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맞아?’ 전희철 감독, 역전 당해도 안 흔들리는 이유

이재범 2023. 4. 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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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울/이재범 기자] “역전을 당하더라도 버티자, 버티자, 버티자 이런 느낌이다.”

전희철 SK 감독은 정규리그 통산 승률 70.4%(76승 32패)를 기록 중이다. 모든 감독 가운데 최고다.

다음 시즌에도 승승장구한다면 감독들 가운데 최단 경기 100승 달성까지도 가능하다. 현재 최단 경기 100승 기록은 151경기다. 전희철 감독이 승률 70.4%를 유지하면 143경기 만에 100승이 가능하다.

전희철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더더욱 패배를 모른다. 현재 플레이오프 통산 13승 1패, 승률 92.9%다.

물론 여기서 1패씩 추가하면 승률이 뚝뚝 떨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70% 이상 승률을 유지한다.

전희철 감독은 감독 데뷔 후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모두 고공행진 중이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승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2년 차라고 하기에는 여유와 노련함이 느껴진다.

이번 시즌 SK는 역전의 명수로 통한다. 뒤지고 있어도 질 거 같지 않다. 이를 잘 보여주듯 전주 KCC와 6강 플레이오프 2차전부터 창원 LG와 4강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4경기 연속으로 한 때 10점 이상 열세를 모두 뒤집고 역전승을 거뒀다

SK의 역전승이란 결과에 주목하지만, 사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재역전승이다.

SK는 이번 플레이오프 6경기 모두 1쿼터 종료 기준 뒤진 적이 한 번도 없다. 2쿼터나 3쿼터 때 부진해서 경기 흐름을 뺏겨 쫓기거나 역전당하곤 했다. 그런 위기를 넘겨 승리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는 플레이오프 6경기 쿼터별 득실 편차에서도 잘 드러난다. 1쿼터부터 차례로 득실 편차를 살펴보면 +6.5점(23.8-17.3), -4.8점(19.3-24.2), -0.8점(19.3-20.2), +3.8점(21.5-17.7)이다. 참고로 득점 편차는 소수점 둘째 자리 결과까지도 반영되어서 0.1점씩 차이가 나는 것도 있다.

SK는 1쿼터에서는 확실하게 앞서고 2쿼터에서는 확실하게 열세다. 승부처인 4쿼터에 다시 확실한 우위를 잡는다.

전희철 감독은 1쿼터를 앞선 뒤 2쿼터에 흐름을 뺏긴다고 하자 “거의 그렇다. 1쿼터에 주축 선수들이 들어간다. 2쿼터에는 워니가 쉴 때도 있고, 식스맨들이 들어갈 때도 있다. 나는 후반을 생각해야 한다”며 “2쿼터까지 몰아서 점수 차이를 벌리려고 할 때 점수 차이를 벌리지 못하면 3쿼터까지 (주축 선수들이 쉬지 못하고 뛰는 게)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그건 우리가 풀어주는 게 아니라 선수 구성상 그렇다. 그건 알고 있다. 전반에 모든 걸 쏟고 후반으로 가게 되면 주전 선수들이 너무 많이 뛰게 된다”고 했다.

LG와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쿼터부터 30점을 올리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한 때 21점 차이까지 앞섰다. 그렇지만, 후반 들어 흐름을 내줘 1점 차이로 쫓기기도 했다.

전희철 감독은 이 경기를 예를 들며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다.

“오늘(18일, LG와 3차전) 같은 상황이다. 전반에 막 몰아붙이면 후반에 체력이 떨어진 플레이를 한다. 이런 플레이, 마지막에 쫓기는 플레이, 이건 문경은 감독님 계실 때도 욕심을 내서 점수 차이를 더 벌리려다가 못 벌리면 체력 방전이 되었다. 그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역전을 당하더라도 버티자, 버티자, 버티자 이런 느낌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많이 뛰지만 (정규리그에서는) 김선형의 출전시간을 조절해야 해서 2쿼터 때는 확실히 쉬게 하기 위해 뺄 때는 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경기의 간격이 길어) 많이 쉬어서 체력이 된다면 2쿼터 때 2~3분 더 출전시간을 늘린다.

1쿼터 3분 남았을 때 선형이를 빼야 하는데 좀 더 몰아붙이려면 1쿼터를 모두 뛰고 2쿼터 때 3~4분 더 쉬게 한다. 그 때 많이 꼬인다. 그 순간 선형이를 넣으면 선형이는 경기 내내 뛰어야 한다. 꾹 참는 거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조절을 분명 해줘야 한다. 그게 정규리그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몰 때는 확실하게 몰아야 한다. 오늘 같은 상황이 생기더라도 더 몰아서 점수 차이를 더 벌려야 한다. 오늘은 후반에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그런 미지수가 별 거 아니지만, 선수들을 그렇게 기용을 해도 되는 날이 있다. 그런 선수도 있다. 워니 같은 경우 6라운드에서는 출전시간을 길게 가져갔다. 솔직하게 그 때 상(외국선수 MVP) 받으라고 그랬다. 왜냐하면 (워니가) 안 힘들어하니까.

경기 다음날 쉬는 날이라면 출전시간을 더 늘렸다. 윌리엄스가 5~7분 버텨줘야 하는데 그런 날에는 (워니를) 40분 모두 출전시킨다. 워니도 그렇게 뛰어도 문제 없다고 한다. 오늘 경기도, 2차전에서도 40분 다 뛰게 할 거라고 워니에게 미리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선수를 기용한다.”

전희철 감독은 문경은 전 감독을 보좌하며 오랜 시간 코치를 역임했다. 그 경험이 쌓이고 쌓여 감독 2년 차이지만, 10년 차 감독 못지 않은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준다.

참고로 SK는 이번 시즌 3쿼터 종료 기준 1점이라도 뒤진 경기에서 승률 46.2%(12승 14패)를 기록했다. 이는 팀당 54경기로 펼쳐진 2001~2002시즌 이후 가장 높은 승률이다.

SK가 이런 역전의 명수가 된 건 전희철 감독의 2년 차 감독이라고 믿기지 않는 노련하고 계산된 경기 운영 덕분이다.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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