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told] ‘UCL 탈락’ 나폴리와 김민재에게 필요한 ‘유종의 미’
[포포투=백현기]
나폴리와 김민재는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나폴리는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나폴리는 이번 시즌 스쿠데토(이탈리아 세리에 A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문양)에 가까워져 있다. 현재 리그 3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2위 인터 밀란에 승점 16점을 앞선 75점을 기록하고 있다. 나폴리는 디에고 마라도나가 군림했던 1989-90시즌 이후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더 빛나는 업적이다. 나폴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의 전설 드리스 메르텐스, 로렌조 인시녜, 파비안 루이스와 다비드 오스피나까지 떠나보냈다. 각각 팀 역사상 최다 득점자, 상징적인 주장, 가장 재능있던 플레이메이커 그리고 넘버원 골키퍼였다. 여기에 수비의 리더였던 칼리두 쿨리발리까지 첼시로 이적했다.
효율적인 영입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크리스티아노 지운톨리 단장은 시즌 전 많은 신입생 영입에 열을 올렸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김민재 등을 비롯해 공격과 수비를 알뜰하게 강화했다. 저비용 고효율의 극치를 보여준 나폴리는 세리에 A를 정복하고 있다.
이제 매직 넘버 ‘4’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선두 나폴리는 승점 75점, 2위 라치오는 61점이다. 앞으로 리그 8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라치오가 앞으로 8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나폴리는 4승만 하게 된다면 우승을 확정짓는다.
리그는 스쿠데토가 눈앞이다. 하지만 유럽대항전에서는 큰 벽을 느꼈다. 나폴리는 이번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 진출했다. 8강 상대는 리그에서 지난 9월 승리를 거둔 기억이 있는 AC밀란이었다. 나폴리는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바이에른 뮌헨 등을 만나지 않고 상대적으로 수월한 대진을 받아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나폴리는 큰 대회에서 저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폴리는 지난 13일(한국시간)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밀란 원정을 떠나 0-1로 패했고, 19일 2차전에서는 1-1 무승부를 기록해 합산 1-2로 패했다.
나폴리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한 이유는 두 가지로 좁혀진다. 경험 부족과 단조로운 선수단 운용 때문이다. 먼저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위기 관리 능력에서의 아쉬움이 크다. 나폴리는 처음 챔피언스리그 8강 무대에 올랐고, 경기의 흐름에서 밀란의 노련함에 맥을 추리지 못했다.
2차전에서도 선제골을 허용한 후 오히려 급해지는 모습을 보였고, 공격수들의 결정력 부족과 어이없는 실책들이 많아졌다. 또한 1차전에서도 경기가 풀리지 않자 김민재는 거칠게 항의하며 경고 누적 징계를 받았고, 2차전에도 뛰지 못하는 자충수가 됐다.
경험 부족과 함께 나폴리의 발목을 잡은 요인은 단조로운 선수단 운용이다. 다시 말해, 로테이션의 부족이다. 나폴리는 4-3-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거의 주전이 바뀌지 않았다. 특히 리그 선두를 2위와 10점 이상으로 벌려 놓은 상태에서도 플랜 A를 고집했다.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차전 직전에 펼쳐진 레체전에서도 부상을 당한 빅터 오시멘과 피오트르 지엘린스키를 제외하면 주전 조합을 가동했고, 밀란과의 2차전 직전에 열린 헬라스 베로나와의 리그 경기에서도 오시멘을 제외한 풀주전을 가동했다.
결국 플랜 A의 고집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체력 고갈과 다양한 전술 운용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폴리는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 2위 팀인 밀란의 경험과 유연성을 당해내지 못했다.
나폴리 입장에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해졌다. 23년 만에 역사적인 리그 우승을 앞둔 나폴리는 스쿠데토를 사실상 확정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과 미래를 위해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유연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 시즌의 맹활약으로 다음 시즌 오시멘과 김민재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폴리는 그들에게만 의존하는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결국 선수들도 팀의 미래에 확신을 갖게 하기 위해 스팔레티 감독은 남은 리그 8경기 동안 본인이 가장 잘하는 플랜 A뿐 아니라 플랜 B까지 보여줘야 한다.
나폴리 팀 차원뿐 아니라 김민재 본인 차원에서도 남은 경기들이 더 중요해졌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훗스퍼 등 잉글랜드 클럽들의 관심이 초집중되는 가운데, 김민재에게도 남은 리그 8경기에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나폴리는 이번 시즌 초중반 그리고 현재까지 그 누구보다 강력한 칼과 방패로 리그 최정상을 군림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칼과 방패를 어떻게 유연하게 사용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백현기 기자 hkbaek1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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