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최저임금 '1만원 시대'도 벅찬데…노동계 무리수에 재계 '비판'

장유미 2023. 4. 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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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위 1차 전원회의 앞두고 공익위원 전원 '불참'…노동계 움직임에 시작부터 파행
노동계 "권순원 사퇴 촉구"…경영계 "공익위원 독립성 심각하게 훼손, 심각한 유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논의가 노동계의 무리한 주장과 행동으로 첫날부터 파행되자 재계가 강도 높게 비판했다.

19일 경영계에 따르면 최임위는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1차 전원회의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최저임금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들이 모두 회의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노동계가 최임위 시작에 앞서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면서다. 노동계는 공익위원들을 강력 규탄하며 퇴장했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공동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천원을 제시했다. [사진=뉴시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은 양대노총, 사용자위원은 경영계, 공익위원은 정부가 추천한다.

그러나 예정된 시각에도 공익위원들은 모두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근로자위원이 아닌 양대노총 조합원 수십 명이 회의장에 들어와 권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면서다. 노동계는 노사 대립 구도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이 2년 연속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무시한 채 근거도 없는 산출식을 적용해 공익위원 안(案)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했고, 그 중심에 권 교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노동계는 공익위원의 최근 활동을 빌미삼아 사퇴를 요구했다"며 "과도한 피켓팅과 위원회 간사의 진행발언을 방해하는 등의 행동으로 결국 회의를 무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익위원의 최저임금 심의가 아닌 활동을 문제삼아 사퇴를 요구한 것은 공익위원의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로 인해 결국 회의를 무산시킨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및 공익위원은 헌법과 최저임금법이 정한 바에 따라 '최저임금 결정'이라는 중차대한 역할과 책임을 맡고 있다"며 "노동계가 향후에는 최저임금 심의에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사진=뉴시스]

이 외에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2천원 인상안을 들고 나온 것도 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경영계 측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2천원은 올해보다 24.7%(2천380원) 높은 수준으로, 월 환산액(209시간) 기준으로 250만8천원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국내 주요 120개 대기업 임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1억196만원)이 올해 최저임금 연봉의 4배가 넘는 금액이란 점을 언급하며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물가 폭등 속 저임금 저소득노동자의 생계비 확보와 위축된 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들은 실질임금의 하락과 치솟은 공공요금을 고려해 요구안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대노총은 "올해 공식 물가상승률은 5.1%이지만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은 5%"라며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곧 자신의 임금이 되는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대노총이 큰 폭의 인상안을 내놓으면서 올해 사상 첫 최저시급 1만원 시대가 열릴지도 관심사다. 올해 적용 최저시급 9620원에서 1만원까지는 380원이 부족한 데, 이번에 3.95% 이상 오르면 1만원을 넘기게 된다. 최근 2년 동안 5%대 인상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에 사상 최초로 1만원을 돌파할 가능성은 유력해 보인다.

반면 경영계는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 누적으로 최저임금 수준 자체가 높은 데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의 수용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사용자가 준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면 시장 수용성은 낮아지고 최저임금 미만율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제도와 시장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근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아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이 지난 2018~2022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41.6%였다. 캐나다(32.1%) 영국(26%) 독일(19%) 일본(13.1%) 프랑스(7.4%) 등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 1.3~5.6배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우리 노동시장에서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9천160원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은 근로자 수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2.7%인 275만6천 명이나 됐다. 2001년과 비교하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는 57만7천 명에서 377.6%(217만9천 명) 급증했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 미만율은 4.2%에서 12.7%로 8.4% 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최저임금은 1천865원에서 9천160원으로 391.2% 올랐다.

하상우 경총 본부장은 "최근 우리 최저임금이 선진국에 비해 인상률이 월등히 높아지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졌지만, 일부 업종에서 노동시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이 필요하고, 업종에 따라 격차가 심한 경영 환경을 감안해 최저임금 구분 적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선 "한계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감안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을 계산하면 이미 1만1천544원"이라며 "이미 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을 초과한 임금을 지출하고 있는데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2천원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사진=뉴시스]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도 또 다른 쟁점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정하지 않고 산업별로 다르게 지급하는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상으로도 도입이 가능하지만,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시행된 지난 1988년에만 한시적으로 도입된 뒤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이듬해부터는 단일 적용되고 있다.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찬성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소상공인이 고용을 유지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해 매출을 증가시키며 지속가능한 경제주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측은 "업종별로 하면 저임금 노동자 사이에서 격차가 벌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최저임금이 낮은 업종은 낙인효과로 구인난이 심각해진다"고 반박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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