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소송 ‘치킨게임’…서로가 승자라는 bhc vs BBQ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2·3위 bhc와 BBQ의 ‘7년 소송’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승자 없는 결론’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13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BBQ가 bhc를 상대로 제기한영업비밀침해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날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에서 열린 상품공급계약과 물류용역계약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도 BBQ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 날 bhc와 BBQ의 입장은 달랐다. 승자는 모두 자신들이라는 주장이다.

18일 bhc는 “지난 2017년부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BBQ 측이 수년간 경쟁사를 죽이기 위해 무리하게 주장해 오던 각종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민사소송 3건 모두 bhc의 승소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라고 환영했다.

bhc는 이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더 이상의 논란이 없기를 기대하며 종합외식기업으로서 국내 외식산업 발전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BBQ는 주도권을 쥔 상태로 7년간의 소송이 종결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날 BBQ는 “대법원이 bhc의 과실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한 것”이라면서 “bhc의 계약위반행위 및 부당이득 편취에 대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bhc의 당초 청구액이었던 약 3000억 원 중 대부분이 기각됨으로써 ‘악의적이고 무리한 경쟁사 죽이기 소송’이 증명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bhc와 BBQ 간 법적 분쟁의 시작은 BBQ가 bhc를 매각하면서 시작됐다. 2012년의 일이다.

당시 제너시스BBQ는 부채비율 4만2938%로 재무 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사 브랜드였던 bhc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서자 자금 확보를 위해 2013년 6월 bhc를 매각했다.

하지만 곧 매각 당시 가맹점 수 등을 부풀렸다는 이유로 bhc 측은 2017년 초 약 100억 원의 손해배상책임을 BBQ에 물었고, BBQ는 다시 bhc와 물류용역계약과 상품공급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대해 bhc가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면서 2017년(물류용역계약)과 2018년(상품공급계약)에 걸쳐 각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먼저 상품공급·물류용역 계약은 2013년 6월 bhc 분리매각 당시 bhc가 BBQ에 공급하는 물류용역 및 상품공급에 대해 양사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체결한 10년 기간의 장기계약. 양사간 최소한의 보장 영업이익의 기준을 정한 뒤 bhc의 영업이익이 그 기준에 미달할 경우 BBQ가 bhc에 손실이익을 보상해주고, bhc의 영업이익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bhc가 BBQ에게 초과이익을 반환해주기로 하는 정산절차를 매년 거치도록 규정한 계약이다.

하지만 이 계약에는 부가조항이 있었다. 기본계약기간은 10년으로 규정했지만, 상호합의 하에 1회에 한해 5년간 연장, 당사자는 불합리한 사유를 들어 계약 연장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던 것.

BBQ는 이를 두고 bhc가 위 조항을 근거로 계약기간을 15년으로 산정, 손해배상액을 부풀려 청구했다고 주장했고, bhc는 수차례 요청에도 BBQ가 이러한 정산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며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1심 재판부는 bhc의 손을 들어주며 BBQ와 bhc 간 공급계약에 대한 유지 기간을 15년으로 인정, BBQ가 bhc에게 상품공급계약 관련 290억원, 물류공급계약 관련 13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bhc의 계약불이행 및 부당이득에 기인한 BBQ의 계약연장 거부를 인정하며 bhc가 주장한 손해액 대부분을 기각, 가지급 받은 금액 가운데 약 60%, 290억원을 반환하라고 선고했다.

이 날 대법원의 판결 역시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를 확정한 것으로, 한 유통 전문 변호사는 “3000억 원 중 일부만 배상했기 때문에 승자라는 측과, 어쨌든 배상은 받았으니 승자라는 측이 남은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7년에 걸친 두 회사의 이번 소송은 결국 승자 없는 싸움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