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팀 전력을 끌어올린다…팀 케미스트리

신원철 기자 2023. 4.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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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현대 스포츠를 상징하는 단어 '통계'와 '첨단 기술'은 '인간'과는 거리가 있는 단어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과 인간의 관계, 팀 케미스트리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경기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는 없다.

신간 '팀 케미스트리'는 이 무형의 가치가 스포츠 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룬다. 나아가 스포츠 팀이 아닌 우리가 속한 다양한 조직 안에서의 관계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다.

'팀 케미스트리'는 통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스포츠 트렌드 속에서도 선수들의 관계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 조앤 라이언은 1989년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1996년의 미국 여자 농구 대표팀, 2010년대 중반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 각각의 스포츠 팀 사례를 통해 팀 케미스트리가 팀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러한 팀 케미스트리를 형성하는 요소와 방법들은 무엇인지, 이를 정량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신경과학·심리학·진화생물학·조직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현대 야구와 데이터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머니볼'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세이버메트릭스로 대변되는 데이터 야구가 메이저리그를 휩쓸기 시작됐다. 그러면서 팀 케미스트리나 기세, 집중력 같은 정량화할 수 없는 가치들이 점점 힘을 잃는 상황을 맞이했다. 과연 눈에 보이지 않고, 숫자로 나타낼 수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저자 라이언은 팀 케미스트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례를 통해 증명했다. 나아가 팀 케미스트리를 정량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신경과학·심리학·진화생물학·조직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연구를 추적했다. 또한 실제 야구나 농구팀 감독, 선수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팀 케미스트리의 영향력에 대해 조사했다.

'팀 케미스트리'는 스포츠 서적이면서 조직문화에 대한 책이다. 조직 문화의 형성에도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결속력이나 화합을 가장 중요시하는 집단 중 하나는 바로 군대다. 전우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전우를 돕겠다는 의지 등 군대 조직은 ‘팀 케미스트리’를 가장 중요시한다. 이에 저자는 스탠리 매크리스털 전 미국 육군 대장을 통해 그들의 결속력과 팀 케미스트리가 어떻게 형성되고 쌓여가는지 확인한다.

요즘 조직 문화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MZ세대의 개인주의, 혹은 개성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기성세대는 MZ세대가 너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공동체라는 가치를 등한시한다고 말하고, MZ세대는 기성세대의 그런 사고 자체가 구태의연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각차는 조직 사회에서 세대 간의 갈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는 과거부터 우리가 중요시해오던 팀워크나 단결력을 팀 케미스트리와 혼동해서 생긴 것일 수 있다. 조직을 위한 맹목적이고 획일적인 충성이 팀 케미스트리가 아님에도 조직 내 집단에 충성하지 않으면 조직의 화합을 저해하는 일처럼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팀 케미스트리는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이라고 말한다. 즉, 개인이 희생해서 조직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상대를 신뢰하면서 일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팀 케미스트리다.

지은이 라이언은 AP통신 스포츠 편집자 상을 13번이나 수상한 기자다. 다섯 권의 저서 가운데 하나인 '예쁜 상자 속의 소녀들 Little Girls in Pretty Boxes(국내 미번역)'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선정 100대 스포츠 도서, 가디언 선정 50대 스포츠 도서에 선정됐다. 라이언은 치밀한 취재를 통해 팀 케미스트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또 어떻게 기능하는지, 누가 팀을 화합하게 만들고 분열시키는지를 책에 담아냈다.

옮긴이 김현성은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 겸 통번역 프리랜서다.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통역 업무를 맡기도 했다. '생각하는 야구 교과서'를 지었고, '스마트 베이스볼', 'MVP 머신', '페이머스'를 번역했다.

[책 속에서]

사실 스포츠에서 팀 케미스트리를 설명할 때 야구로 예를 들기가 가장 힘들다. 농구나 미식축구, 축구, 아이스하키, 심지어 다른 종목들이 연관성이 더 많다. 공이나 퍽puck을 서로 패스하거나, 블록하거나, 스크린screen(공격자가 방해물 없이 공을 몰고 갈 수 있도록 동료들이 수비수를 막아 주는 행위—옮긴이)하는 등 모든 플레이를 선수들이 협력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야구 선수들도 서로 공을 주고받지만, 다른 종목보다 그라운드에서 이루어지는 협력이 적다. 타자와 투수, 수비수들은 따로따로 서 있다. 병살 플레이나 투수와 포수가 마운드에서 대화하는 일 등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본인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동료가 도울 방법이 없다.

따라서 야구에서 팀 케미스트리가 적용될 만한 사례는 적어 보인다.‘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오히려 야구에 더 주목했다. 야구야말로 일반 회사 조직과 가장 흡사하다. 대부분 사무실을 보면, 직원은 칸막이로 나누어진 작은 공간에서 주어진 과제를 혼자 수행한다. 예를 들어 휴대폰을 만든다거나,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한다거나, 신문을 인쇄한다는 개별 과제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야구 클럽하우스에서 팀 케미스트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하면, 결과적으로 공동 목표를 가진 조직에서도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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