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PD “현실에도 김도기 있으면 좋겠단 반응 기쁘고 서글펐다”[EN:인터뷰①]
[뉴스엔 박아름 기자]
"기쁘면서도 서글픈 마음으로 시즌2 만들었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를 연출한 이단 감독은 최근 뉴스엔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모범택시2'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지난 4월 15일 ‘모범택시2’는 시청률 20% 고지를 가뿐히 돌파하며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모범택시2' 마지막회 시청률은 최고 시청률 25.6%, 수도권 21.8%, 전국 21%, 2049 8.2%로, 2023년 방영된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종영 후에도 여운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모범택시2' 흥행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이단 감독은 먼저 "많은 사랑을 받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단 감독은 "제가 대본을 보면서 느꼈던 것을 시청자들과 함께 느낄 때 행복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과 함께 분노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다"며 "'현실에도 김도기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볼 때 가장 기뻤고 또 서글펐다. 저 역시 그 마음으로 시즌2를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담감 속에 인기 작품의 배턴을 이어받게 된 이단 감독은 '모범택시2'를 연출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밸런스를 맞추고 적중률을 높이는데 가장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고민도 많았지만 이단 감독의 전략과 생각은 적중했다.
이단 감독은 "시즌2에서는 도기의 부캐플레이에 집중하게 하면서 그야말로 부캐로서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 위해서는 시즌1의 무게감은 덜어갈 수밖에 없었다. 모범택시에 사건의뢰를 하는 피해자들의 사연이 심각하게 다뤄질수록 김도기 기사가 신명나게 활약할 수 있는 영역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하더라. 이 부분이 연출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됐던 지점이다. 시청자들이 전편을 사랑해주셨던 이유 중 하나는 잔혹한 현실의 디테일한 묘사와 사회고발적인 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놓고 가지 않으면서도 도기의 부캐플레이를 해치지 않는 방법, 마냥 무겁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을 내 이야기라고 느껴야 복수도 통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김도기가 마음 놓고 때릴 수 있을 만큼 빌런에게 공분을 살만한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빌런의 악행이 말초적이고 폭력적이기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출연자 섭외에도 유독 공을 들였다. 이단 감독은 "피해자 역할의 배우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배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이라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 인지도가 낮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다. 촬영하기 협소하고 불편하고 먼 곳이어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의 흔적이 잘 묻어 있는 현장감이 살아있는 로케이션까지 찾아가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했고, 치킨집 사장님의 상처투성이 손 분장, 할머니가 꼬깃꼬깃하게 모은 장롱 속 쌈지돈이라든지, 시청자들이 피해자들의 사연을 가까운 곳의 이야기로 받아 들여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미지적인 디테일들을 챙기려고 애썼다"고 회상했다.
반대로 빌런에게는 더 악하고 잔인해 보이는 설정들을 추가했다고. 이단 감독은 "빌런의 공간에는 규모감을 추가해 이놈들이 저지른 악행들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사실이 시각적으로 느껴지게 했다"며 "강필승 사무실의 계약서와 금붙이들, 아이들이 갇혀 있는 공간의 소변통들, 블랙썬 사무실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서랍들과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머리핀과 브로치들처럼 빌런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나쁜 짓을 저질렀을지 암시해주는 소품들과,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포인트를 추가해 빌런의 공간을 꾸몄다"고 설명,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이단 감독은 "너무 붕 뜨거나 너무 판타지적인 복수 방법은 오히려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통쾌함이 남지 않을 것 같아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밸런스를 조정하는 회의를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모범택시2'가 시즌1을 뛰어넘는데 성공,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현재 많은 이들의 관심은 시즌3에 쏠려있다. 최근엔 시즌3 제작 확정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단 감독은 "시즌제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과 함께 시청자들이 함께 늙고, 같이 성장하는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연 배우들이 꼭 필요할 것이다. 또한 '모범택시'의 컬러는 작가님께서 창조하신 것이기 때문에 작가님도 꼭 같이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단 감독은 "사건 해결을 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시청자들이 예측 가능해지면서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시즌을 관통하는 보다 길고 큰 서사구조를 고안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현재처럼 2회씩 에피소드가 바뀌는 구성은 장단이 있었다. 속도감 있는 전개는 좋지만, 빌런을 소개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고, 또 시원한 복수를 하기에도 분량이 짧기 때문에 개연성을 무시하고 가야하는 측면이 있었다. 시즌1의 박양진 같은 인상깊은 빌런이 탄생할 수 없었던 시즌2의 구조적 한계이기도 하다. 또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며 "드라마 특성 상 액션이 많고, 또 액션이 아니더라도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들도 많고, 에피소드별로 고정장소가 달라지고, 세트 촬영보다 야외 촬영이 필연적으로 많고, 또 기본 5명이 등장하기 때문에 촬영 시간과 비용이 일반적인 장르물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시즌이 계속될수록 점점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규모있는 프로듀싱이 필요할 것이다"고 시즌3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단 감독은 "제작진 입장에서도 시즌제 드라마 제작은 충분히 반가운 일이다. 이번 시즌에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제작진과 배우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면 호흡 맞추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자연히 비용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혀 또다시 세상에 나오게 될 '모범택시'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SBS '모범택시2' 제공)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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