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람 “‘‘나혼산’ ‘전참시’ 불러만주세요, 물구나무라도 서야죠”[배우의★발견]

황효이 기자 2023. 4. 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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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보람ㅣS&A 엔터테인먼트



“연기로 불태울 준비 됐어요. 뛰어내리라면 뛰어내려야죠.”

18년 차 배우 배보람이 차곡차곡 쌓은 연기 내공을 세상에 분출시키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비록 무명 배우이지만 그는 굴하지 않는다. 그의 씩씩함은 묵묵히 살아내는 무명의 현대인들에게 “누구에게나 꽃길은 열릴 수 있다”는 응원을 전한다.

스포츠경향은 연극 무대에서 매체로 넘어와 감초 역할을 하는 실력파 배우들을 조망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배우 배보람을 만나봤다.

그는 자신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천의 얼굴”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가릴 처지가 아니에요. 시키면 다 해야죠. 가죽을 다 벗겨서라도 한다는 마음이에요. 대구 출신이라 경상도 사투리를 잘해요. 대전에 오래 살아서 충청도도 가능하고요. 요가 자격증도 있어서 몸 쓰는 것도 자신 있어요. 좀비 역할은 들어오면 바로 하죠.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나 혼자 산다’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불러만 주세요. 물구나무라도 서야죠.”

배보람은 연극 무대에서만 13년 활약, 매체로 얼굴을 비추게 된 건 이제 5년 차다. 생소한 얼굴이지만 2019년 박보영 주연의 ‘어비스’에서 사무관 역할로 드라마에 데뷔했다. 이후 ‘멜로가 체질’ ‘호텔 델루나’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그 해 우리는’ ‘대행사’ ‘더 글로리’ 등 꽤 여러 히트작에서 잠시나마 모습을 비췄다.

배보람은 “오나라씨와 이미지가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최근엔 장영남씨 메이크업을 해주시는 분이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하더라”면서 닮은꼴 여배우들을 언급했다. 그만큼 다양한 매력을 가진 그다.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매체로 넘어가 승승장구하는 선배들을 보며 희망을 품게 된다고 했다.

“이정은·엄혜란 선배 같은 분들이 한창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내가 과연 어디를 보고 가야 할까’ 했을 때 선배들이 잘되시는 걸 보면서 기뻤고 저도 꿈꾸게 돼요.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하셨을지 느낄 수 있었고요. 잘하는 배우들이 인정받게 돼 참 좋아요. ‘열심히 하다 보면 나도 언제가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생겨요.”

배우 배보람ㅣS&A 엔터테인먼트



무대 위 화려한 주인공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 주연 배우 뒤에 가려져 긴 시간 동안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수많은 배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보람은 이를 연예인이 안고 가야 할 숙명이라고 여기고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아무도 저를 찾지 않을 때 특히 힘들어요.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내가 아니어도 되는 역할을 내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내가 그저 필요한 소품이 됐구나’ 하는 자괴감도 들어요. 돌아오는 길이 착잡하고 복잡한 마음도 들고요. 그런데 그게 배우의 숙명이라 생각해요. 가끔 허무함과 씁쓸함이 밀려오지만, 그 순간을 이겨내야죠. 연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지만, 다른 일상의 행복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면서 다른 데서도 기쁨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연극 무대에서만 13년을 달려온 배보람은 코로나19 극복 후 공연계에도 활력이 다시 불고 있다며 기뻐했다. 동시에 K-연극에 관한 관심을 독려했다.

“국내 연극에 대한 지원도 물론이지만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해요. 외국은 연극배우들에게 대우를 잘해주는 편이지만, 국내에서는 돈 못 버는 이미지로 보이는 게 현실이에요. 연극배우들이 매체에 나오지 않더라도 인정받고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과거보단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출가와 작가들도 있고, K-드라마와 음악의 인기가 연극이나 뮤지컬로도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연극 ‘프랑켄슈타인’을 영화화한 적이 있어요. 그렇게 다양한 시도와 함께 국내 황정민씨 같은 최고의 배우가 연극에서 한몫해 주시면 더 잘되지 않을까요. 물론 저도 열심히 하고요.(웃음)”

배보람에게 연기는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힘 그 자체다. 그에게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를 달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역시 배보람’이라고 불리고 싶다”면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늘 하루하루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생에 활력이 있어야 해요. 모든 인간은 살아있어야 해요. 영혼이 죽어있으면 안 돼요. 배우 이순재·예수정·강부자 선배님들처럼 오랫동안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억하는 건 타인의 몫이에요. 배우는 말로 보여주는 게 아니잖아요. 연기로 증명해야 하는 만큼, 말보다는 연기로 보여드릴게요.”

황효이 온라인기자 hoyf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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