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 비평과 흥행이 엇갈리는 이유[시네프리뷰]

2023. 4. 1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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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게임 영상”이라는 평단 반응과 달리 전 세계 초반 흥행이 꽤 괜찮다. 한 누리꾼은 “내가 아는 마리오처럼 생겼음. 이것만으로도 좋음”이란 평을 달았다. 비평과 관객 평가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게 같은 이유라는 점이 흥미롭다.

제목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The Super Mario Bros. Movie)
제작연도 2023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92분
장르 애니메이션, 모험, 코미디
감독 아론 호바스, 마이클 제레닉
목소리 출연 크리스 프랫, 안야 테일러 조이, 잭 블랙, 찰리 데이 외
개봉 2023년 4월 26일
등급 전체 관람가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유니버셜 픽쳐스


시사회를 신청하던 날 홍보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돌이켜보면 이 회사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이 1990년대 중반이니 얼추 30년 가까이 된 듯한데 회사와 이런 용무로 통화를 한 건 몇 번 안 된다. 통화내용은 의례적인 것이었다. 시사회 신청해주셔서 감사하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영화 잘 부탁드린다, 정도. 그런데 왜 전화까지 했을까.

주말, 한 영화평론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에피소드가 나왔다. 그 평론가는 자신도 홍보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장편 게임 영상이라는 외국 평이 있더라”고 전했다. 그러니까, 슈퍼 마리오 게임 스토리와 영상을 그대로 화면으로 옮겨 놓은 거라서 비평 쪽으로부터 안 좋은 평을 받아 홍보사에서 신경 쓰는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다. 실제 영화를 보고 돌아와 간략히 외신 쪽 평가를 살펴보니 확실히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북미지역에서는 4월 5일 개봉했다).

게임 스토리 영상을 그대로?

“게임에서 주어진 클리셰 속에 안주하는 영화”(머셔블), “이건 게임이 아니어야 했다”(뉴욕타임스)와 같은 평가들이다. 그런데 평단의 반응과 달리 개봉 초반 흥행성적은 꽤 좋은 듯하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전 세계 흥행 소식을 다룬 뉴스가 있던 모양이다. 한 누리꾼은 그 뉴스를 캡처하고 다음과 같은 평을 달아놨다. “일단 내가 아는 마리오처럼 생겼음. 보기 전부터 이것 하나만으로도 좋음.” 영화 개봉 전 유튜브 등에 공개된 예고편을 보면 확실히 닌텐도 게임기에서 보던 그 슈퍼 마리오와 거의 똑같다. 비평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점이 흥미롭다.

마리오와 루이지 형제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산다. 마리오는 동생과 배관설비업체를 만든다.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털어 TV에 광고했지만 들어온 의뢰는 신통치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시내 한복판에 큰 누수 사고가 벌어졌다는 생중계 TV뉴스를 보게 된다. 자신들의 ‘실력’을 알릴 기회라고 판단한 마리오와 루이지 형제는 하수구로 들어가고, 거기서 ‘워프파이프’에 빨려들어가 마리오는 버섯왕국에, 루이지는 다크랜드로 떨어지게 된다. 다크랜드를 지배하고 있는 악당 바우저(우리에게는 ‘쿠파’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는 피치 공주가 다스리는 버섯왕국을 정복하려고 한다. 난데없이 버섯왕국에 떨어진 마리오는 다크랜드에 잡혀 있는 동생을 구하는 한편, 위기에 빠진 버섯왕국과 피치 공주를 돕기 위해 나선다.

