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모범택시2' 이제훈 "목소리 내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이제훈(39)은 선택과 집중을 했다. SBS TV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1(2021) 성공 후 2년 여 만에 시즌2를 선보이며 걱정이 앞섰다. 시즌1은 무겁고 어두운 측면이 있었다면, 시즌2는 '좀 더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2회씩 에피소드로 구성했고, 새로운 부캐(부캐릭터)로 재미를 더했다. 물론 부캐로 계속 채워나가다 보니 분량이 쏠리고 소모되는 느낌도 컸다. "에피소드마다 부캐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며 "내 밑천이 다 드러난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시즌1에서) 묵직한 축을 담당한 캐릭터들이 빠지다 보니 부담됐다. 시즌1 때는 '과연 사적 복수를 하는 게 맞는건가?'를 두고 내적 갈등과 가치관 혼돈이 와 계속 부딪쳤다. 시즌2에선 그런 부분을 훌훌 털어버리고, 사적 복수 키워드보다 '나쁜 놈들을 통쾌하게 혼내주자'고 마음 먹고 달렸다. 시즌1은 여러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였다면, 시즌2는 장점을 좀 더 강력하게 만들어서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했다."
이 드라마는 무지개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하는 이야기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시즌2는 1회 12.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16회 21%로 막을 내렸다. 시즌1 최고 시청률(16%)을 뛰어넘는 수치다. 사적 복수는 판타지에 가까웠지만,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를 버무려 몰입도를 높였다.
이제훈은 "사회 현상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이 드라마 때문인지 몰라도 뉴스를 더 많이 보게 되는데, 사건·사고가 반복될 때 답답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경각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다큐처럼 개몽적인 이야기를 다룬 건 아니지만, 판타지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주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따뜻하고 희망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의를 실현하는 도기를 연기하며 책임감도 더욱 커졌다. "스스로 배우라는 직업에 사명 의식을 갖기 전에도 불의를 보면 직접적으로 대응하려고 했다. 누군가 길에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무단횡단 할 때도 '그러지 마라'고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다"면서도 "이제 내가 무언가를 발언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솔직히 내가 뭔가 이야기를 해 배우 직업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은 두려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면 안 된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제훈은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시즌2는 신혼부부 상대 부동산 청약 사기, 사이비 종교, 클럽 '블랙썬' 에피소드 등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5~6회에서 부동산 불법 브로커 '강필승'(김도윤)이 아파트 청약 가점을 목적으로 입양을 알선하고 아이들을 학대해 분노를 샀다. "조카가 있어서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며 "아이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깊은 상처를 줘 진짜 화가 났다"고 돌아봤다.
강필승을 응징하기 위해 무지개운수 해커 '안고은'(표예진)과 신혼부부로 위장하기도 했다. "부캐를 연기할 때 '더욱 더 잘 속이고 싶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면서 "극본에는 '잉꼬부부'라고만 표현 돼 있었는데, 그 외는 내가 좀 더 만들어서 앙상블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좀 더 예쁘고 사랑스러운 부부를 표현하고 싶었다. 여태까지 하지 못한 로코, 멜로 욕망을 이 에피소드를 통해 발산했다"며 좋아라했다. "본캐는 무채색이고 어둡지 않았느냐. 부캐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줘 대비되길 바랐다"며 "시즌1부터 의견을 많이 피력했는데, 제작진이 다행히 수렴해줬다"고 덧붙였다.
사이비 종교 에피소드에서 선보인 무당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부캐 중 '법사도기'가 가장 어려웠다며 "굿하는 장면을 찍을 때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았다. 할 때는 몰랐는데 끝나고 나서 이틀간 앓아 누웠다. 보통 액션신 찍으면 삭신이 쑤시는 정도였는데, 이 때는 내 기와 에너지를 다 가져간 것 같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농부도기'는 재미있었지만, '과연 맞는건가?'라는 의문을 가졌다"며 "충청도를 사투리를 써본 적이 없었다. 순박하고 구수한 청년이 어떻게 비춰질까 걱정했는데, 귀엽게 봐줘서 다행"이라고 했다.
블랙썬 에피소드는 그룹 '빅뱅' 출신 승리가 주축이 된 '버닝썬' 게이트 사건을 연상케 했다. "사실 근래 일어난 사건인데, 다룰만한 의미가 충분했고 의무감도 들었다. 모범택시 세계관 안에서 잘 표현하고 싶었다. 단순히 1~2회에 끝나지 않고 4회에 걸쳐서 전달하지 않았느냐. 20대 젊은 에너지 발산하는 친구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제훈은 모범택시2에 모든 걸 쏟았다. "내가 무너지면 '작품이 비틀 거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잘된 작품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기대와 호응이 있을 테고, 다들 지켜보니 '더더욱 잘 해내고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나의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 스태프, 배우들과 '으쌰으쌰' 했고 나를 다 불태웠다"고 회상했다.
시즌3 가능성도 높게 봤다. 앞으로도 모범택시 시리즈가 이어지고, 무지개운수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보여지길 바랐다. "이런 포맷을 계속 가져가고, 다양한 인물이 나와서 드라마를 활기차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마지막회에서 김소연 선배가 모범택시 1대 기사로 나오지 않았느냐. 그럼 '난 몇 호 기사일까?' 싶었고, '17호 정도로 하자'고 생각했다. 다음 시즌에서 2~16호 기사님이 나오면 재미있지 않을까. 배신해서 나간 선배들도 있을 테고 다채로운 상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제훈은 2006년 단편영화 '진실 리트머스'로 데뷔해 17년간 쉬지 않고 달렸다. 영화 '파수꾼'·'고지전'(2011)을 비롯해 '건축학개론'(2012) '박열'(2017), '사냥의 시간'(2020), 드라마 '비밀의 문'(2014) '시그널'(2016) 등으로 주목 받았다. 올해 '탈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기를 정말 좋아해 결혼 계획은 없지 않을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다. (인연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으려고 한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열심히 찾을 생각"이라며 "올해 앞자리가 바뀌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시기보다 어떤 사람 만나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 스캔들 없었다고? 올해는 또 모르는 것"이라고 웃었다.
"여태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렸으니 '이제 천천히 해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더더욱 열심히 하고 싶다. 최소 10년은 미친 듯이 달리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모범택시 타이틀롤로서 선봉자 역할을 했지만, 시리즈가 이어져 도기가 늙고 서포트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 멋지게 잘 늙고 싶다. 매 작품마다 어렵고 힘든 미션이지만, 계속 신선했으면 좋겠다. '이제훈 나오면 똑같겠지'라고 하면 가장 가슴 아플 것 같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더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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