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4대 소재 투자·생산… 체질 개선 나선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 개선 예고
“미래 대비” 고부가 항균 소재, 수소 신사업도
“최근 중국이 공격적으로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고부가 제품에 대한 품질과 기술력은 비교적 낮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기술 격차를 이용한 고부가 제품으로 전략을 수정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윤승호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폴리머본부장
지난 18일 중국 선전(심천·深圳)에서 열린 ‘차이나플라스 2023′에 설치된 롯데케미칼 부스는 신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직접 관람하러 온 해외 바이어들로 북적였다. 차이나플라스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석유화학 박람회다. 코로나로 2년 만에 열린 올해 행사는 세계 150여개 국가에서 약 3900개의 기업이 참가해 부스를 꾸렸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전략 소재를 선보였다. 기존에 롯데케미칼은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범용 플라스틱 제품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최대 석유화학 소비국인 중국이 석유화학 산업의 내재화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범용 제품만으로는 수익성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이번 전시에서 전기차(EV) 배터리에 사용되는 분리막과 양극박, 고부가 소재 등을 선보이며 기업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전시 부스를 찾은 윤승호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폴리머본부장은 “범용(화학 제품)으로는 더 이상 경쟁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제품 자체의 스펙을 고급화하는 등의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 배터리 ‘4대 소재’ 모두 생산… “2차전지 사업 주도”
부스 중앙에는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인 HDPE(High-Density Polyethylene·고밀도 폴리에틸렌) 분리막이 전시됐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의 직접 접촉을 차단하면서도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만 통과시켜 전류를 발생시킬 수 있도록 하는 얇은 필름이다. 롯데케미칼은 HDPE 소재를 국내외 분리막 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분리막 소재 사업을 오는 2025년까지 연 매출 2000억원에 달하는 연산 10만톤 규모까지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모듈과 팩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기존에는 안전성 문제로 배터리 모듈·팩을 만드는 데 주로 금속을 이용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일반 플라스틱의 단점을 보완해 내열성, 난연성, 내강도성, 내충격성을 높인 신소재를 개발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금속 소재 대신 플라스틱을 이용하면 기존보다 차량의 무게와 가격을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전기차용 플라스틱 사업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롯데그룹 화학군은 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에 직간접적으로 투자∙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분리막을 생산하는 동시에 전해액 유기용매 공장을 건설 중이며, 롯데알미늄은 양극박을 생산한다.
롯데그룹 화학군은 지난 3월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출범하며 동박 사업에도 직접 진출했다. 이들 계열사 간 협력관계를 구축해 다양한 시너지를 도출하고 배터리 소재 사업을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미래 먹거리 대비” 고부가 항균 소재부터 수소 신사업까지
롯데케미칼이 개발한 고기능성 항균 소재 evermoin(에버모인)과 everban(에버반) 역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난 2017년과 2021년 롯데케미칼이 각각 개발에 성공한 소재로, 플라스틱 제작 과정에 특수 첨가제를 포함시켜 세균과 바이러스가 번식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해 증식을 억제한다.
현장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항균 소재는 손잡이, 스위치, 가습기, 신용카드, 의료 장비 등 다양한 곳에 적용할 수 있어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스 한편에는 롯데케미칼이 신사업의 일환으로 개발한 모빌리티용 수소탱크도 전시돼 있었다. 수소탱크 외부는 검은색 탄소섬유가 빼곡히 감겨 있었다. 수소차 등에 사용되는 수소저장탱크는 700기압에 달하는 초고기압을 버텨내는 것이 핵심으로, 이를 위해 외부를 탄소섬유로 둘러싸 팽창과 폭발을 억제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7년부터 고속 필라멘트 와인딩 공법을 이용한 수소저장용기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는 수소차에 필요한 기본 요구 성능 평가를 통과했고, 안전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국제연합 유럽경제위원회 인증도 지난해 9월 완료한 상태다.
탄소섬유를 감는 공정은 크게 ‘습식 와인딩(Wet winding)’과 ‘건식 와인딩(Dry winding)’으로 나뉘며, 롯데케미칼은 건식 와인딩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건식 와인딩은 섬유를 말리는 시간이 필요한 습식 와인딩과 비교해 생산 속도가 빠르다”며 “향후 수소차가 대중화되는 시점에서 장점이 부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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