마리오와 루이지 캐릭터야 게임에서 자주 보던 클리셰 덩어리이고-이들은 게임에서처럼 시도 때도 없이 ‘나야, 마리오(it’s me Mario)’라던가 이탈리아 이민계 정체성을 드러내는 ‘맘마미아!(맙소사)’를 외친다. 정작 관심이 가는 캐릭터는 피치 공주였다. 슈퍼 마리오 게임에서 피치 공주,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쿠파의 손아귀에 붙잡힌, 또는 쇠사슬에 묶인 피치 공주가 비명을 지르며 ‘구해줘 마리오’라고 외치는 장면 아니었던가! ‘악당 몬스터 쿠파의 손에 잡혀 피동적으로 구출을 기다리는’ 피치 공주 같은 캐릭터는 이번에 만들어진 영화에는 없다. 영화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피치 공주 캐릭터 스토리를 제공한다. 어린 시절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버섯왕국으로 떨어진 피치 공주는 버섯돌이들의 적극적 보살핌 아래 전사로 자라난다. 쿠파를 물리치고, 동생을 구하려는 마리오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교육훈련 역시 ‘타고난 능력자’인 피치 공주의 몫이다.

피치 공주 캐릭터의 재해석

사실 마리오 게임의 피치 공주는 고대 설화부터 쭉 이어져 내려오는 ‘비탄에 빠진 소녀(DiD·Damsel in Distress)’의 전형적인 캐릭터다. 뭐, 붙잡힌 히로인을 구해내는 사람이 반드시 ‘백마 탄 왕자’일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짝이 없는 주인공 남성이 구해내고 사랑까지 얻는다는 클리셰다. 그런 점에서 DiD는 ‘정치적 올바름(PC)’ 진영이 대표적으로 공격하는 캐릭터다. 영화는 피치 공주 캐릭터의 재설정으로 ‘불편하실 분들’의 선제공격에서 살짝 한 발 빼는 영리함도 갖췄다. 물론 앞서 외신의 평가를 보면 그럼에도 ‘마리오보다 훈련 트랙에서 더 숙련됐음에도 마리오가 더 많은 연기를 하도록 살짝 비켜주는 강한 여성 캐릭터’(머셔블)라는 불만조의 목소리 역시 없진 않지만 말이다.

한국 음식 ‘국밥’은 어쩌다 악당 최종보스 이름이 됐을까

트위터


보니 타일러의 ‘홀딩 아웃 포 어 히로(Holding out for a Hero)’나 아하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와 같은 1980년대 히트 넘버가 영화에 삽입돼 있다. ‘자녀들 손을 잡고 극장에 온 부모들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었나’라고 생각했다. 시사회가 끝나고 돌아와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연혁을 찾아보니 시작일이 1985년 9월 13일이다. 위 두 노래 역시 발표된 연도가 1985년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아날로그 시대’는 슈퍼 마리오 시리즈가 탄생한 그해, 1985년의 감성이다.

한국에서 개봉되는 버전은 북미 개봉판이다. 그래서인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에게는 ‘쿠파’로 알려진 슈퍼 마리오 전 시리즈에 걸친 최종보스 빌런의 이름이 서구권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바우저(bowser)’로 나온다. ‘쿠파’라는 악당 이름의 유래가 한국 음식 ‘국밥’에서 나왔다는 건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현재 게임회사 닌텐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미야모토 시게루가 정보개발본부장 시절 야키니쿠집에서 팀원들과 회의 겸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때 회의의 주제가 빌런보스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었다. 그때 가게에 있던 누군가가 “국밥이 먹고 싶다”고 발언하는 걸 듣고 그가 “국밥이라는 어감이 강렬하고 멋지다”고 생각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정작 시게루의 회고담을 읽어보면 국밥=쿠파(クッパ)의 이름을 지을 당시엔 그게 ‘국에 밥을 말아먹는’ 음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고깃집에서 처음 들어보는 메뉴명이라서 불고기 같은 고기 요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고기구이는 왠지 납득이 가지만 뚝배기에 들어 있는 국과 밥…은 아무래도 연결이 쉽지 않다). 하나 더 후일담으로, 이때 쿠파와 같이 보스 이름으로 올라간 후보작으로 ‘윳케(ユッケ)’와 ‘비빔바(ビビンバ)’가 있었다. 이 역시 한국 음식인 육회와 비빔밥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사진: 한 트위터 사용자가 국밥과 쿠파를 대비시켜 올려놓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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