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엄 트라우마’ 공유한 SSG-한화… 달콤한 유혹에 잊은 교훈, 두통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닉 킹엄(32)은 KBO리그의 많은 구단들이 주시했던 좋은 선발 자원이었다. 구위와 제구, 변화구 구사와 경기 운영 능력에서 두루 좋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었다. 선발로 뛴 경험 또한 풍부했다. 2020년 SK(현 SSG)도 그런 장점을 눈여겨봐 영입을 결정했다. 타 팀 사이에서도 "못해도 기본은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킹엄을 항상 따라다닌 의혹 중 하나는 바로 부상 경력이 많다는 것이었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 여러 부위가 자주 아팠다. 입단 시점에는 몸 상태가 멀쩡했지만, 이런 우려는 곧 현실로 드러났다. 2020년 시즌 두 경기를 치르고 팔꿈치가 아파 이탈했다. 구단은 충분한 시간을 줬지만, 킹엄은 결국 투구를 이어 가지 못했다. 조금 던지다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의사 소견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했다. 반대로 킹엄은 실제 통증이 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묘하게 대립하는 양상이 됐고 SK는 결국 킹엄을 포기했다. 킹엄은 미국으로 간 뒤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또 한번의 부상 경력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킹엄을 다시 찾은 팀이 바로 한화였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킹엄의 재활 상태가 좋다는 것을 확인한 한화는 곧바로 계약서를 내밀었다. SK가 그랬듯, 한화도 장점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름은 ‘킹험’으로 바뀌었다. 2021년 25경기에서 10승8패 평균자책점 3.19로 ‘에이스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2021년에도 잔부상은 있었고, 결국 2022년 탈이 났다. 3경기를 뛴 뒤 또 아파서 퇴출됐다.
부상을 예언하는 건 불가능하다. 입단 당시까지만 해도 의학적으로 멀쩡하던 부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부상 경력이 많은 선수는,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또 다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일반적인 확률이다. 이른바 ‘유리몸’이다. 하필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이탈하는 바람에 두 팀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그런데 두 팀은 올해도 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SSG는 좌완 애니 로메로(32), 한화는 우완 버치 스미스(33)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이들은 경력과 구위 측면에서 올해 입단한 외국인 투수 중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팀 모두 이들에게 외국인 에이스를 기대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시작부터 이탈하거나, 아예 시즌을 시작조차 못했다. 회복도 더디다.
로메로는 이제 교체를 검토하는 게 아니라 교체를 해야 할 수준으로 치닫는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당시 왼 어깨에 통증을 호소하며 이탈했다. 이탈 당시부터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간만 지나갔다. 스미스는 개막전이었던 1일 고척 키움전에서 투구 도중 어깨에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재활을 하고 있지만 역시 예상보다는 진도다 더디다.
두 선수 역시 이전에 부상 경력이 많았던 선수들이었다. 꺼릴 만한 요소들이 있다. 그래서 신체검사를 철저하게 하긴 했다. 로메로는 계약에 합의한 뒤에도 신체검사 완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미스는 미국까지 수소문해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두 팀은 이들이 가진 강력한 장점에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현재 몸 상태는 문제가 없다고 봤고, 그래도 큰 부상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잘못 하면 또 킹엄의 수순을 밟을 위기다. 스미스는 여지가 있지만 계속 불안감을 가져야 하고, 로메로는 점점 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론 불운하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어쨌든 다시 냉정한 현실로 돌아왔다. 4월에 괜찮은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입을 포기하지 않는 시기다. 구단도 최대한 넓은 풀을 확보하기 위해 선수를 잘 풀어주지 않는다. 5월 말이나 6월 말로 삽입된 옵트아웃 시기가 지나야 그나마 쓸 만한 투수들이 풀릴 가능성이 있는데 최근 2~3년 사례로 보면 그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로메로와 스미스의 앞길, 그리고 SSG와 한화의 길에 반전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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