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6년째 잠잠했던 '위축지역' 지정 요구하는 이유
2017년 제도 도입 후 지정 사례 0건…실효 없어
정부는 '신중'…추가 규제 완화 부담에 형평성 문제도
주택업계가 부동산시장 양극화 해결책으로 '위축지역' 지정을 건의했다. 시장이 과열됐을 때 각종 대출, 세금 규제 등으로 거래를 막았던 것처럼 거래가 위축된 지역엔 이들 규제를 추가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현재로선 위축지역에 지정되더라도 큰 혜택이 없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미분양 문제를 겪는 가운데 일부 지역만 지정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섣불리 추가 완화에 나서기는 부담이다.
6년째 잠든 '위축지역' 지정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위축지역 조속 지정'을 건의했다. 미분양주택이 대구, 경북 등에 집중되는 등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심각해져서다.
주건협은 "침체가 우려되는 지역을 위축지역으로 지정하고, 규제지역에 상응하는 수준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주택시장 침체 리스크가 지역경제에 확산하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 취지를 밝혔다.
위축지역은 조정대상지역 중의 하나로 주택 분양·매매 등 거래가 위축되거나, 위축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뜻한다. 지난 2017년 주택법이 개정되며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지정 사례가 없다.
지정 기준은 6개월간 주택가격 변동률이 –1% 이하인 지역 중 △3개월 연속 직전 연도보다 주택 매매 거래량 20% 이상 감소 △3개월간 평균 미분양주택이 직전 연도의 2배 이상 △해당 지역의 주택보급률·자가주택비율이 전국 평균 초과 등이다.
광역지자체 기준, 전국이 주택가격 변동률 기준을 충족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2년 10월~2023년 3월 전국 집값은 7% 하락했다. 나머지 3개 기준 중 미분양주택만 봐도 현재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지방 대부분과 서울, 경기, 인천 일부 지역이 지정될 수 있다.
혜택없으니 수요도 '0'…인센티브 요청
그런데도 지자체에서 지정 요청이 없었던 건 위축지역이 돼도 이렇다 할 혜택이 없어서다. 현재 위축지역 지정 효과는 △거주지 우선 요건 배제 △청약통장 가입 1개월 후 1순위 등 두가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주건협은 위축지역 조속 지정과 함께 지정 효과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비은행권 DSR 50% 적용 △취득세 감면 및 다주택자 중과 배제 △미분양주택 매입 시 양도세 면제 △무순위청약 절차 배제 등이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효과는 정부가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조정할 수 있다. 실제 2017년 조정대상지역 과열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추는 등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주건협 관계자는 "각종 규제가 시행되는 과열지역과 달리 위축지역 지정효과는 청약자격 완화에 불과하다"며 "HUG 보증, 주택도시기금, 금융·세제 등 관계기관과 협의할 수 있는 근거는 이미 마련됐다"고 말했다.
낙인효과·지역 형평성 문제도
다만 인센티브가 추가로 주어지지 않을 경우 위축지역 지정은 낙인효과에 그칠 수 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정하는 '미분양 관리지역'이 대표적이다. 최근 분양시장 침체로 미분양 관리지역이 증가하자 지정 후 수요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결국 HUG는 지난 2월 말 지정 문턱을 높이고, 미분양 관리지역에 대한 규제도 완화했다. 지정 기준은 500가구 이상 미분양에서 1000가구 이상 미분양으로 상향했다. 동시에 최소 지정기간은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분양 심사 절차도 간소화했다.
건설업계는 낙인효과를 일부 감수하더라도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미분양 관리지역의 경우 해당 지역에 규제가 더해지기 때문에 위축지역의 취지와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위축지역 지정 요구는 지역 부동산 침체가 깊어지면서 내놓은 고육책"이라며 "분양 물량 조절에 초점을 맞춘 미분양 관리지역과 달리, 위축지역은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기존 규제를 더 풀어주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규제 완화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올해 들어 과열지역에서 전국 대부분이 해제되면서 청약, 금융 등의 규제가 대폭 완화된 상황이다. 위축지역 지정에 나설 경우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만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건 쉽지 않다"며 "지자체에서 신청하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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