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미-중, 어느 쪽을 선택할까”보다 나은 질문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심화되는 국제정세로 인해 외교안보 관련 학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과 고민은 한국의 전략적 선택에 관한 것이다. 지난 시기 세계화, 전 세계적 네트워크 시대는 경제와 교역, 기후, 보건 등 다양한 수준과 영역에서 상호의존성 증대와 협력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과 부상, 도전은 미국으로 하여금 상호의존성의 약점을 인식하게 했다. 미국의 전략은 중국의 도전을 봉쇄하고 의존성 탈피를 위해 동맹국은 물론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더불어 포위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경제와 기술경쟁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패권경쟁은 이미 익숙하다.
2018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중국의 맞대응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됐다. 조 바이든 정부 역시 2021년 중국 통신업체와 첨단 기술업체 수출 통제, 혁신경쟁법을 통해 자국 반도체산업 등 첨단 기술 연구와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도입했다.
중국은 2019년 ‘미-중 경제무역 협상에 관한 입장’을 통해 과학기술 혁신을 강조했고, 미국과 첨단 기술 경쟁을 위해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수출통제법을 통한 관리 강화 등에 나섰다. 2021년 반외국제재법 제정으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이 제재로 내정 간섭과 자국 기업 차별 조치를 취할 경우 상응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을 더 강화하고 있다. 중국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미-중을 중심으로 하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지경학적 분절화가 세계 경제 및 국가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은 다양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자국 우선주의 산업정책과 세계 교역 단절 현상이 심해지면 글로벌 경제 규모(GDP)가 장기적으로 2%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의 영역과 수준 확대는 더 심화될 것이며, 일견 양자 선택에 대한 질문은 더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두 가지 현상이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첫째,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진행한 설문결과다. 한국이 우선으로 협력해야 하는 국가 1순위로는 미국(89.0%), 2순위로는 중국(35.2%), 이어 일본(23.4%), 유럽연합(17.5%) 순이었다. 둘째, 최근 중국과 접촉을 진행한 각국의 움직임이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방중 이후 양안관계는 유럽의 소관이 아니며 특정 진영의 전략을 추종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방중 이후 위안화와 헤알화를 이용한 무역 강화와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힘을 실어줬다.
이를 주목한 것은 중국의 중요성과 시진핑 주석의 외교 성과, 프랑스의 배신, 미국 전략의 균열 등의 의미에서가 아니다. 특정 국가의 국가이익이란 경제, 군사, 기후 등 매우 다양하고 이를 위한 정책들이 분야별로 다차원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의 재발견으로 읽힌다.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란 미-중 간 경쟁 속 다양한 대외정책의 단순 나열과 분절적 추구, 일방적 관점을 모든 분야에 일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위협에 대응하고, 국가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이 상호충돌하지 않고, 정책 간 상승 효과를 발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의 재확인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의 양자 선택적 질문에서 벗어나 좀 더 풍부해지고 다양해지지 않을까. 일견 상반되는 듯 보이는 역설과 모순을 잘 관리하고 있는가, 또 한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이런 기능과 활동이 잘 구성돼 있으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늘 물어야 한다.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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