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 백상] 작품 심폐소생·신들린 연기 '초접전' 영화 조연상
작품을 빛내면서 동시에 캐릭터와 배우 스스로의 존재감도 높였다. 개봉 당시 '이 작품에 이 배우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극찬 받은 주인공들이 모두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조연상 후보로 꼽혔다. 주·조연의 경계를 허물고 오로지 작품을 위해 헌신한 관록의 배우들부터, 현 충무로를 이끌고 있는 대세, 반짝 반짝 독기 품은 눈빛을 내뿜으며 악바리 근성을 보여준 젊은 피까지 면면도 다채롭다.
이들은 후보 심사에서 '감독의 디렉팅과 캐릭터의 서사를 넘어 배우의 매력이 더해져야 완성 되는 캐릭터로 분해 어려운 난이도의 연기를 매우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는 공통의 평을 받았다. 인생의 필모그래피는 물론, 영화계에서도 두고 두고 회자될 만한 대표 캐릭터를 탄생 시킨 올해의 영화부문 남녀조연상 후보들이다.
59회 백상예술대상'은 2022년 4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지상파·종편·케이블·OTT·웹에서 제공된 콘텐트, 같은 시기 국내에서 공개한 한국 장편영화 및 공연한 연극을 대상으로 한다. TV·영화·연극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무이 종합 예술 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은 4월 28일 오후 5시 30분부터 JTBC·JTBC2·JTBC4에서 동시 생중계, 틱톡에서 디지털 생중계된다.
이들이 곧 現충무로…굵직한 남자조연상
가뭄의 단비, 한줄기 빛처럼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영화 '교섭(임순례 감독)의 강기영은 아프가니스탄 유일한 파슈토어 현지 통역 카심으로 분해 극 전반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아프가니스탄 뒷골목에서 살아남은 잡초 같은 한국인 이봉한, 일명 카심'이라는 설명 만으로 '교섭'이라는 작품과 작품 속 교섭의 없어서는 안 될 매개체의 활약을 확인 시킨다. 도박과 음주를 즐기는 뒷골목 삶에서 통역가로 생존 본능을 보여준 성장사에 유쾌한 리듬을 불어 넣으며 절박함까지 표출한 열연은 배우 강기영의 광활한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 시키기도.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TV부문 남자조연상 후보에도 함께 노미네이트 되면서 매체 불문 올 한 해를 빛낸 배우임을 입증했다.
베일이 벗겨지자마자 히든카드로 통했다. 캐릭터와 배우의 힘이 돋보일 때, 분량은 후순위가 될 수 있다는 걸 오랜만에 체감하게 만들었다. '올빼미(안태진 감독)'의 김성철은 8년 간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다 돌아온 후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는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 역을 맡아 사건의 중심이자 스토리의 개연성이 되는 역사적 인물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인조 유해진, 맹인 침술사 류준열과 호흡하며 때와 장소에 따라 소현세자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었던 건 한예종 전설의 10학번이자, 스크린, 브라운관, 무대를 넘나들며 쌓은 김성철 본연의 내공이었다. 첫 사극으로 백상예술대상에 첫 입성하게 된 김성철의 발걸음이 응원을 부른다.
시리즈의 또 다른 정체성으로 봐도 무방하다. '범죄도시'(2017)에 이어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로는 유일무이 1200만 메가 히트 기록을 세운 '범죄도시2(이상용 감독)'에서 이수파 두목 장이수 역을 맡은 박지환은 코믹한 빌런으로만 그려졌던 전편과 달리,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조력자 자리까지 꿰차며 범죄 소탕 작전 중심에서 호감도를 높였다. 장이수는 가리봉동 사건 이후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직업 소개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진 바. 이미 첫 시리즈 때부터 '실제 조선족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만큼 캐릭터에 빙의 된 모습을 보였던 그는 두 번째 시리즈에서도 마동석과 환상의 티키타카를 바탕으로 깜짝 반전 키포인트로 등장하며 조연의 교과서, 시리즈 치트키가 됐다.
기존의 부드럽고 유쾌한 이미지를 완벽하게 내려놨다. 왜장의 가면을 쓰고 오로지 이순신 인생과 역사가 기록하는 전투의 조연으로 남았다. 변요한은 '한산: 용의 출현(김한민 감독)'에서 왜군 수군 최고사령관 와키자카로 분해 야심과 지략, 자신감과 패기로 똘똘 뭉친 와키자카의 면면을 세밀하게 연기해냈다. '한산: 용의 출현'에 합류한 변요한의 마음이 곧 와키자카로 대변됐다. (그 나라에서는) 명장으로 불린 만큼 이순신에 대적 될 정도의 무게감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고어(古語)로 된 일본어 대사도 유려하게 소화해 냈다. 오히려 차분한 이순신과 대비되며 돌진의 자세로 '전쟁 액션 영화' 장르에 입각한 인물이 된 것. 바다가 감싸는 기세다.
