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없지만...간판은 홍상수, 올해 칸 가는 韓영화는[MK무비]
지난 13일 오전(한국시간 13일 오후) 프랑스 파리 UGC 노르망디(Normandie) 극장에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 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한국 영화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과 김창훈 감독의 ‘화란’이 각각 비경쟁 부문과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병행 섹션’이라고 불리는 ‘감독 주간’에는 홍상수 감독의 30번째 장편영화 ‘우리의 하루’가 폐막작으로 공식 초청됐고, ‘비평가 주간’에는 배우 정유미와 이선균이 주연을 맡고 유재선 감독이 연출한 ‘잠’이 초청됐다. 아쉽게도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작품은 없었다.
칸 감독주간은 프랑스 감독 협회가 기존의 칸 영화제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영화들을 소개하기 위해 1969년 처음 신설한 부문으로, 현대의 뛰어나고 비전을 가진 진보, 혁신적인 영화들의 발굴에 중점을 두는 선정 경향을 보여왔다.
칸 감독주간 집행위원장인 쥴리앙 레지는 “김민희가 어떻게 진정한 여배우가 되었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홍상수 감독은 삶에 대한 교훈을 얘기하는 두 인물 간의 평행 편집에서 명료함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홍상수 감독은 가장 위대한 현대의 영화감독 중 한 사람”이라고 초청 이유를 밝혔다.
홍상수 감독이 칸 영화제에 초청받는 것은 이번이 열두번째다. ‘강원도의 힘’(1988, 주목할만한시선), ‘오! 수정’(2000, 주목할만한시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경쟁부문), ‘극장전’(2005, 경쟁부문),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 감독주간), ‘하하하’(2010, 주목할만한시선 대상 수상), ‘북촌방향’(2011, 주목할만한시선), ‘다른 나라에서’(2012, 경쟁부문), ‘클레어의 카메라’(2017, 특별상영), ‘그 후’(2017, 경쟁부문), ‘당신얼굴 앞에서’(2021, 칸 프리미어)이 앞서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우리의 하루’는 홍상수 감독의 연인 김민희를 비롯해 배우 기주봉, 송선미, 박미소, 하성국, 김승윤 등이 출연한다.
해당 부문은 영화계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둔 섹션으로 데뷔작 혹은 두 번째 연출작이 대상이다.
‘잠’은 유 감독의 장편 데뷔작. 비평가 주간에 이름을 올리면 신인감독상에 해당하는 황금카메라상 후보가 된다. 황금카메라상은 공식 경쟁 부문과 함께 주목할 만한 시선, 비평가 주간, 감독 주간에 초청된 모든 신인 감독 영화 중 1편을 선정한다. 앞서 한국영화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 등이 비평가 주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잠’은 잠에 들면 다른 사람처럼 변해 끔찍한 행동을 하는 남편과 이 공포의 비밀을 파헤치는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유미와 이선균이 부부로 호흡한다. 유 감독은 “이 작품에 뜻을 모아 열의를 다해준 배우·스태프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칸이라는 큰 무대에서 선보이게 돼 기쁘고 설렌다”고 했다. 비평가 주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에이바 카헨은 ‘잠’을 “센세이셔널한 영화”라고 평했다.
먼저,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김감독(송강호 분 )이 검열 당국의 방해 및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웃기고 슬픈) 일들을 그린다.
송강호를 비롯해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크리스탈) 등이 주연으로 나섰다.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봄’ ‘밀정’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기생충’의 제작사 바른손이 제작을 맡았다.
올해 이 섹션에는 ‘거미집’ 외에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유포리아’의 연출자로 이름을 알린 샘 레빈슨 감독의 HBO 6부작 시리즈 ‘더 아이돌’이 초청을 받았다.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화란’(감독 김창훈)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드라마다.
신예 홍사빈이 연규, 배우 송중기가 치건 역을 각각 맡았다. 가수 비비로 활약 중인 배우 김형서가 연규의 동생 하얀을 연기했다.
‘화란’은 배우 송중기의 첫 칸 영화제 초청작인 동시에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은 다양한 문화권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섹션인만큼 반갑고도 주목할만 하다.
과거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2006),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 나홍진 감독의 ‘황해’(2011),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2014), 신수원 감독의 ’마돈나‘(2015),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2015) 등이 해당 섹션에 초청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칸 영화제는 오는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감독주간은 5월 17일부터 26일까지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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