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에 많은 빚 졌다”..'모범택시2' 감독이 말하는 ‘김도기’ 이제훈 [인터뷰 종합]
[OSEN=김채연 기자] ‘모범택시2’의 연출을 맡은 이단 감독이 배우들과의 호흡을 언급했다.
SBS ‘모범택시2’ 이단 감독은 최근 OSEN과 서면으로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며 드라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모범택시2’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을 그린 작품으로, 올해 방송된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종영했다. 특히 15일 전파를 탄 ‘모범택시2’ 마지막 회는 시청률 21%(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마의 20%대 벽을 뛰어넘었다.
이단 감독은 이번 시즌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것, 적중률을 높이는 것. 시즌2에서는 도기의 부캐플레이에 집중하게 하면서 그야말로 부캐로서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 위해서는 시즌1의 무게감은 덜어갈 수밖에 없었다 모범택시에 사건의뢰를 하는 피해자들의 사연이 심각하게 다뤄질수록 김도기 기사가 신명나게 활약할 수 있는 영역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이 부분이 연출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지점이다. 시청자들이 전편을 사랑해주셨던 이유 중 하나는 잔혹한 현실의 디테일한 묘사와 사회고발적인 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단 감독은 “그렇다면 이 부분을 놓고 가지 않으면서도 도기의 부캐 플레이를 해치지 않는 방법, 마냥 무겁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며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을 내 이야기라고 느껴야 복수도 통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김도기가 마음 놓고 때릴 수 있을 만큼 빌런에게 공분을 살만한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빌런의 악행이 말초적이고 폭력적이기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피해자 역할의 배우들은 인지도가 낮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로 섭외했고, 촬영하기 협소하고 불편한 먼 지역의 장소여도 찾아가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이 감독은 “치킨집 사장님의 상처투성이 손 분장, 할머니가 꼬깃꼬깃하게 모은 장롱 속 쌈지돈이라든지, 시청자들이 피해자들의 사연을 가까운 곳의 이야기로 받아 들여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미지적인 디테일들을 챙기려고 애썼다”며 “반대로 빌런에게는 더 악하고 잔인해 보이는 설정들을 추가했다. 빌런의 공간에는 규모감을 추가해, 이놈들이 저지른 악행들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사실이 시각적으로 느껴지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강필승 사무실의 계약서와 금붙이들, 아이들이 갇혀 있는 공간의 소변통들, 블랙썬 사무실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서랍들과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머리핀과 브로치들처럼 빌런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나쁜 짓을 저질렀을지 암시해주는 소품들과,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포인트를 추가해 빌런의 공간을 꾸몄다”며 “너무 붕 뜨거나 너무 판타지적인 복수 방법은 오히려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통쾌함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밸런스를 조정하는 회의를 많이 했다”고 알렸다.
시즌2에서 가장 공들인 장면은 어딜까. 이단 감독은 “공들였다기 보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2회 엔딩 시퀀스가 기억에 남는다. 원래는 베트남의 운하에서 이뤄지는 보트와 오토바이 추격씬이었고, 프리비주얼까지 만들고 보트, 크레인까지 공수하고, 정말 만반의 준비를 했었는데, 코로나 감염으로 철수 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찍을 수 있게 콘티를 다시 고치고, 장소를 찾느라 많은 스탭들이 고생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15회에서 김도기가 많은 죄수를 물리치고 교도소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장면이라고. 그는 “그 때 사이드 바스트 사이즈의 도기의 표정을 보고 경탄했다. 이 모든 싸움에서 살아남아서 악인을 향해 걸어가는 도기. 강인하면서도 사실은 그 역시 나약한 인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5회 동안 산전수전 다 겪고도 피해자들의 울음을 등에 업고 걸어갈 수 밖에 없는 도기의 일생이 다 들어가있는 표정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이제훈 선배에게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그런 표정이 나와요?’라고 물었더니, ‘모범택시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또 6회에 납치 당한 아이들의 트렁크 씬도 기억에 남는다고. 이단 감독은 “어른으로서 정말 찍기 싫었던 장면이었는데, 오히려 어린이 배우들은 재미있는지 자꾸 웃더라. 힘든 표정을 지어야하는데 다들 재미있어하고 있어서 찍느라 애 먹었던 장면이었다”고 회상했다.
