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대출 폭증한 케이뱅크...부실 위험 눈 감았나
“업비트 제휴부터 금융권엔 우려 만연”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케이뱅크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자금 공급 창구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나오면서 리스크관리 역량이 도마에 올랐다. 인터넷은행 선발주자임에도 경쟁사에 밀리던 상황에서 양적인 성장을 위해 가시적인 위험징후에는 눈을 감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비트 관련 고객 대출 2년 반 만에 6773% 폭증
18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입 고객 820만명 중 500만명이 업비트와 연동된 이용자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0년 6월 말 업비트와 제휴한 이후 사실상 업비트 고객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폭발적인 고객수 증가를 누렸다. 사실상 ‘업비트 효과’가 케이뱅크의 양적 성장을 키운 셈이다.
여신취급 실적도 업비트 관련 고객 의존도가 높았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가 업비트 연계 계좌를 보유한 차주에게 신용대출을 실행한 금액은 전체의 60.25% 수준인 4조9487억원으로 집계됐다.
케이뱅크는 내부적으로 일반 투자자 대비 가상화폐 투자 차주의 대출이 폭증하는 것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케이뱅크 내부 시스템상 가상화폐 투자자인 업비트 연계 차주의 계좌와 일반 고객의 계좌를 분리해서 동향 파악이 가능하다. 업비트 연계 계좌 고객들의 신용대출 이용액은 제휴 2개월차에 전월 대비 96.5% 폭증했고, 이후로도 일반 고객을 압도하는 대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케이뱅크와 업비트가 제휴한 직후인 지난 2020년 7월만 해도 720억원대에 그쳤던 대출액은 약 2년 반만에 6773% 폭증했다. 같은 기간 일반 고객들의 신용대출액 증가율은 141%에 그쳤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케이뱅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금액과 해당 월에 업비트로 이체한 월별 금액대도 평균적으로 높은 상관관계가 관찰됐다. 지난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업비트로 입금한 기록이 있는 고객들이 케이뱅크에서 받은 총 대출액은 4조1031억원대, 같은 기간 업비트로 이체한 총 금액대도 4조9060억원을 기록했다.
폭증한 업비트 연계 고객 및 대출액에 대해 케이뱅크의 직접적인 리스크 관리 행보는 없었다. 오히려 업비트 관련 고객에 장기간 우호적인 정책이 지속됐다. 제휴 초기부터 사실상 업비트 고객들의 이체 한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정부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사기 등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들어갔던 시기인 지난 2021년 4월에서야 업비트 이체 한도에 1회 1억·일 최대 5억으로 제한을 걸었다. 하루에 최대 5억까지 송금이 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유의미한 제한은 아니었던 셈이다. 지난해 8월에서야 업비트 연결 계좌 보유 고객의 입금 한도를 1일 최대 1000만원으로 줄여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한 타 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맞췄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으로서의 입지 다지기와 사세확장이 시급했던 케이뱅크가 위험징후 앞에 눈 감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7년 4월 첫 출범했던 케이뱅크는 지속적인 적자를 면치 못하며 성장에 고전을 겪었다. 케이뱅크가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던 시기는 업비트 제휴 이후 약 1년이 되어가던 시점인 지난 2021년 2분기부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소 제휴 이후부터 (금융권에서는) 케이뱅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높았다”며 “다른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들 대비 입지를 다질 방법이 뚜렷이 없었던 상황에서 성장에 도움 되는 업비트 고객에 대해 리스크 관리를 일부러 안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 관계자는 “업비트 연계 고객이 신용대출을 받아서 가상화폐 투자에 썼느냐 여부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며 “업비트 관련 고객에 대해서가 아니라 모든 신용대출 고객의 연체 가능성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를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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