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카톡 답장의 속도'가 알려주는 나와 그 사람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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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점점 더 빨리 돌아간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해야 할 일도 늘어나고, 그래서 사람들은 바쁘다는 말을 점점 더 입에 달고 삽니다. 여기에 수시로 울려대는 이메일과 메신저,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사용하는 메신저 수도 늘어납니다. 온 국민이 사용하는 카톡은 기본이고, 텔레그램을 쓰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라인으로 연락하는 이들이 있고, 페이스북 메신저나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메신저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게 된 지인도 있습니다. 슬랙 같은 업무용 툴에도 메신저가 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자체의 포스팅이나 댓글을 통해 호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메일은 그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물론 전화처럼 동시성을 가진 더 긴밀한 매체가 있고, 우편물이라는 아직은 보다 공적인 도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메일은 전화와 같은 사적 특성과 우편물이 가진 공적 특성을 모두 가진 디지털 매체가 되었습니다. 충분히 긴 내용을 보낼 수 있고, 기록이 거의 영구적으로 남는다는 장점 덕분에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기에 적절한 매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오래된 새로운 매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들이 주는 효용 못지않게 피로감 역시 매우 큽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4GxfjSrNHo ]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의 교수이자 '오리지널스'의 저자인 애덤 그랜트는 이메일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여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썼습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쓴 연설문을 지인에게 한 번 읽어보고 피드백을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지인이 당일에 답변을 보내면서도 '늦어서 미안합니다'라고 쓴 것을 보고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메일에는 빠른 답을 해야 한다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강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의 이야기 중에 귀 기울일 만한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24시간 연락을 받는다는 것은 곧 다른 사람의 일정에 삶을 맡긴다는 의미이자 번아웃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그의 말은 한국 사회에서 "업무시간 외 카톡 금지"가 자주 이야기되는 이유를 말해줍니다. 또, '이메일 긴급성 편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도 재미있습니다. 곧, 사람들은 근무 시간 외에 이메일을 받았을 때 발신자의 실제 기대보다 더 빨리 답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고, 스트레스가 증가했으며 번아웃이 올 확률도 높았다는 것입니다.
답장의 속도와 권력관계
이 맥락에는 사실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소위 '권력관계'라는 것으로, 중요한 사람이 보낸 메일에는 그 일 자체가 중요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해 자신의 시간을 써서 답을 빨리 보내려 노력합니다. 반대로, 덜 중요한 사람이 보낸 메시지에 여유를 두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답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읽씹'과 '안읽씹'의 차이를 논하는 많은 슬픈 글들이 바로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바쁜가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하지만 그랜트가 말하듯 "빠른 답장이 관심이나 애정의 척도인 경우는 거의 없다. 답장 속도는 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바쁜가에 달려있다"라고 단언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는 것이지요.
답장의 속도와 관심
곧 "인류의 역사에서 빠른 답변은 가족, 친구, 이웃, 동료 등 소수의 필요에 내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의미"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랜트는 오늘날 누구나 나에게 말을 걸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빠른 답변의 의미를 재설정하자고 말합니다. 이 부분은 진화를 통해 우리가 가지게 된 특성이 현대 기술사회에서 적절하지 않게 된 다른 많은 것들과 함께 일리가 있습니다.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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