 매수・투약한 혐의자들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마약류 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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