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2차 가해·채용비리’ 대학 교직원…대법 “파면 정당”

서울 서초구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동료 직원을 성희롱하고 성추행 피해자를 2차 가해한 교직원의 파면은 정당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파면 무효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한 사립 전문대 산학협력처에서 일하던 A씨는 성희롱 금지·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 사유로 2018년 6월 파면됐다. 징계사유서에 적힌 내용을 보면 A씨는 동료 직원에게 “어떤 유부녀를 만나 성관계를 8번 했다” “유학생활 중 외국인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졌다”고 발언했다.

또 학내 성추행 사건 가해자를 두둔하면서 “왜 그렇게 일을 크게 만드냐”며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 A씨는 직원 채용 시 특정 지원자에게 근거 없이 점수를 높게 주는 등 채용비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A씨는 학교의 파면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파면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2심은 파면 처분은 부당하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A씨가 반복적으로 성희롱을 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2차 가해 발언 일부는 비위 정도가 약한 점, 이전까지 별다른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 파면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성희롱은 발언 내용과 상황 등을 보면 고의가 있고 징계양정 기준상 해임이나 파면까지 할 수 있다”며 “게다가 2차 가해와 채용비위 징계 사유까지 존재한다”고 밝혔다. 교직원에겐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됨에도 중징계 대상이 되는 성희롱 등 비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 비위에 참작할 만한 동기는 찾을 수 없고 피해자들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돼 임직원 상호 관계에도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은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A씨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