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전세사기’ 공포 확산에···서울 빌라 전세거래 역대 최저

빌라 세입자들, 전세보다 월세 선호
1분기 전세 거래, 2011년 이후 최저

서울 송파구 다세대·연립(빌라) 일대. 연합뉴스

빌라를 중심으로 ‘전세사기’ 공포가 확산되면서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임대차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 두 달 연속 금리인상랠리가 멈췄지만 여전히 전세대출이자 부담이 크고,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문제와 전세사기까지 불거지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서울 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서울 빌라(다세대·연립) 전월세 거래량은 2만761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세거래량은 전체 거래의 54.0%인 1만4903건이었다. 이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적은 수치다.

지난 2011년 72.5%였던 빌라 전세거래량은 연평균 60%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1분기 처음으로 54.0%까지 내려간 것이다. 전년도 1분기 빌라 전세비중은 60.8%였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빌라 전세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노원구였다. 1분기 노원구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424건으로, 이 중 전세거래는 42.2%(179건)에 불과했다.

뒤이어 종로구(42.6%), 강남구(43.0%), 송파구(44.8%), 서대문구(46.0%), 관악구(46.4%), 중구(47.0%), 서초구 (49.9%) 등 8개구의 전세비중이 50%를 넘기지 못했다.

경제만랩

다만 해당 자치구들은 전세사기와 큰 관련이 없는 지역들로 금리인상 여파로 전세수요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숨진 빌라왕 김모씨 등 다수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발생한 강서구는 1분기 전체 2150건 가운데 1400건(65.1%)이 전세거래로, 다른 구에 비해 여전히 전세비중이 높았다. 빌라촌이 다수 밀집한 데다가 다른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금 가격 때문에 전세사기 여파에도 여전히 전세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70.8%), 양천구(67.3%), 도봉구(61.8%)도 빌라 전세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준월세와 준전세 비중은 상승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빌라 준월세, 준전세 거래량은 각각 8417건, 3223건으로 전체 전월세 계약의 30.5%, 11.7%에 달했다. 특히 준전세 비중은 관련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 문제로 빌라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세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준월세, 준전세 비중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치인 거래를,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말한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