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복수의 불꽃에 벼려낸 장동윤의 칼날, 단죄에 성공할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4. 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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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18일 방영된 KBS 2TV 월화드라마 ‘오아시스’에선 자식 때문에 눈물 흘리는 두 엄마가 대비됐다.

점암댁(소희정 분)은 오정신(설인아 분)의 집에 초대된다. 초 하나 꽂힌 케이크까지 등장한 상차림에 무슨 날인 지가 궁금하다. 소원 빌고 촛불 끄고 박수 치는 와중에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 나타난다. 두학(장동윤 분)이다.

점암댁은 눈을 비빈다. 그리고 다시 본다. “정신아, 헛것이 보여야. 두학이가 보인당께. 참말로 나가 죽을라고 그랑갑다.” “엄마!” 두학이 부르자 “오메, 나를 부르기까지 햐!” 점암댁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3년 전 죽은 아들인데.. 정신이 말한다. “두학이예요. 살아서 돌아왔어요.” 도대체 무슨 장난인지 “너까장 왜 그냐?” 타박하는데 “나 두학이여요. 엄마 아들. 엄마 나가 참말로 미안해!”하며 점암댁을 안아온다.

품 안 가득 느껴지는 아들의 체온, 아들의 체취. 그제서야 실감 난다. 내가 안고 있는 것은 꿈에도 그렸던 내 아들. 다시는 안아볼 일 없으리라 체념했던 그 아들이 맞다. “두학이냐? 내 새끼 두학이, 두학이 맞냐? 아~” 소울음같은 끄윽거림이 폐부 깊숙이로부터 목울대를 넘는다.

살아 돌아온 아들과 한 방에 자리 펴고 누운 점암댁은 당췌 잠을 이룰 수 없다. “이라고 누워있응께 다 한 방에 같이 자던 옛날 생각난다.” 아들이 물어온다. “엄마는 어디 외국 가고 싶은 데 없소?” “왜 없겄냐? 비행기도 한번 못타봤는디. 워쪄 세계 여행 시켜줄라고?” “세계 여행이 다 뭐여. 아예 외국 나가서 살면 되재.”

아들의 속내가 짐작된다. 죽은 것으로 되어있지만 아들은 나라가 쫓는 범법자였다. “한국에선 살기 좀 그랑께 외국서 살잔 거여? 난 괜찮에. 다 늙어가는 마당에 자식이랑 같이 살 수 있다면 고것이 고향 아니겄냐.” 그리고 당부를 덧붙인다. “근디 꼭 부탁이 있어야. 다시는 불효하지 말어. 절대 부모 앞서 가면 안되야. 죽은 척도 말고.” 점암댁이 바라는 건 그 단 한 가지였다.

“엄마 나 왜 이렇게 키웠어요?” 다른 집에선 술에 취한 최철웅(추영우 분)이 엄마 강여진(강경헌 분)을 원망하고 있다. “나 잘못했으면 야단치고 회초리 때리지 그랬어요. 하물며 내가 사람을 죽였는데 어떻게 그랬어요? 내가 살고 싶다고 매달려도 죄 값 치르게 했어야죠. 두학이 형은 나 때문에 인생 다 망가져 죽고 아재도 죽고..”

여진이 간절하게 말한다. “그때 널 감옥에 보냈다면 엄마 그때 죽었을 거야. 널 살릴 수만 있다면 내 심장도 내줄 수 있어. 넌 내 목숨야!” 그런데 아들의 반응이 엉뚱하다. “맞아요. 나 엄마 목숨이예요. 그니까 엄마는 엄마 위해서 산거예요. 내가 아니라.”

아니 도대체 얘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건지 아연한 차에 아들이 이유를 말해온다. “정신이가요. 알아버렸어요 엄마. 내가 살인자라고. 여진은 아찔해진다. “어떻게, 그걸 어떻게 알아?” “제가 말했어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철웅아!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오랜 비밀,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을 제 입으로 밝히다니 도대체 얘가 제 정신인가 싶은 충격이 여진을 강타한다.

