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호 판결에 예산보다 위험요인 평가 더 중요”
최낙현 대륙아주 팀장 강연
기업들 안전보건관리 민감해져
구성원 안전문화 인식 제고 필요
협력업체 위험성 꼭 평가해야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유죄로 나온 가운데 기업이 주어진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더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난해 기업들이 안전보건관리체제를 구축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이제는 구축된 안전보건관리체제를 이행하며 구성원의 안전문화 인식수준을 제고하려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낙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인사·노무&산업안전재해그룹 팀장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대륙아주 공동 주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제도 우수 운영사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원청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1호 선고와 관련해 이같이 의견을 밝혔다.
최 팀장은 “가장 큰 관심사는 실형 여부였는데 해당 기업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거의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노동자가 안전난간을 임의로 해체하는 관행 등이 양형에 감안돼 실형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의도대로 사업주, 경영 책임자 등에게 중대재해 책임을 분명히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은 사실 굉장히 많은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각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산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처벌법으로 강력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에 50인 미만의 중소 사업장에 대해선 특히 강화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강연에서 최 팀장은 기업의 안전보건제도 운영에 있어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을 하나하나 짚었다. 우선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중대재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등으로 인한 자살도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할 수 있다”며 “관련 필수교육이나 고충처리 제도 운영 미비, 종사자 의견청취 미비 등은 사고 발생 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상사고와 관련해선 산업재해 기준 내 ‘치료’라고 언급된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최 팀장은 “중대재해 기준을 보면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실무상 쟁점이 많다”면서 “초기 진단과 달리 회복에 충분한 치료가 필요한 부상 종류가 상당한 만큼 기업은 치료 기간에 대해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기업이 필요한 안전보건 예산을 얼마로 편성해야 하는 지에 대해 “예산 규모보다 유해·위험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방점을 찍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예산 규모가 얼마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유해·위험요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평가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부연했다.
또 안전보건 관련 사항을 효과적으로 제거·대체·통제하는데 부족하지 않도록 예산을 편성하되 전문가 조언이나 동종업계 예산 규모 등을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최 팀장은 “전문가의 안전예산 비중 권고 수준은 매출의 0.5~1% 정도지만, 대다수 기업이 이를 부담스러워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의 안전예산이 파격적으로 늘었다는 점은 분명하기에 어느 정도 예산을 우상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회사 입장에선 중대재해 발생과 연관성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안전보건 목표나 경영방침 설정 여부도 중요하다고 최 팀장은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제주지방검찰청이 해체공사 중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건에서 원청 대표이사를 불구속 기소하며 공소 이유에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시했다는 설명도 첨언했다.
그는 안전 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은 자율적으로 설정하되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에 그쳐서는 안 되고 개별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유해·위험요인, 규모 등을 고려한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안전보건경영방침 내용은 회사마다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차이가 나는 것은 전파 부분”이라며 “전 사원에게 얼마나 잘 공유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업무 충실성 평가에 대해선 객관적 지표를 마련해야 하는데 내부 평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종사자 의견 청취와 관련해선 안전신고 제도 등을 사내 ERP(전사적 자원관리)를 통해 운영할 경우 협력업체 직원의 사용이 어려운 만큼 부적절하다고 분석했다. 향후 협력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1인 사업자나 5인 미만 사업체인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위험성 평가를 꼭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팀장은 끝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안전 의식 향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대부분의 학자나 산업계 종사자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안전문화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직 구성원과 협력업체 종사자까지 안전문화 의식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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