벌써 두번째 시즌을 함께하고 있는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먼저 이제훈에 대해 이단 감독은 “보통 배우는 감독의 ‘액션!’ 콜에 연기를 시작해서 ‘컷!’에 연기를 끝내고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마련인데, 이제훈 배우는 ‘컷!’과 ‘액션!’ 사이에도 내내 김도기였다. 그만큼 긴장을 놓지 않고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였고, 모범택시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책임감과 진지한 자세가 느껴져서 저를 비롯한 스탭들 역시 몰입해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극찬했다.
이단 감독은 이제훈에 대해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이제훈 배우가 살려줄 때가 많았다. 그 때마다 모니터 뒤에서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 멋있어서 다들 숨죽여보다가 오케이 사인에 신음소리가 터진 것”이라며 “‘어떻게 이걸 살려요?’라고 물어보면 비밀스러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액션씬에 대한 열정도 넘쳤다. ‘나를 굴려도 좋고 매다 꽂아도 좋다’는 톡을 보내실 정도로 많은 액션 씬들을 본인이 소화했다. 덕분에 김도기 캐릭터가 악인들을 응징하는 장면이 한층 실감나고 멋지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제훈의 분량이 가장 많은 만큼 휴일 없이 매일 촬영해야 했다고. 이단 감독은 “휴일 없이 거의 매일 촬영해야했고, 쉬운 씬이 하나 없었기 때문에 ‘이러다 정말 쓰러지시는 거 아냐’ 할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그럼에도 항상 제 시간에 멋진 연기를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컸고, 이제훈 배우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제가 항상 고민하고 있던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셔서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더욱 이제훈 배우에게 많은 의지를 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단 감독은 ‘장대표’ 김의성에 대해서는 “장대표가 무지개운수 식구들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것처럼, 김의성 배우 역시 모범택시2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대본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줬고, 어려움을 만나서 헤매고 있을때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하시면서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해결방법을 제시하셨다. 아버지처럼 무지개 운수 식구들을 바라봐주는 모습을 따뜻하게 연기해주셔서 뭉클했다”면서 “어느 날엔 심하게 감기 몸살에 걸리셔서 체력적으로 힘드셨을텐데도, 무지개 운수 식구들이랑 호흡하는 씬을 찍으며 오히려 에너지가 올라가시는 걸 보고 ‘역시 배우는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여유가 넘치면서도 정확하다. 교구장 앞에서 ‘말도 안되는 소리 집어치워 미친놈아’라고 차분하게 교양 넘치면서도 포스있게 일갈하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김의성 배우가 유일하지 않을까요? 이 대사 역시 배우의 애드립”이라고 말했다.
무지개운수의 ‘홍일점’ 표예진에 대해 이단 감독은 “고은이 해커이고 콜밴 안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혼자 모니터만 보면서 연기를 해서 답답할 수도 있었을텐데, 자칫 밋밋해질 수도 있는 씬들을 예진배우가 잘 살려줘서 고마움이 크다. 각자 따로 연기했는데도 붙이고 보면 호흡이 착착 맞아서, 고은과 무지개 운수 식구들의 호흡에 감탄하기도 한다”며 “예진 배우 연기 덕분에 시청자 여러분들이 고은이와 같이 화내주고, 눈물 흘려주셨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보면 체구도 작아서 가냘프고, 깍듯이 예의바른데 고은이 연기를 할 때마다 대범해지고, 또 대본에 적힌 지문보다 더 과감하게 연기할 때가 있어서 놀라웠다. 얄미운 연기를 해도 미워할 수 없는,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매력을 지닌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빌런들을 정신 못차리게 하는 부캐연기와 액션까지 너무 잘 해내셔서, 그녀가 어디까지 더 갈 수 있을지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배우”라고 말했다.
빌런이자 또다른 피해자를 연기한 신재하의 경우는 어땠을까. 감독은 “저와 작가님이 생각한 이미지와 딱 맞아서 첫 만남부터 흥분됐다. 외로울 수도 있었는데, 늘 웃으면서 최선을 다해 임해줬다. 스탭들이 신재하 배우를 정말 좋아했다”면서 :신재하 배우와는 이야기를 조금만 나누어도 캐릭터를 이해하는 깊이와 내공이 느껴지더라.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움을 잘 표현해주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우 선한 영혼을 가진 배우, 그릇이 큰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표현했다.
끝으로 이단 감독은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기뻐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동시대의 기억을 공유하는 많은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어’라는 시즌2의 메시지가 시청자 여러분의 마음에 가 닿았기를 바란다. 이 기획의도의 진정한 완성은 시청자 여러분의 삶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새 4월이네요”라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cykim@osen.co.kr
[사진] SBS ‘모범택시2’ 제공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