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월담' 윤종석 "어머니가 처음으로 제 작품 보고 우셨어요" [인터뷰 종합]
[OSEN=연휘선 기자] "말 그대로 '월담'했어요. 과정의 가치를 얻었거든요". 배우 윤종석이 '청춘월담'을 통해 연기자로서나 인간적으로 한 차원을 뛰어넘었다.
지난 11일 종영한 tvN 드라마 '청춘월담'은 저주에 걸린 왕세자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천재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이 가운데 윤종석은 왕세자 이환(박형식 분)의 벗 한성온 역을 맡아 극 중 '조선의 엄친아'이자 살인사건으로 몰린 정혼자 민재이(전소니 분)를 두고 사랑과 우정 사이 다채로운 고민과 성장을 보여줬다.
윤종석은 "11개월 반동안 촬영을 했다. 거의 한 해를 같이 보내면서 많은 추억이 있는데 그게 고스란히 드라마에 녹은 느낌이다. 의미가 깊다. 촬영 작품 중 제일 길게 임했다. 여유 있어서 좋았던 것도 있었다. 확실히 또래 배우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라며 '청춘월담'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
특히 그는 "제목에서 '청춘'이라는 워딩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젊은 나이, 세대가 아니라 넘어야 할 목표가 있거나 성장할 구간만 있으면 나이를 불문하고 청춘이라고 생각했다. 이 현장을 겪으면서. 그 이유는 감독님들 스태프 분들, 또는 제 나이 또래 모두가 이 작품을 찍으면서 성취나 '월담'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성장을 했던 것 같다. 현장에서 너무 재미있게 한명씩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윤종석은 "스스로 제일 '월담'한 건 이 현장에서 가슴 깊이 와닿은 게 있었는데 과정의 가치랄까 그걸 제일 많이 얻은 것 같다. 평소에 저였거나 예전의 저였다면 과정보다 결과의 가치, 성과의 가치 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포커스를 맞췄던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이 드라마에서도 어떤 사건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것처럼 이 드라마를 찍어가면서 성과에 대한 가치가 아니라 과정에서 얻은 가치를 배운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테면 제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저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조금 막연했다. 왜냐하면 그냥 따뜻한 이미지, 포근한 이미지, 열정적인 이미지, 뭉뚱그려 생각했다. 지금은 이 사랑이라는 워딩을 조금 더 깊이, 나아가서 생각할 지점이 된 것 같다. 예를 들면 사랑은 아무 이유 없이 조건 없이 내어주는 거다. 그냥 전달해주는 거다. 조금 더 누군가가 사랑이란 무언가냐고 물었을 때 사랑은 아무 이유 없이 내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제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대사 중에 그런 말이 있더라 '믿어주고 싶은가 보다'라고. 그런 대사를 보면서 확 와닿았다. 이 상대가 진실이든 거짓이든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 거일 수도 있다. 내가 동하는 마음, 내가 여기서 발화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1992년 생인 윤종석은 1991년 생인 박형식, 전소니와 호흡하며 유쾌한 현장 분위기를 경험했다. 나아가 극 중 아버지 한중언을 연기한 선배 연기자 조성하와는 데뷔작인 드라마 '구해줘'에 이어 다시 한번 재회해 큰 감명을 바았다. 윤종석은 "극 중 아버지인 조성하 선배님은 상징적인 분이다. 제 시작인 데뷔작부터 또 다른 시작에 늘 함께 계셨다. 선배님과 함께 촬영할 때는 참 마음이 따뜻했다. 실제 저희 아버지랑 조금 닮으셨다. 외모가. 그래서 조금 더 위로받고 안정감을 느끼고 차가운 아버지처럼 느껴지지만 따뜻한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그 현장이 남달리 뜻깊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실제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윤종석은 "어머니가 '청춘월담'을 하는 저를 보고 처음으로 우셨다. 특정 장면이 아니라 제가 이걸 한다는 것 자체에 많은 걸 느끼셨던 것 같다. 저희 어머니가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 장르가 사극이다. 그런데 제가 매주 당신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많이 행복해하신 것 같다"라며 감격했다. 이에 그는 "'청춘월담'으로 10년 짜리 효도를 한 것 같다"라고 웃으며 "그런 면에서 저한테 '청춘월담'이 모든 걸 다 떠나서 어머니가 보고 우신 작품이라는 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그는 "저희 아버지는 조성하 선배님보다 더 무뚝뚝하고 과묵하신 편인데 어른이 되면서 아버지에게 책임감을 가진 어른이 될 때 빛난다는 걸 배웠다"라며 "요즘 제가 느끼는 책임감은 오히려 '욕심 내지 않는 것'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작품의 성패가 아니라 제 스스로가 주축이 될 때 제대로 서 있을 수 있다는 책임감을 사명감처럼 느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현장에서도 주인공 인물들이 자기가 중간에 힘들다고 내려놓거나 위임하거나 이런 순간들보다는 '내 건 내 스스로 내 인물 내 스태프들'이라고 생각하면서 현장을 잘 이끌 수 있는 준비를 하는 모습들을 봐와서 책임감을 느끼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에 집중했던 시기도 있었다"라고 고백한 윤종석은 "그래서 상처받기도 했다. 