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 섬 있는 이 바다 이름 놓고 국제소송전 돌입

그리스, ‘튀르키예 에게해’ 상표권에 분노
미국 유명 로펌 계약 맺고 대규모 소송전 예고
수십년 갈등 진원지... 외교 갈등 확대 가능성

그리스가 ‘앙숙’ 튀르키예(터키)의 ‘에게해’ 명칭 상표 등록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로펌을 고용했다. 양국의 역사와 국민감정이 뒤얽혀 수십년 째 마찰을 빚어온 에게해를 두고 발생한 상표권 소송이 외교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는 그리스 정부가 미국 워싱턴DC 소재 로펌 ‘스텝토 앤 존슨’과 수임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 로펌은 무역 및 국경 분쟁과 관련한 복잡한 법적 소송을 승소로 이끈 경험이 많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사진출처=고튀르키예닷컴

그리스 정부가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에게해의 이름을 자국에 유리하게 상표화하려는 튀르키예의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에게해는 그리스와 튀르키예 사이에 있는 바다다.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승전국이 된 그리스는 1923년 로잔 조약으로 에게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튀르키예 코 앞에 있는 섬까지 그리스의 영해에 편입되자 양국은 영공 침범, 자원 탐사 등 문제를 놓고 수십 년째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전쟁 직전까지 갔던 적도 세 차례나 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튀르키예의 움직임이 양국 간 긴장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튀르키예가 지난해 여름부터 관광 캠페인에 ‘튀르키예 에게해(Turkaegean)’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튀르키예는 지난 2021년 7월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IPO)에 이같은 이름의 상표 등록을 신청했으며 같은 해 12월 EUIPO 승인을 받았다.

이 결정에 따라 튀르키예는 2031년 7월까지 국내 TV, 라디오, 온라인, 관광 숙박 및 렌터카를 포함한 모든 광고 캠페인에서 “튀르키예 에게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뒤늦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그리스에선 “튀르키예가 우리 바다와 역사를 빼앗아 갔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로펌과의 계약에 앞서, 그리스 정부와 EU 그리스 대표부는 “해당 용어가 에게해를 튀르키예와 연관시킴으로써 관광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리스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을 담은 6개의 규탄 결의안을 EUIPO에 제출한 상태다.

튀르키예 측은 관광 홍보 캠페인용 구호로 사용하기 위해 ‘튀르키예 에게해’ 상표 등록을 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리스는 튀르키예가 에게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분쟁이 단순한 상표권 분쟁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그리스는 미국 로펌의 법적 조력을 받는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튀르키예 에게해’ 상표 사용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튀르키예는 미국 특허청(USPTO)에도 ‘튀르키예 에게해’ 상표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2025년에야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카티메리니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