'맑은 눈의 광인' '돌아버린 눈빛'의 정석이다. 작품의 흐름을 바꾼 기준이 됐다.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은 임시완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극 중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공항을 찾은 승객 진석을 연기한 임시완은 스포일러 캐릭터로 누가 봐도 '있을 법한 무언가'를 예상보다 더욱 강렬하게 선사했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서사를 잃지 않은 것부터 대견하다. 보일 수 밖에 없는 역할이었다 한들 모두가 그렇게 살릴 수 있고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상선언' 임시완 만큼은 대체 불가다. 치고 빠지는 적절함 속에서 변신과 도전의 과제까지 해냈다. 영리한 배우가 걷는 길은 늘 기대를 모은다.
대배우부터 성장의 아이콘까지…감동의 여자조연상
홍일점? 작품을 대표하는 배우가 됐다. 복병 흥행으로 극장과 관객들의 웃음을 제대로 잡았던 '육사오(박규태 감독)'의 박세완이 '육사오' 배우들 중 유일하게 백상예술대상 후보로 선택 받았다. '잘 만든 코미디 열 대작 안 부럽다'는 명승부를 보여준 '육사오'에서 박세완은 대남 선전 방송을 담당하는 북한 측 군단선전대 병사 연희로 분해 한층 진일보한 여성 캐릭터의 면모를 뽐냈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얼굴까지 예쁜 오빠 동생으로 단순하게 활용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고 강단있는 성격을 숨기지 않으며 화끈한 액션에 시원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유쾌한 에너지와 함께 백상에서 성사 될 북한 아이유와 진짜 아이유의 만남도 주목된다.
어느 해보다 '영화배우 배두나'가 눈에 띄었다.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와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가 칸국제영화제에 나란히 공식 초청 되는 겹경사를 시작으로, 공개 된 각 작품 속 배두나가 맡은 캐릭터와 진심의 연기들은 선택의 이유, 더 나아가 배두나가 추구하는 방향성의 한 축을 가늠케 했다. 백상예술대상 역시 두 작품 속 배두나를 모두 알아봤다. 공교롭게도 캐릭터는 모두 형사. 여자최우수연기상과 여자조연상을 동시에 노린다. 조연상 후보로 선정 된 '브로커' 형사 수진은 다소 기능적으로 취급되는 여느 여성 형사 캐릭터들과 달리 현실에 맞닿은 생활감을 전한다. '브로커' 내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한 배우, 차원 높인 섬세한 연기가 사이다를 제공했다.
첫 영화로 조연상 후보까지 직행했다. 스크린 데뷔와 악역 데뷔가 한꺼번에 이뤄졌다. '올빼미'에서 권력을 탐하는 후궁 소용 조씨 역을 맡은 안은진은 인조와 소현세자 사이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을 천연덕스러우면서도 표독스럽게 연기해냈다. 캐릭터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있는 배우임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넓은 스펙트럼에 팔색조 이미지까지 챙겼다. 전작에서의 따뜻하면서도 착한 이미지가 강하게 남으면 어쩌나 싶었던 우려를 한 방에 잠재운 성과다. 안은진 역시 한예종 출신으로 '대세 한예종'의 명맥을 잇는 배우가 됐다. 영화는 '시민 덕희', 드라마는 '나쁜 엄마' '연인' '종말의 바보'까지 차기작이 줄줄이다. 백상예술대상 첫 나들이는 어떤 추억으로 기억될 지 흥미롭다.
최동훈 감독과 염정아의 만남은 백전백승이다. 최동훈 감독이 빚어내는 염정아 캐릭터는 이토록 유머러스하고 깜찍할 수 없다. '외계+인' 1부에서 신선 흑설로 분한 염정아는 '외계+인'의 인간 부적이자 호흡기로 영화를 여러 번 심폐소생했다. '도술을 부릴 줄 아는 신선이면서 동시에 자체 제작 무기들을 판매하는 장사꾼' 서사를 찰떡같이 받아 먹었다. 독특한 분장과 다소 유치하게 흘러갈 수 있는 설정을 연기로 승화시킨 케이스다. 영화에서는 삼각산 두 신선으로 청운 조우진과 짝꿍처럼 붙어 다녔지만, 백상은 염정아가 '외계+인' 1부를 대표해 참석한다. 염정아는 '인생은 아름다워(최국희 감독)'로 여자최우수연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상황. 염정아와 배두나의 경계 허문 행보에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낸다.
현 시기 대표적 성장의 아이콘이다. '소년심판' 'D.P.' '약한영웅 Class 1' '방과 후 전쟁활동' '길복순'까지 'OTT의 딸'이라 불려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성별을 넘나드는 연기 폭을 자랑하며 청춘과 장르물에 최적화 된 이미지를 잡았다. 이에 지난해 '소년심판'으로 58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신인연기상 후보에 지명됐던 이연은, 올해는 '길복순'으로 영화부문 여자조연상에 도전한다. 스크린에서는 독립영화로 쌓은 필모그래피가 꽤 탄탄하다. '길복순' 안에서는 리틀 길복순, '길복순' 밖에서는 리틀 전도연으로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실제 전도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기도 했다. 벌써 전도연과 비견 될 정도로 미래가 밝다. 에이스 킬러 연습생 김영지를 통해 이연은 먼저 유망주 딱지를 떼고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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