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진국의 기후 한 수

오영민 환경부 과장 2023. 4.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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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칠레에서 열리는 메탄감축을 위한 중남미 순환경제 이니셔티브 회의에 참가했다.

캐나다 기후환경부와 글로벌메탄허브라는 NGO가 공동주관하고, 중남미 10개국이 제1회 참여국으로 가입했다.

칠레는 그렇다치고 캐나다가 대체 왜 다른 나라의 폐기물관리 시설설치를 도와주는지 너무 궁금해진 필자는 이번 회의를 주관한 캐나다 기후환경부 담당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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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민 환경부 과장

지난 3월 칠레에서 열리는 메탄감축을 위한 중남미 순환경제 이니셔티브 회의에 참가했다. 캐나다 기후환경부와 글로벌메탄허브라는 NGO가 공동주관하고, 중남미 10개국이 제1회 참여국으로 가입했다. 세인트 루시아, 코스타리카, 그라나다와 같은 국가뿐 아니라 페루, 칠레, 멕시코 등 비교적 경제규모가 큰 중남미국가들이 두루 참여했다.

칠레의 경우 캐나다 환경부로부터 폐기물 처리장,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등 다양한 폐기물관리 시설 설치 비용을 직접 지원받아왔다고 한다. 그 인연으로 캐나다 정부가 새로 시작한 이번 회의 개최를 도왔다고 한다. 칠레는 그렇다치고 캐나다가 대체 왜 다른 나라의 폐기물관리 시설설치를 도와주는지 너무 궁금해진 필자는 이번 회의를 주관한 캐나다 기후환경부 담당자에게 물었다. 전혀 예상과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혹시 이런 노력들이 캐나다 기업의 중남미 진출을 돕기 위해서인지요?"

"물론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목적은 기업이나 기술을 파는 게 아닙니다. 전세계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한 국가적 노력을 인정받기 위함입니다."

그의 답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의 이러한 노력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두 가지가 아닐까 한다.

하나는 해외감축노력을 인정받고 배출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 근거가 되는 파리협정 제6조가 아직 과거 교토체제와 같이 동일하게 배출권을 인정하지는 않을듯하고 그 구체적 이행방식에 대해 여전히 국가간 협상이 진행중이다. 과거 교토체제는 민간이 이런 활동의 주체였다면 파리협정에서는 국가가 주체가 되고, 그간 끊임없이 지적받아온 투명성, 중복성의 문제, UN의 검증 과정의 문제 등을 인식해 이 과정이 더 엄격해진다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거 교토체제에서든 현재의 파리협정 체제에서든 선진국이 후진국에게 공통의, 그러나 차별적 책임을 진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리고 국내감축을 최우선으로 하고, 경제산업구조의 뼈를 깎는 조정이 수반되더라도 미처 다 달성못한다면, 차선으로 해외 사업을 통해 추가 감축분을 확보할 필요가 여전히 있다.

둘째는 동맹을 널리 확보하는 선진국의 외교전략이다. 중남미는 국제무대에서 하나의 블럭으로 큰 목소리를 내는 대륙이고, 특히 멕시코, 칠레, 코스타리카, 콜롬비아는 OECD 가입국으로 경제적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OECD 가입국은 아니지만 브라질의 경우 GDP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약간 적은 전세계 11~12위 수준의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21년 기준, 1조 6,089억 8천만 달러).

또한 우리나라와 협력관계가 적은 카리브해 국가들과 중미국가들의 중요성도 결코 경시할 수 없다. 이들 국가들은 도서국가 연합과 G77과 같은 거대 협상블럭의 일원이기도 하다. 우리가 국제기구 수장을 뽑거나 주요 기구의 이사회에 들기위해 절대적인 표를 얻을때이든, 한국 주도의 여러 이니셔티브가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할 때이든 이 나라들은 작지만 뭉치면 강한 나라들이기에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이번 회의에서 메탄감축의 중요성만큼이나 필자의 마음에 깊이 남은 것은 캐나다의 전략이다.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규모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진 나라라면 캐나다의 이런 움직임을 쉽게 보아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은 경제규모가 커지고 한국적인 것이 누구의 말처럼 K-프리미엄이 될 수 있는 시절을 살고있다. 우리의 위상만 달라진 게 아니다. 기후변화라는 아젠다를 다루는 세계경제와 정치질서도 달라지고 있다. 에드워드 기번은 그의 역작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로마제국은 문명화된 제도를 구비하고, 그리고 그에대한 사람들의 높은 존경심에 의해 유지되었다고 평하고 있다. 새로운 기후외교의 지형에서 국내외 무대 모두에서 보다 더 높아진 지위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때, 세계시민들의 높은 존경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와 함께가려는 기후동맹들이 우리를 더 오래 빛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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