내가 어떤 배우가 돼야 할지, 어떤 상을 받아야하고, 어떤 성공을 해야 하는 배우인가에 대해서 유심히 고민을 했다. 예전에는 . 지금은 즐거운 동료가 옆에 있고, 좋은 감독님들과 함께 작업하고 즐거움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어느 정도 도달한 것 같다고 제 스스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데뷔할 때부터 그래왔다. '구해줘'라는 드라마를 찍고 나서부터 흔히 말하는 이슈와 관심을 받고부터 다음 만족할 만한 피드백, 아웃풋을 저도 모르게 채찍질했다. '온리원'이라 아니라 '넘버원'을 늘 집착했다. 그게 저를 조금 더 힘들게 하고 갉아먹는 순간이 많았다. 누군가 저한테 잘한다, 재미있었다고 해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가 안됐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행복하지 않기도 했다. 이렇게 작품에서 인생을 배울 때가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럴 때가 있었다. 결과 말고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중요해졌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종석은 "성패를 보고 달리면 못 이루면 좌절하고, 성공하면 안주한다. 그래서 한순간도 행복하지 않은 거다. 이루면 이뤘으니까 달음이 없어서 불행하고 못 이루면 못 이룬대로 좌절해서 불행하고 이 순간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다가 생각을 달리하게 돼서 난 오늘 멀리 보지 말고 오늘 하루에 내가 뭘 얻을 수 있나 그런 보상을 어디서 찾을 수 있나 싶었다. 그냥 오늘 현장에서 재미있게 찍으면 된 거다. 오늘 친구들이랑 현장에 있는 배우들이랑 재미있게 놀았으면 된 거다. 과정에서 의미를 찾으니까 큰 목표를 잃더라도 나아가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더라 과정의 가치를 깨달은 시기가 있었다"라고 한번 더 설명했다.
그렇기에 윤종석은 재수까지 하며 입학한 한예종을 휴학한 것에 대해서도 후회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학교를 휴학하지 않았더라면 제 인생에서 지도가 될 만한 안판석 감독님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김승철 역으로 출연하며 안판석 감독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번 설에도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밥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원대한 건 아니고 가벼운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안판석 감독님을 만나고 제일 크게 바뀐 건 연기를 할 때의 태도였다. 감독님은 이 일을 '일'로 할 것인지, '예술'로 할 것인지, '즐거움'으로 할 것인지 구분해야 하신다고 하더라. 일은 성과를 위해서, 예술은 나의 표현 욕구, 즐거움은 오래 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그 중에서 안판석 감독님은 늘 두 번째 아니면 세 번째를 해야 한다고 해주셨다. 저도 오래 이 일을 지속하기 위해 즐거움이 제일 큰 가치가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윤종석에게 과정의 가치를 일깨워준 '청춘월담'은 더욱 큰 의미로 남았다. 그는 "1년 전의 저라면 '지금 행복하지 않다'라고 했을 거다. 연기할 때는 즐거운데 인간 윤종석이 행복하냐면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연기를 즐겁게 하려고 하는 데 더해 과정의 가치를 알게 돼서 그 자체로 즐겁다. 어떤 목표가 없다고 말하면 부정적일 수 있지만 오히려 넘어야 할 큰 일이 없어서 작품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고 인생을 배우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어떻게 살든 하루하루 단위로 즐겁게 살면 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끝으로 그는 "'청춘월담'을 하면서 시청자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다. 저희 작품이 20부작인데 매주 2회라고 치면 10주, 두달 반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봐주신 거다. 그 시간을 어떤 한 작품, 한 인물의 이야기를 유심히 바라본다는 건 요즘 같은 사회에서 더더욱 어렵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쏟아서 저에 대해 혹은 작품에 대해 '좋았어요, 위안이 됐어요'라고 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오히려 제가 위안을 받았다. 1년이라는 촬영 시간이 절대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그걸 어떤 식으로든 보답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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