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에서 좌절’ LG, 최고 소득은 조상현 감독과 마레이 계약 [서정환의 사자후]
[OSEN=서정환 기자] LG의 도전은 비록 4강에서 좌절됐지만 조상현(47) 감독과 아셈 마레이(31, LG)가 있기에 미래가 밝다.
창원 LG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22-2023시즌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서울 SK에게 84-85로 패했다. 3연패를 당한 LG는 2번 시드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패했지만 LG의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기둥 아셈 마레이가 시즌아웃을 당한 상황에서 LG는 끝까지 저력을 보였다. 2차전서 종료 0.6초를 남기고 리온 윌리엄스에게 통한의 버저비터를 맞고 졌다.
3차전도 시작과 함께 김준일의 부상이라는 변수가 터졌다. LG는 2쿼터 21점까지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끝까지 추격하며 1점 차로 패했다. LG가 3연패를 당했지만 쉽게 내준 경기는 없었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감독
비시즌 뚜렷한 전력보강이 없었던 LG가 정규리그 2위, 플레이오프 4강으로 호성적을 거둔 배경에는 조상현 감독의 지도력이 가장 크다. 조상현 감독은 프로농구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면밀한 분석과 성실함이 가장 큰 무기였다. 최고참 이관희도 원칙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경기에서 뺐다.
LG 관계자는 “조상현 감독은 가장 먼저 출근해서 퇴근하는 감독이다. 처음에는 늦은 밤 감독실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불을 켜 놓고 퇴근한 줄 알았다. 조상현 감독이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나중에는 일상이 됐다. 덕분에 선수들이 야간에 슛 하나라도 더 던지게 됐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조상현 감독은 비디오 미팅을 자주하고 또 길게 한다. 선수들을 백 번 혼내는 것보다 잘못한 부분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효과가 크다. 프로선수들이 스스로 잘못된 점을 깨닫게 고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이관희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감독님 저 이제 수비 잘하죠? 제 어깨 좀 주물러 주세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고.
유일한 문제는 스트레스 관리였다. 팀을 더 강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크다 보니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았다. 조상현 감독은 “프로감독이 되니 신경 쓸 것이 더 많다. 스트레스로 못 자는 날이 많았다. 쉬는 날에는 스스로 ‘농구 비디오를 보지 말자’는 원칙을 세우고 푹 쉬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프로감독으로서 시행착오도 겪고 있는 셈이다.
LG 농구단 내부에서도 조상현 감독의 평판은 좋다. LG 관계자는 “우리도 정규리그 2위라는 성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올 시즌은 조 감독에게도 좋은 공부가 됐을 것”이라며 다음 시즌을 기대했다.
“농구단 역사상 마레이 같은 외국선수는 처음”
LG의 기둥인 마레이는 종아리 부상으로 가장 중요한 순간에 뛰지 못했다. 대체선수 레지 페리가 합류했지만 마레이의 공백을 메우기는 무리였다. 최고외인 자밀 워니를 가장 잘 막았던 마레이의 빈자리는 공수에서 너무나도 컸다. 워니는 2차전 40점을 올리는 등 시리즈 평균 30.3점, 14리바운드로 마레이 없는 LG 골밑을 폭격했다.
비록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마레이는 플레이오프 끝까지 선수단에 남았다. 보통 선수들이 시즌 끝나자마자 고향행 비행기표부터 예약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다. “마지막까지 선수들과 함께 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됐다. LG도 “마레이가 시즌 끝까지 남아서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어했다. 새로운 외국선수에게 코치도 자청했다. 그 마음이 기특해서 허락했다”고 전했다.
마레이는 좋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코트 바깥에서의 행동으로도 만점을 받았다. 이집트 농구대표팀 감독출신인 아버지의 교육 영향이 컸다. 마레이는 전술적으로도 조상현 감독의 지시와 요구사항을 금방 이해하고 따랐다.
LG 관계자는 “25년간 500명이 넘는 외국선수를 봐왔지만 단연 마레이가 최고다. 한국말을 50%는 알아듣는 것 같다. 지난 여름 둘째 아이를 한국에서 낳고 빨리 농구에 전념하고 싶다고 하더라. 9개 구단 단장들의 동의를 얻어서 마레이가 일찍 한국에 왔다. 이런 선수는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과거 LG에 데이본 제퍼슨 등 실력은 뛰어나지만 인성에 문제가 많은 외국선수도 있었다. LG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좌절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다. 하지만 조상현 감독과 마레이가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한다면 여전히 미래는 밝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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