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노자와 건축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2023. 4.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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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도)'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표현할 말이다.

노자가 말하는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온갖 것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라는 상선약수라는 사상은 서양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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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道(도)'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표현할 말이다. 고대 중국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노자는 '도'는 성질이나 모양을 가지지 않으며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으며 항상 어디에나 있다고 했다. 또한 인간수양의 근본을 물이 가진 일곱 가지의 덕목 즉 '수유칠덕'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겸손,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 구정물도 받아주는 포용,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성, 바위도 뚫는 끈기와 인내, 장엄한 폭포처럼 투신하는 용기,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이다." 물을 닮은 사람의 특징을 설명하면 처세는 낮게, 생각은 깊게, 대인관계는 어질고, 말에는 신뢰가 있으며, 다스림은 물 흐르듯 부드럽고, 일할 때는 능력이 있으므로 큰 뜻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이렇듯 노자는 물처럼 살 것을 강조했고 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물이라 했으며 물을 본받게 되면 다툼이 없어지고 남을 이롭게 한다고 했다.

예로부터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동양의 사상은 요즘에도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건축할 때 물을 이용해서 단단한 화강암을 잘랐다고 한다. 화강암에 반듯하게 금을 그은 후 일정한 크기의 홈을 파서 거기에 나무로 만든 돌쩌귀를 끼우고 물을 투입해서 나무가 서서히 팽창하면 화강암이 갈라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노자가 말하는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온갖 것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라는 상선약수라는 사상은 서양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유럽의 젊은이들은 상선약수라는 말이 새겨진 배치를 즐겨 달고 다니며 생일날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를 카드에 적어서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큰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마치 작은 생선을 뒤집듯이 다스린다"는 말을 인용했는데 이 말도 도덕경에 나온다. 조그만 생선은 스스로 익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을 때 가장 완벽하게 익는 법이다.

건축에서도 많은 건축가들이 노자의 도덕경에서 인용하는 글귀를 보면 "서른 개의 바퀴살이 바퀴통에 연결되어도 비어 있어야 수레가 된다,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어도 비어있어야 쓸모가 있다, 창과 문을 내어 방을 만들어도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사물의 존재는 비어 있음으로 쓸모가 있는 것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노자가 "가장 위대한 직선은 곡선처럼 보일 것이며, 가장 위대한 사각형은 모서리가 없다. 가장 위대한 이미지는 형태가 없다"라고 말은 최고의 선 중 하나는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중국인들은 이러한 철학을 근거로 정원을 디자인할 때 곡선을 사용했다. 루이스 칸이 말하는 침묵이라는 것은 노자의 '이름 없는 것'과 같은 것이며 칸이 말하는 빛은 노자의 "이름 있는 것"이라 했다. 칸은 침묵하는 동양의 보이드 공간을 서양의 기하학적인 틀에 성공적으로 맞추어 넣은 건축가이다.

지금의 시대는 초고속, 초대형, 최첨단 등의 문화 속에서 살아가며 무언가를 꽉 채우고 갖기 위해 나를 잊어버리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곳도 점점 큰 건물과 높은 건물로 꽉 채워져 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주변을 비우고 단순한 것과 느린 것을 즐기며 물처럼 어우러지며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물과 같은 노자의 철학이 담긴 건축물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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