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발코니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명장면 중 하나는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장면이다. 줄리엣이 창문을 열고 로미오의 사랑 고백을 듣던 장소는 발코니인데, 건물 외벽에 툭 튀어나와 있다고 해서 '돌출형 발코니'라 불린다. 이는 유럽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형태다.
건축법상 발코니의 정의는 '건축물 외벽에 접해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공간, 건축물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으로 전망이나 휴식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다'고 돼 있다. 또 필요시 거실, 침실, 창고 등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발코니 확장을 통한 실내공간화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발코니는 새로운 주거양식인 아파트와 함께 등장했는데 장독대, 김장, 창고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외부공간이었다.
아파트는 1960년대 도시화, 산업화에 의해 생겨난 주거형태로 급증하는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됐으며, 당시 거실 전면에 부분적으로 돌출형 발코니를 설치해 옛 한옥 마당처럼 실외공간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980년대 들어서 발코니에 창호 설치를 합법화하며 발코니 외벽에 새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됐고, 정원공간으로 화초를 가꾸거나 생활보조공간으로 활용됐다.
2000년대에 이르러 경제가 활성화되고 주거문화가 바뀌면서 발코니의 불법 구조변경을 방지할 목적으로 발코니 확장을 통한 내부 거실화를 합법화 시켰으며, 확장형 발코니가 일반화됐다.
이 때부터 아파트 분양시에도 기본형과 확장형으로 나눠지기 시작했고 평면이 특화되며 실내공간이 넓어지고 거주성이 좋아졌다. 현재에 이르러선 특화된 평면이 본격화됐으며 비확장의 경우 거주가 불가능한 평면으로 발코니 확장이 필수가 되어버린 아파트 주거문화가 되어 도시 경관은 획일적인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1기 신도시 등 노후화된 계획도시를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들 지역에 안전진단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높이는 등의 특례를 주는 것을 주요 골자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정부가 올해 초 확정했다.
이에 따라 고밀 주거단지로 주차난, 배관부식, 층간소음, 기반시설 노후화에 따른 주민들의 정비 요구가 높았던 전국 여러 택지지구들이 이번 특별법으로 고밀, 복합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됐고 대전시도 노은지구와 둔산지구가 해당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은동에서 둔산동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모습을 그려보면 빽빽하게 들어선 콘크리트의 무게감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똑같은 얼굴에 번호표만 주어진 모습이랄까. 발코니를 실내로 확장하는 것을 합법화함으로써 아파트는 더욱 폐쇄적으로 변하고 도시경관은 더없이 단조로워졌다.
위드 코로나 시대,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되면서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는 주요한 요소로 발코니의 역할이 부각되고, 아파트 입면에 보다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건물 외관의 획일화와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주거 문화를 선도하고자하는 사회적, 환경적 변화가 일어나고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서울시 등 여러 지자체에서도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을 통해 공동주택 입면에 대한 특화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발코니 디자인(돌출형 발코니) , 건축물 매스 분절 등을 통해 다양한 입면을 조성하도록 하고있으며 측벽(돌출)형, 코너형, 니치형 발코니 등을 계획해 측벽의 입면 다양성 및 변화감을 부여하도록 하고있다.
이외에도 주거를 계획하고 공급하는 분야에서도 새로운 주거에 대한 요구에 부응해 단지별, 지역별 특징을 담는 것에 중점을 두고 발코니의 무조건적인 확장에서 벗어나 폐쇄적인 주거공간에 숨통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적외부공간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이러한 공간들은 더 친환경적이고 개성있는 얼굴들로 도시에 숨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표정있는 거리를 걷고 싶은 건 필자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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