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발언 후회 않는 이관희, “SK 선수들 존중한다”
창원 LG는 2022~2023시즌 개막 하기 전에 약체로 꼽혔다. 시즌 초반에는 연승을 달리지 못해 중위권에 머물던 LG는 원정에서 강할 뿐 아니라 홈에서도 연승을 달리며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예상 밖의 성과였다.
최소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자신감을 내보였지만, 결국 아셈 마레이의 부상이란 암초를 만나 4강 플레이오프에서 시즌을 마쳤다. 서울 SK와 4강 플레이오프 2,3차전에서 모두 1점 차이(91-92, 84-85)로 패배를 당해 아쉬움이 더 진하다.
이번 4강 플레이오프 중심에는 이관희가 서 있다.
이관희는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지난 13일 창원체육관에서 오후 훈련을 마친 뒤 SK와 맞대결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하자 “SK에 수비수가 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한 명의 마네킹이다”고 했다.
전희철 SK 감독이 수비 중심으로 코트에 나서는 최원혁과 최성원, 오재현을 마네킹1,2,3이라고 명명하면서 팬들의 관심을 북돋았다.
이관희가 있었기에 재미있었던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관희는 18일 SK와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마친 뒤 “마레이가 많이 생각난다. 핑계 대기 싫지만, 우리가 마레이가 있었다면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1,2,3차전이었다. 후회가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시즌을 마무리한 소감을 전했다.
딱 한 순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 질문을 받자 이관희는 “없다”며 단호하게 답한 뒤 “내가 (던져서) 안 들어갔던 슛이나 했던 수비가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돌리고 싶지 않고, 빨리 쉬고 싶다(웃음)”고 했다.
이관희는 “2차전에서 이겼다면 기자들에게 재미있는 제목 타이틀도 줬을 거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겠지만, 아쉽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또, 그렇게 한 발언에 대해서 SK 선수들이나 허일영 형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고, 플레이오프라서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며 “팬들이 봤을 때는 내가 심한 게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선수로 당연히 그 정도 발언도 못한다면 인터뷰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 발언을 후회하지 않는다. SK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나를 막았고, 나도 SK 선수들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서 공격을 하고, 수비를 했기 때문에 SK 선수들을 존중한다”고 했다.
SK 선수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고장 난 시계 세리머니나 마네킹 제스처 등으로 이관희에게 반격했다. 이관희는 시계 세리머니가 아닌 또 다른 세리머니를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SK에게 받은 걸 되돌려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관희는 “1,2,3차전을 하는 동안 잠을 3~4시간씩 밖에 못 잤다. 나도 나름 복수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뛰었고, 3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굳이 핑계를 된다면 우리에게 마레이가 있고, SK에는 워니가 없다면 시리즈가 어떻게 되었을까 SK 선수들이 한 번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마레이가 많이 밉다(웃음)”고 했다.
3차전이 열린 잠실학생체육관은 5,204명으로 매진이었다. 여기에는 노란 티셔츠를 입고 LG를 뜨겁게 응원한 LG 팬들도 한몫 했다.
이관희는 “나 다음으로 정희재가 고참이고, 이재도, 임동섭, 김준일 등 고참 선수들인데 프로 생활 12~13년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창원 팬들이 오셔서 디펜스를 외치는 큰 함성을 처음 들어본다고 하더라”라며 “내 농구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로 들어가기 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그만큼 창원 홈에서 (팬들이) 내 이름을 외쳐주셨다. 선수들이 그 기분을 잊지 않고 내년에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좋은 선수들과, 마레이와 같이 할 수 있다면, 꼭 SK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했다.
LG의 기나길 시즌은 끝났다.
이관희는 “시작은 어려웠지만, 마무리할 때까지 어려웠다. 시즌 첫 경기를 지고, 마지막 경기도 졌다. 그 과정은 좋았는데 지고 돌아가는 건 정규리그 2위를 하나,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하나 똑같이 힘들다. SK 선수들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어디와 붙을지 모르지만, SK가 우승을 한다면 LG가 잘 싸웠고, LG를 꺾고 올라갔기에 우승할 가치가 있다고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시즌을 돌아본 뒤 “일단 날 위해서 응원해준 가족들과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싶고, 혼자 카페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사진_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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