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2’ 이단 감독 “흥행 예상 못해..김도기 기사 뒷면 보여주고 싶었다” [인터뷰]

김채연 2023. 4. 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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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채연 기자] ‘모범택시2’의 연출을 맡은 이단 감독이 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SBS ‘모범택시2’ 이단 감독이 최근 OSEN과 서면으로 진행한 종영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마무리한 소감을 전했다.

이날 이단 감독은 흥행 소감을 묻자 “(흥행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많은 사랑을 받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제가 대본을 보면서 느꼈던 것을 시청자들과 함께 느낄 때 행복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과 함께 분노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다. ‘현실에도 김도기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볼 때 가장 기뻤고 또 서글프더라. 저 역시 그 마음으로 시즌2를 만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사실 시즌2의 흥행 전 이미 시즌1은 성공한 드라마 중 하나에 속했다. 시즌2에서 차별화를 주려고 했던 점을 묻자 이단 감독은 “전편에서 시청자들이 사랑해주셨던 모범택시의 기본이 되는 원칙들은 훼손하지 않고 계승하는 것이 목표였다. 모범택시를 비롯한 무지개 운수 식구들의 공간과 작전 수행 방법의 레트로함, 사건 의뢰를 하는 피해자들 사연의 리얼리티, 나쁜 짓한 만큼 그대로 갚아주는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 식구들의 통쾌한 복수대행, 다크 히어로 도기의 강인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함이 느껴지는 순간들, 유사가족의 형태를 띤 무지개 운수 식구들의 관계 등 전편에서 재밌게 보셨던 부분들은 그대로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출동 할 때의 루틴과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단 감독은 “15세 시청가로 하향 조정된 만큼,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은 덜어내고 가려고 했다. 물리적으로 폭력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악인을 나쁘게 그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앞서 말했듯 빌런에게는 더 악하고 잔인해보이는 시각적인 설정들을 추가했다”면서 “연출적으로 욕심이 났던 부분은 김도기 기사의 뒷면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인간 김도기’가 궁금했다. 억울한 사람들에게 대신 복수를 해주고, 악인들을 벌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자신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그에게 언젠가 한계가 오지 않을까? 그의 내밀한 부분, 가장 연한 부분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점이 대본으로 표현되지는 않았다. 이에 이단 감독은 “도기의 집에 어느새 가족사진처럼 올려져 있는 무지개 운수 식구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들, 장대표님이 버리려던 수족관의 물고기들 중 한 마리를 입양해 자기 방 어항에 놓고 곁을 내어준 도기, 그리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보기 위해서 책을 읽는 도기, 작지만 저의 연출적 욕심이 드러난 설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13부 엔딩에서는 이질적인 세팅을 감수해가면서까지 대본에 없는 내용을 추가해 촬영했다고. 이 감독은 “극 중 등장하는 마약이 일반적인 마약과 다르다는 것에 착안해서, 완전히 단절된 세계에 떨어진 김도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신체적으로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정신적으로 극한에 다다랐을 때, 눈 앞에 있는 사람들과 완전히 떨어진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나. ‘단절됐다, 고립됐다, 결국엔 외롭다..’는 느낌”이라며 “김도기 기사는 엄마가 죽고 나서 이런 지옥에서 살았을 텐데 결국 구원해준 건 무지개 운수 식구들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구원해주는 일을 통해 구원받은 것이기도 했다.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청자가 이 장면을 본다면 ‘터널에는 분명 끝이 있고, 그 끝에는 사실 당신을 지켜봐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시청자들이 너무 이질적이고 촌스럽다고 느끼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방송을 봤는데, 다 같은 마음으로 호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모범택시’ 시리즈는 시즌3 제작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단 감독은 “시즌제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과 함께 시청자들이 함께 늙고, 같이 성장하는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연 배우들이 꼭 필요하고, 또한 모범택시의 컬러는 작가님께서 창조하신 것이기 때문에 작가님도 꼭 같이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또한 이단 감독은 “사건 해결을 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시청자들이 예측 가능해지면서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시즌을 관통하는 보다 길고 큰 서사구조를 고안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현재처럼 2회씩 에피소드가 바뀌는 구성은 장단점이 있다. 속도감 있는 전개는 좋지만 빌런을 소개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고, 또 시원한 복수를 하기에도 분량이 짧기 때문에 개연성을 무시하고 가야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단 감독은 “시즌1의 박양진 같은 인상깊은 빌런이 탄생할 수 없었던 시즌2의 구조적 한계이기도 하다. 또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 특성 상 액션이 많고, 또 액션이 아니더라도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들도 많고, 에피소드별로 고정장소가 달라지고, 세트 촬영보다 야외 촬영이 필연적으로 많고, 또 기본 5명이 등장하기 때문에 촬영 시간과 비용이 일반적인 장르물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시즌이 계속될수록 점점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규모있는 프로듀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단 감독은 “제작진 입장에서도 시즌제 드라마 제작은 충분히 반가운 일이다. 이번 시즌에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제작진과 배우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면 호흡 맞추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자연히 비용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시즌3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cykim@osen.co.kr

[사진] SBS '모범택시2'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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