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진전 우승한 작가, 수상 거부한 충격적 사연 “내가 안찍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4.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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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엘다크젠이 SWPA에 출품한 AI 이미지 ‘전기공’(The Electrician) 전체 모습. [사진 출처 = 트위터 캡처]
독일의 한 사진작가가 국제 사진전에 작품을 낸 뒤 우승작으로 선정되자 뒤늦게 수상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을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으로 만들었기 때문인데 논란을 만들려 일부러 출품했다는 설명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출신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젠은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SWPA)’ 크리에이티브 오픈 카테고리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SWPA는 세계사진협회(WPO)와 소니가 후원하는 세계 최대 사진 대회 중 하나다.

엘다크젠이 출품한 건 한 젊은 여성과 노년의 여성이 모습이 담긴 흑백 이미지였다. ‘전기공(The Electrician)’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이미지 속 노년의 여성은 젊은 여성 뒤에서 그의 어깨를 붙잡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제출한 작품이 수상작으로 뽑히자 엘다크젠은 돌연 AI로 만든 사진이라며 상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SWPA 등 사진전이 AI 이미지 출품에 준비되어 있는지 알아보고자 출품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 히긴스라는 블로거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이미지. 가디언은 관련 소식을 전하며 AI 등 기술이 인간의 경험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히기 직전이라는 종말론적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진 출처 = 트위터 캡처]
사진으로 봐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폭넓게 토론해야 한다는 게 엘다크젠의 주장이다. 그는 “사진의 영역은 AI 이미지가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은가? 아니면 (내 수상은) 실수였을까”라며 “수상을 거부함으로써 이 논쟁이 더 가속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동시에 AI 이미지가 권위 있는 국제 사진전에서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를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WPO 대변인은 “그가 수상을 거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우리는 그와의 활동을 중단하고 그를 이번 대회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관련 소식을 전하며 AI 등 기술이 인간의 경험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히기 직전이라는 종말론적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를 구분하기가 이미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온라인상에는 허리춤이 강조된 흰색 롱패딩을 입고 바티칸시국의 성 베드로 광장을 산책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경찰관에게 둘러싸여 수갑이 채워지고 끌려가는 모습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실제와 구별이 어려운 AI 생성 이미지가 유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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