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예고하고 뛰는 안권수 "AG 기대 안 해…롯데 PS만 생각"
타율 0.353에 도루 4개로 롯데 1번 타자 노릇 '톡톡'
(부산=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롯데 자이언츠에는 어느 선수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1번 타자가 있다.
빠른 발과 작전 수행 능력, 여기에 선구안까지 갖춘 거인 군단 돌격 대장 외야수 안권수(30)가 주인공이다.
안권수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1번 타자 좌익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에 볼넷 2개를 얻고, 도루 1개와 득점 1개를 더한 만점 활약으로 7-5 승리에 힘을 보탰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해도, 안권수는 13경기에서 타율 0.353(51타수 18안타), 5타점, 7득점, 4도루, 출루율 0.389, OPS(출루율+장타율) 0.820으로 활약 중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팀 내 타율과 출루율 모두 1위다.
18일 경기에 앞서서 만난 안권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롯데에서는 계속 주전으로 나가니까 마음이 편하다. 체력을 위해서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했다. 체력이 따라준다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작년에 느꼈다"고 활약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교포 3세 안권수는 지난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99번으로 두산 베어스 지명을 받았다.
두산에서도 백업 외야수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팀을 떠났다.
한국에서 계속 뛰려면 2023년이 지난 뒤 현역으로 입대해야 해서 외야수가 많은 두산이 안권수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 것이다.
안권수가 '자유의 몸'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롯데는 "1년만 더 해보자"고 설득해 연봉 8천만원에 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원래 지난해 두산을 떠난 뒤 일본으로 돌아가 야구와 무관한 직장인의 삶을 살겠다고 계획을 세웠던 안권수는 롯데의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안권수는 "작년에 더 성적을 내고 싶었지만, (출전 기회가 제한적이라) 후반기에는 계속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 야구를 보여주고 싶어서 롯데와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에게 '야구선수 안권수'를 제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도 있었다.
지난해 부모님이 한국을 찾았을 때 2군에 내려가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게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는 안권수는 "올해는 롯데 구단에서 개막전에 부모님과 아내를 개막전에 초청했다"고 뿌듯해했다.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권수가 KBO리그에서 뛰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방법은 올해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 획득으로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얻는 것뿐이다.
그러나 안권수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는다. 외야에 워낙 잘하는 선수가 많다"면서 "(만약에 대표팀에 선발된다고 해도) 올해만 뛴다는 계획은 그대로"라고 털어놨다.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야구 선수의 삶이 쉽지만은 않아서다.
지난 2020년 일본에서 아이돌 가수로 활동했던 미야타니 유에와 결혼한 안권수는 지난해 말 아이가 태어나는 기쁨을 맛봤다.
이제 6개월이 된 아이 얼굴이 매일 아른거려도, 휴대전화 속 사진과 영상 통화만으로 마음을 달래야 한다.
일본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안권수는 "1년 더 한국에서 야구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응원해줬다. 아내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이야기해준다. 혼자 아이 키우며 힘들 텐데 내색하지 않고 응원한다"고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는 "작년에도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은 하루하루 열심히 뛰는 것만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목표는 하나뿐이다.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어 준 롯데에 가을 야구를 선물하는 것이다.
안권수는 "올해 가을 야구에 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팬들께서도 많이 와서 응원해주시면 한다"면서 "우리 팀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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