“더 이상 못참겠어요. 나 이제 더 이상 못참겠다고요. 나 이제 괜찮은 척도 아닌 척도 지쳤어요. 두학이형 나 때문에 인생 다 망치고.. 내가 죽인 거나 뭐가 달라요? 거기다가 정신이까지 나 떠난데요!”

일은 벌어졌지만 수습할 수 있다. 수습해야 된다는 생각만이 여진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걱정 하지 마. 엄마가 정신이 만나서 입단속 해 놓을 거야. 걔가 어디서 떠들고 다니진 않을 거야. 두학이가 이미 형을 다 마치고 죽었는데 무슨 일이 생기겠니. 괜찮아 괜찮아.” 아들의 등을 토닥이는 여진의 눈동자가 궁리로 흔들린다.

아들은 오정신이 떠나가는 게 아파 우는데 엄마는 아들이 제 옛 잘못을 털어놓아 위태로워진 것을 걱정하는 줄 안다. 여진의 머릿속에선 그렇게 이해된 것이다. “엄마는 엄마 위해서 산 거예요!”란 아들 철웅의 말은 이 순간에도 옳았다.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아 돌아와 그것만이 기쁘고 그 아들과 함께 살다 먼저 가는 것 단 하나만 생각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아픔조차 제 방식대로 해석하는 어머니. 두학과 철웅의 간극은 각각 그런 두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철웅의 비극은 생부로 착각한 황충성(전노민 분)의 가세로 더욱 심화된다. “니 어머니를 협박했다. 이중호가.”란 말로 이중호(김명수 분)의 살해를 본인도 알고 있음을 시인한 황충성은 오만옥이 ‘선조치 후보고’한 사안이라고 말한다. 사실관계를 재차 묻는 철웅에게 여진도 말한다. “두학 엄마가 하는 부동산 가게 내가 준 돈으로 차린 거야.”

가족임에도 거짓을 섞는다. 황충성은 자신의 지시를 오만옥의 '선조치'로 포장했고 강여진은 철웅 출생의 비밀 사안을 옛 살인사건에 관한 협박으로 각색했다.

이에 대해 황충성의 말은 시사적이다. “진실을 말해줄까? 진실은, 진실이란 것이 다 옳고 가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야. 불편한 진실이 오히려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를 무너뜨릴 수 있어. 때론 모르거나 덮는 게 훨씬 더 올바르고 가치 있을 때가 많아. 그래도 진실을 알고 싶다면 한번 해봐. 대신 모든 걸 내려놓아야 될 것이다. 네 야망도. 사랑도.”

제 악업의 흔적과 제 쾌락의 부채를 남에게 전가하는데 익숙한 치들의, 그래서 한 번도 기득권을 내려놓은 적 없는 치들의 흔한 견강부회다. 사람들은 고통스런 진실보단 안락한 거짓을 선호한다는 통찰도 담겨있다.

역시 두학에게 제 빚을 전가하는데 익숙했던 최철웅이다. 아직은 제법 양심 아파하지만 황충성이 정곡을 찌른 것처럼 제 몫의 야망과 제 몫의 사랑을 내려놓지는 못할 것이다. 이대로 어느 날엔 양심의 태클조차 지워버리고 또다른 황충성이 돼서 똑같은 되도 않는 진실론을 누군가에게 설파할 것이다.

잊으려 몸부림칠수록 화력을 돋우는 복수의 불꽃, 그 불꽃에 벼려낸 두학의 칼날이 참회없는 저들의 견강부회를 단죄할 수 있을지. 피를 나누고 배를 나눈 친동생 철웅마저 끊어낼 수 있을지, 남은 2회가 궁금해진다. 아울러 사랑 하나만을 알려준 어머니 점암댁의 가르침이 그 단죄의 칼날 끝에 용서의 온기를 심어줄 지도.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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