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팀파니에 뇌 멈춘듯...속전속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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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짐'을 직감한 것이 확실하다.
안경 너머로 반짝이던 이원석(사진) 팀파니 수석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 수석의 선택은 찢어진 팀파니를 '속전속결'로 빼내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단원들은 팀파니 사태가 벌어진 것도 모르고 연주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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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가치 나눌수 있어 개인적 큰 의미”
‘어떤 조짐’을 직감한 것이 확실하다. 안경 너머로 반짝이던 이원석(사진) 팀파니 수석의 동공이 흔들렸다. 금세 불안해진 눈빛. 아뿔싸. ‘팀파니가 찢어졌다’.
지난 2월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세계적인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과 함께 했던 KBS교형악단의 제787회 정기 연주회. 쇼스타코비치 11번의 연주 도중 벌어진 돌발상황이었다. 이 영상은 지난달 15일 게재, 국내 교향악단 역사상 전무한 클릭 수를 기록 중이다. 게재 한 달 만에 340만을 넘어섰다.
최근 KBS에서 만난 이원석 수석은 “클래식 음악계에 있는 사람은 다 본 것 같다. 심지어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한 친구들과도 연결되는 ‘사건’이었다”며 웃었다. 팀파니는 클래식 공연 중에서도 오케스트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악기다. 거침없이 달려가며 긴장감을 끌어올리다가도, 음정을 조절해 흐르는 선율로 객석을 감쌀 수 있다. 소나 염소의 가죽으로 만드는 이 악기는 온도와 습도에 특히나 민감하다. 보관할 때에도 습도 35~40%를 유지해야 한다.
이 수석은 “워낙 온도 습도에 따라 음정이 달라지기 쉬워 공연 전에는 스펀지나 댐핏이라는 기구로 온·습도를 조절한다”며 “이날 역시 충분히 넣었고,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는데 1%의 위험 확률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무대에서 조명을 받을 경우 팀파니는 더 건조해진다. 그는 “습도계로 체크해보니 10%대로 내려와 있었다”며 “경험해본 적 없는 건조함이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사실 쇼스타코비치 11번에서 가장 크게 연주해야 할 구간은 무사히 지나간 뒤라, ‘오늘은 괜찮겠구나’ 생각하고 편하게 연주했어요. 그래도 연타가 나오는 부분이 있어 악기를 보며 주의를 기울였는데, 상상도 못했던 순간에 찢어진 것을 두 눈으로 마주했어요. 뇌가 멈춘 것 같더라고요.”
2악장의 연타 중 벌어진 일이었다. 다행히 워낙 큰 소리가 어우러진 부분이라 찢어진 팀파니로 인한 거슬리는 소리는 포착되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 연주가 팀파니의 솔로 파트였다는 데에 있다. 이 수석의 선택은 찢어진 팀파니를 ‘속전속결’로 빼내는 것이었다. 그의 판단은 현명했다. 대다수의 단원들은 팀파니 사태가 벌어진 것도 모르고 연주를 이어갔다.
“공연 후엔 지휘자와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사고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지휘자는 악기가 찢어져서 옮긴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지휘하는 데에 신경이 안 쓰일 정도로 연주가 부드럽게 흘러갔다고 말씀해줘 그 때의 판단들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이 수석은 미국 커티스 음악원과 템플대를 졸업, 지난해 KBS교향악단에 입단했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가왕’ 조용필의 콘서트에 아역 배우로 출연한 것이 이 수석의 프로 데뷔 무대다. 어린시절 노래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트럼펫, 퍼커션 등 많은 악기를 섭렵했다. 그러다 퍼커션을 선택했다. 입단 이전까진 ‘퍼커션 솔로이스트’로 활동했다.
“팀파니라는 악기는 내 목소리를 내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노래와 비슷한 면이 많더라고요. 어떤 때는 반주를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다른 악기들이 안정적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타임 키퍼 역할을 하는 조력자이기도 해요. 그러다가 멜로딕한 선율을 내는 솔로 연주자 같은 악기이기도 하고요.”
팀파니가 찢어진 영상으로 인해 이원석 수석은 난데없이 ‘유튜브 스타’가 됐다. 모든 반응을 마주한 이 수석은 “악기는 나의 정체성 중 하나인데, 유튜브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나타난 현상을 통해 고전음악의 가치와 악기의 존재감을 나눌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음악은 모두를 위한 것이고,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클래식 공연장은 비행기처럼 객석마다 등급이 나눠져 있어요.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이 생기며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 방식에 있어 민주화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됐다는 점에서 음악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어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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