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38㎞’ 백정현은, 안우진의 ‘속구’가 아닌 ‘제구’에 주목했다
볼카운트 3-2. 삼성 백정현의 6구는 패스트볼이었다. 그러나 구속은 135㎞로 빠르지 않았다. 그런데 타석의 키움 임병욱은 마치 160㎞ 초강속구에 대응하듯 타이밍이 늦었다. 반박자 늦게 방망이를 돌렸다.
좌완투수가 던진 좌타자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이었다. 초구와 2구에 봤던 125㎞짜리 슬라이더까지 의식했던 타자는 그만 상대적으로 빨라 보이는 ‘느린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가장 먼 쪽을 향하자 엉거주춤 제스윙을 하지 못했다.
지난 18일 고척 삼성-키움전. 6회말 1사 뒤 타석에 선 임병욱은 허무하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피칭은 육상 필드 종목의 멀리 던지기 등 숫자 게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수치로 확인하는 구속도 하나의 재료일뿐, 결국에는 구종별 조합과 로케이션의 변화 등으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작업이다.
백정현은 키움전에서 8회 1사까지 퍼펙트 게임을 이어가며 ‘피칭’을 했다. 개막 이후 얼마간은 선발 사수조차 불투명했던 위치였다. 첫 등판이던 지난 6일 대구 한화전에서 2이닝 5안타 3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다. 지난 12일 대구 SSG전에서 5이닝 4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반등을 확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백정현은 바로 이날 벤치에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부진 원인 파악과 해법을 찾은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백정현은 이 대목에서 “그간은 계속 스피드를 의식하면서 힘을 들여 던지려다 보니 일종의 목적이 없어졌다. 스피드보다는 제구로, 이를 위해 타깃을 만들고, 타깃을 보고 던졌다”고 말했다.
백정현은 직구 구속으로는 132~138㎞를 오갔다. 평균은 135㎞. 구속 또한 인터뷰 주제가 됐다. 최근 리그의 화두가 되고 있는 ‘광속구 시대’에 본인의 생존법을 묻는 질문이었다. 그 중 키움 안우진과 한화 문동주 등이 상징적 존재이기도 하다.
그중 안우진 얘기가 나오자 백정현은 “(지켜보니) 단순히 공이 빨라 결과가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코스별로 정말 던진다”며 “예리한 변화구까지 코스별로 던지는 게 커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그렇다. 안우진은 16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이 주무기지만 지난 18일 현재 19이닝을 던지며 볼넷은 4개만 내줄 만큼 제구가 안정적이다. 그 사이 삼진을 29개나 잡았다. 주무기인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모두 한복판으로 향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이 보더라인을 오가며 타자들의 대응을 더욱더 어렵게 한다.
백정현은 18일 키움전에서 어린 시절부터 원했던 ‘퍼펙트 게임’은 달성하지 못했다. 8회 1사 뒤 에디슨 러셀에게 내야안타를 맞은 뒤로 8이닝 3안타 2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큰 소득이 생겼다.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백정현이 찾은 길은, 선발난에 시달리는 삼성의 돌파구이기도 하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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