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19년前 작품이 아직 관심받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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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 잊고 있던 19년 전 작품이 지금까지 회자 되고 관심받고 읽힐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모든 게 독자들 덕분입니다."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고래'로 영국 최고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천명관(58·사진) 작가는 1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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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사악한 유머 가득
이런 소설은 없었다” 극찬
천 “이젠 기도만 남은 걸까요”
내달 23일 올해 수상작 발표
“나조차 잊고 있던 19년 전 작품이 지금까지 회자 되고 관심받고 읽힐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모든 게 독자들 덕분입니다.”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고래’로 영국 최고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천명관(58·사진) 작가는 1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전날 ‘고래’를 6편의 최종 후보(쇼트리스트) 중 하나로 호명하며 “에너지에 휩쓸린다. 이런 소설은 없었다”고 극찬했다.
천 작가는 “수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고 하니 좋은 일이고 기분 좋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담담하고 별생각이 없다. 늘 그렇듯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회는 ‘고래’에 대해 “사악한 유머로 가득 찬 소설”이라고 평했는데 천 작가는 인터뷰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권투 시합을 앞둔 거라면 몸을 만들고, 땀도 흘리며 준비하겠지만 더는 뭘 해볼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작품은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요. 음, 이젠 ‘기도’만이 남은 걸까요? (웃음)”
올해 수상작은 5월 23일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통해 발표된다. 다음 달 중순 출국하는 천 작가는 “런던에 가는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라며 “공교롭게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받았던 2016년 다른 문학 행사 참석을 위해 영국에 머물고 있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설화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고래’는 금복, 춘희, 노파 등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인간의 파괴적 욕망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살인과 방화가 난무하는 거친 서사가 초현실적 요소와 만나 흡입력 있게 전개된다. 한국 작품이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건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흰’(2018년), 정보라의 ‘저주토끼’(2022년)에 이어 네 번째다. ‘채식주의자’는 부커상 전신인 맨부커 국제부문상을 받았고, 다른 두 작품은 수상에 이르지 못했다. 올해 ‘고래’와 함께 최종 후보로 선정된 작품은 프랑스 작가 마리즈 콩데의 ‘더 가스펠 어코딩 투 더 뉴 월드’, 코트디부아르 작가 가우즈의 ‘스탠딩 헤비’, 불가리아의 작가이자 시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 등이다.
2003년 단편 ‘프랭크와 나’로 등단한 천명관은 ‘유쾌한 하녀 마리사’ ‘고령화 가족’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등을 썼다. 지난해엔 범죄영화 ‘뜨거운 피’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부커상 국제부문은 비(非)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작가와 번역가에게 상금(5만 파운드)을 균등하게 지급한다. ‘고래’를 영어로 옮긴 김지영 번역가도 최종심 명단에 함께 올랐다. 김지영은 김애란·정유정·김영하 등의 소설을 번역했고,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로 맨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다.
박동미·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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