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해하려면 일단 써봐야”… 규제 압력 커지자 방어 나선 MS·오픈AI
“AI, 고령화 시대 맞은 한국에 경제 성장 해법”
기업 차원 ‘윤리’ 노력 강조… “일단 써보시라”
청년 취업 지원 ‘당근’도… “5년간 2000명 교육”
각국 규제 논의에 설득 행보… 국내 업계 ‘기대’
들끓는 인공지능(AI) 규제론에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방어전에 나섰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부회장은 국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 “일단 써보시라”며 생산성 향상 도구로서의 AI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와 만나 ‘디지털 인재양성 협력’이라는 회유책을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방한할 예정이다. 올트먼 CEO는 전 세계 투어 계획을 알리면서 “정책 입안자들과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MS는 고용부가 운영 중인 숙명여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 오는 7월부터 직무훈련과정을 제공하고, 추후 대상을 넓혀 5년간 지역 청년과 비전공 대학생 등 2000명을 교육할 계획이다. 스미스 부회장은 전날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서 고용부와 진행한 청년 간담회에 참석해 “글로벌 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수를 늘리는 것은 최우선 과제다”라며 “오늘과 같은 대화의 기회는 우리 모두가 진전을 이루기 위해 중요한 일이다”라고 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간담회 참석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접견하고, ‘AI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를 주제로 강연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강연에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를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표현을 가능케 하는 새롭고 강력한 도구”로 정의하고, 이 기술이 꽃피기 위해서는 ▲AI 연산을 위한 많은 GPU(그래픽처리장치) ▲양질의 학습 데이터 ▲AI를 구현·활용할 수 있는 인재 ▲기술 친화적인 정책 환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한국에 AI가 경제 성장을 위한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책임 있는 기술을 만들기 위한 MS의 노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MS는 6대 AI 윤리 원칙을 설립해 개발하는 모든 AI 서비스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관련 인력도 확충할 계획이다. MS는 현재 AI 관리·감독 인력 200여명에 더해 윤리 전담 인력 75명을 두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스미스 부회장은 그러면서 김 의장을 포함해 강연에 참석한 입법부 관계자들을 향해 “AI를 이해하려면 일단 써봐야 한다”며 “업무에 AI를 활용해 AI를 이해하고 더욱 잘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정책 수립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는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박경미 의장비서실장, 조경호 정무수석비서관, 송기복 정책수석비서관, 고재학 공보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MS에서 법무·대관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AI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로 전 세계 규제 논의가 확산되자 선두주자인 MS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MS는 생성형 AI 개발 경쟁을 촉발한 ‘챗GPT’ 운영사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고 AI 사업을 확대 중이다. 자체 칩 개발 소식도 전해졌다. 18일(현지 시각) 미 IT 전문 매체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MS는 2019년부터 개발에 착수했으며, 현재 오픈AI와 이를 테스트하고 있다.
오픈AI도 각국 입법부와의 만남을 준비 중이다. 올트먼 CEO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는 5~6월에 오픈AI 이용자나 개발자 등 AI 전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오픈AI 투어 2023′을 시작한다”며 “정책 입안자들과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스페인, 브라질, 나이지리아,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 호주 등 17개 국가를 방문할 예정이다.
최근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 중국 등은 AI 규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서방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가 처음으로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 챗GPT가 학습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자국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위배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일랜드,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도 비슷한 근거로 조사에 착수했다.
미 상무부 산하 국가통신정보청(NTIA)은 지난 11일 새로운 AI 모델이 출시되기 전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인증 절차를 포함한 일련의 책임 조치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향후 60일 동안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중국은 생성형 AI 기술로 만들어진 콘텐츠의 사회주의 가치 반영을 위해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는 기업에 사전 보안 평가를 강제하는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방안’ 초안을 공개했다.
유럽 의회 내부에서는 기존 법안을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란도 베니페이(이탈리아), 드라고스 투도라케(루마니아) 등 의원들은 범용인공지능(GAI)과 관련한 규칙을 수립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21년 제안한 ‘EU AI법(EU AI Act)’의 수정안을 작성 중이다. 수정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오는 5월로 예상되는 유럽의회 회의에서 반영될 수 있다.
국내 IT 업계는 MS와 오픈AI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AI 개발 후발주자로 이미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에서 규제 입법이 급물살을 탈 경우 이중고가 예상된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최소 미래 10년을 보고 AI를 활용한 신사업을 준비 중이다. 다만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며 “국가가 아낌없이 지원을 해줘도 모자라다. 규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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